지난해 금융기관간의 활발한 M&A(인수 합병)의 결과로 한국금융산업의 미래상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감은 이뤄진 것처럼보인다. 즉 과거에 비해 숫자는 더 적어지고 규모는 더 커진금융기관들이 점점더 많은 상품을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간 단지 규모만이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봤을때 거대한 은행들과 보험회사들이 작은 금융기관들보다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되고 있다.<표1 designtimesp=18000> 많은 사업 영역에서 규모의경제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기관을 운영하는데드는 복잡성과 비용 문제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창출하는 장점이 상당 부분 상쇄돼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규모의 이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런 장점은 각고의 노력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다.그렇다면 2005년에 한국의 금융산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BCG는 3가지 요소가 미래의 경쟁 양상을 결정지을 것이라고본다. 첫째는 규제완화와 자유화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의 활동폭이 넓어질 것이다. 둘째, 금융산업에서의구조재편성(Deconstruction) 움직임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금융기관들이 등장, 성공을 거둘 것이다. 셋째, 개별 금융기관들의 행동과 목표가 미래 금융시장의 모습을 새롭게 창출하고 결정지을 것이다.◆ 세계적 금융기관과 국내 기관 역학과거에 한국의 금융부문은 과도한 규제들로 묶여 있었다. 외국 금융기관은 신용카드나 은행 소유, 채권 인수 등과 같은부문에 대해 접근이 금지돼 왔으며 활동은 제한돼 왔다. 이제이런 제한이 풀림에 따라 한국은 곧 세계 금융시장의 일부분으로 편입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전부문이 외국 기관들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미래의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대한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어느 부문에서는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고 또 어떤 부문에서는 경쟁하는 것이 무의미한지 인식해야만 한다.<표2 designtimesp=18009>는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각국의 현지 시장과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대기업 고객들에 대해 서비스를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통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이 필요하다.이것은 투자은행이나 기관 대상의 자산 관리자, 일부 은행들,일부 보험회사와 재보험회사의 경우에 해당된다. BCG는 이런각 사업분야에서 5∼10개의 세계적인 기관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런 기관들은 기업 고객의 요구에 맞는 규모와역량을 갖출 것이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이 부문에서 경쟁하기에는 너무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한국의 금융기관들은 이런 부문에서 2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 첫째는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틈새시장에 주력하는 것이고 둘째는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제휴를 하든가 아니면 인수당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한국 은행들은 한국 시장에서의 노하우가 중요한 원화 채권 부문에서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벌들과 여러 가지사업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은행들은 이러한 관계를 지속할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투자신탁회사나 증권회사들은 세계적인 기관에 지분을 넘기거나 합작투자를 이룸으로써 세계적인기관들에 한국적 상황에 맞는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투자은행, 기관들의 자산 관리, 재보험 등의 부문에서는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다. 기업 금융이나 소매 보험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과 시장을 나눠갖게 될 것이다.나머지 다른 부문들은 모두 국내 금융기관들에 더 적합한 시장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현지 사정에 대한 더 밝은 이해력과 충분한 규모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이 부문에 있어서도 외국의 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에 도움이되는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한국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가.◆ 구조조정 후 금융산업 구조재편성범세계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업과 가치 사슬은 분리된몇몇 부문들로 재편성되고 있다. 기존의 핵심 사업과 종합 금융 서비스 기관으로부터 새로운 사업들이 생성되고 있다. 소비산업, 공공사업체, 전자, 정보통신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표3 designtimesp=18018> 대체로 우리는 4가지의새로운 사업 영역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첫째, 상품 전문가들(Product Specialists)이다. 미국의 신용카드 전문회사인 MBNA와 같은 회사는 하나의 상품 라인에서우세를 장악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둘째, 금융산업 기반을 구성하는 기능별 전문가들(LayerMasters)이다. 이 회사들은 가치 사슬의 한 부분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들어 신용카드 처리 장치 부문에만 주력하고 있는 FDC나 신용카드와 보험회사의 처리 장치 관련 전문 사업 단위를 가지고 있는 GE캐피털 등이 대표적이다.셋째, 조정자들(Orchestrators)이다. 금융산업 외부의 많은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슈퍼마켓인테스코는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호주의 통신 서비스업체인 텔스트라는 신용카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제삼의 공급자들과 협력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 서비스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넷째, 안내자들(Navigators)이다. 이들은 다양한 공급자들과상품 선택권에 대해 편견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공하는 자문 사업가들이다. 예를들어 찰스 슈와브는 많은 뮤추얼 펀드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금융산업 재편 방향한국에서는 이런 금융산업 재편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첫째,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통합과 규모는 일정 영역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가 될것이다. 세계적인 은행과 거대한 보험회사들이 활동할 것이다. 또한 일단 은행들이 그들의 역량을 구축하기만 하면 강력한 은행들이 주도하는 더 많은 M&A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M&A의 결과 4∼6개의 주요한 은행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 은행과 전문 기관들 역시 거대한 기관들 틈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최소한 하나의 지역 은행은 경쟁력있는 기관으로 생존할 것이다.세계적인 은행들은 소매부문과 중소기업 및 대기업 영업, 그리고 국제 사업 등을 모두 포괄하는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또한 이들은 점점 더 상거래 부문과 투자 부문의 상품을 모두총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들은 각각의 분리된 사업 분야를 개별 영역에 맞게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것이다. 각 은행들은 각자의 장점을보유하게 될 것이다. 어떤 기관들은 중소기업 대상의 업무에서 경쟁력을 갖는 반면 대기업 및 다국적 기업 대상의 업무영역에서는 별다른 강점을 갖지 못할 것이다. 다른 기관들은소매 금융업무를 줄이면서 점점더 JP모건이나 뱅커스 트러스트와 같은 유사 투자은행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그들은 상품을 늘리고 전문화할 것이다. 소매 금융에서는 최소한 한 은행이 생명보험 판매에서 성공을 거둬 상위 5대 보험회사 중의하나로 꼽히게 될 것이다.한국의 금융산업 구조가 재편성됨에 따라 기존의 거대한 금융기관들과 함께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구조재편 과정은 IMF 위기로 인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규제 완화와 자유화 조치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금융산업에서 나타나게될 4가지 종류의 사업 특징들을차례로 살펴보자.우선 상품 전문가들이다. 오늘날에도 신용카드회사나 리스회사, 생명보험회사 등과 같은 전문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러나앞으로는 자산 관리와 텔레마케팅 부문에서 더 많은 전문기관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전문회사들은 계속 번성하고 있으며 미래의 새로운 경쟁자들도 이 그룹에 합세할것이다. 그러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상품과 서비스를제공하는데 있어서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금융 기능별 전문가들은 보험이나 카드 또는 다른 사업에서순수하게 후위에서의 처리 업무에 주력하는 기업들이다. 이부문에서는 GE캐피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한국 금융기관에도 기회는 있다. 단지 이들이 취해야할 첫번째 조치는 처리 업무를 나머지 사업들과 명확히 분리시킨 후다른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신용 위험도 평가 데이터베이스나 보험회사를 위한 자산 관리 부문에서도 사업 기회가존재한다.조정자들은 유통산업이나 이동통신 서비스산업 등 금융 이외의 영역에서 공격적으로 금융서비스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다.예를들어 한국전력의 신용카드나 롯데의 연금, 자동차를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주는 현대의 신용카드, LG마트의 은행 계좌 등이 이런 유형에 해당된다. 이들은 고객과 직접 접하는부문에서 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상품과처리업무에서 우수한 역량을 제공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회사,신용카드회사 등과 제휴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통해 이들 조정자들은 기존 금융기관에 새로운 사업 기회인동시에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또한 안내자들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많은 고객들이 좀더 많은 선택권에서 전문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선택 가능성 중에서 금융 서비스 내용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기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 서비스 기관을 효과적으로 선택할 수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금융기관들이 등장할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찰스 슈와브와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도 등장할 것이다.◆ 개별 기관들을 위한 계획과 행동이러한 추세는 현실화되기 전까지 은행이나 보험회사들 입장에서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영국 다이렉트 라인의 피터 우는 전화로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면 어떨까라는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실제로 다이렉트 라인을 설립,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GE는 보험회사의 처리 과정 통합 부문에서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2005년에 한국의 금융시장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계획이 아니라 개별 금융기관 경영자들의 결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누가 한국의 찰스 슈와브가 될 것인가. 어떤 은행이 중소기업 대상의 대출시장에서철수할 것인가. 어떤 보험회사가 작은 보험회사를 위한 처리과정 부문에서 성공적으로 전문화할 것인가. 어떤 유통업체가금융 서비스를 시작하고 뮤추얼 펀드를 판매할 것인가. 각 금융회사들이 기회를 잡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