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마침내 팔렸다. 새 주인은 미국계 투자펀드인 뉴브리지 GE캐피털금융컨소시엄. 인수조건은 향후 2년동안 발생하는 추가 부실을 우리 정부가 떠안는 조건으로 결정됐다. 구체적으로 매각후 1년간은 발생하는 모든 부실에 대해 정부가1백% 책임을 지고 2년째는 일정 부분만 책임지는 방식이다.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결국 재정의 추가투입을 통해 파는 셈이다.IMF사태를 전후로 제일은행은 금융구조조정의 핵이었다. 당초IMF는 양대 부실은행인 제일 서울은행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측의 반대로 해외에 매각하는 선에서 절충점을찾았었다. 당시 제일은행의 자산규모나 국내 금융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해외매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부의 재정투입(1조6천억원)에도 불구,부실은 자꾸만 늘어났고 해외투자자들은 관망으로 일관했다.항간에는 제일은행에 투입된 정부출자금이 바닥났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었다. 추가 출자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재정적자의 확대를 우려하는 정부로서는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뉴브리지 컨소시엄에 제일은행을 팔면서 또다시 재정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IMF와 약속한 매각시점(99년1월말)도 문제였지만 부실은행을 그대로 방치할경우 국가신인도의 향상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달리 좋은 방도도 없었다.◆ 국내금융기관에 큰 파장줄듯정부는 따라서 제일은행의 해외매각으로 인한 성과에 기대를걸고 있다.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치의 확대가 그것. 경위야 어찌됐든 국내은행을 외국인에게 매각함으로써 우리나라의경제전망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선진 금융기법을 국내에 자연스럽게 도입하는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업여신과 관련된 심사분석기법을 체계적으로 이식시킴으로써 방만한 여신관행과 낙후된 심사기술을 개선할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국내 금융기관의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병으로 선도은행이 된 한빛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조흥+강원은행 등과 함께 외국 경영진이 포진한 제일 서울은행이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합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정부는 또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시가 활황추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인을 바꾼 제일은행의 주가가 치솟아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러나 이같은 기대가 충족되기까지는 적지않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매각을 서두르는 바람에 수용한「향후 2년간의 부실채권의 인수」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추가부실의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그 부담은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용조정 문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새 주인이 인력과점포를 대폭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노조는 호락호락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정리해고가 외국인 경영진에 의해 단행될 경우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측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은행 경영에노하우가 확실치않은 일종의 투자펀드라는 점도 경영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장기영업보다는 구조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뒤 매각해 투자이익을 거두는 방식을 선호하기때문이다. 물론 뉴브리지는 컨소시엄에 끌어들인 GE캐피털을경영의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선진금융기법의 전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