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우스 / 1998년 / 297쪽 / 1만2천원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솔제니친.74년 당국에 체포되어 독일로 강제 추방을 당해 해외를 떠돌다가구소련 몰락 이후인 94년 꿈에도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가 현재저술 및 강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70년 <수용소군도 designtimesp=18006>로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일화는 지금도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초강대국 러시아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원인 그리고 대안을 심층적으로 파헤친 최신작 <이 잔혹한 시대의 내 마지막 대화 designtimesp=18007>를내놓았다.이 책은 우선 러시아 대문호 솔제니친의 최신작이라는데 커다란의의가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designtimesp=18008>, <수용소 군도 designtimesp=18009> 등 이미전세계에 수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는 「지은이의 말」을통해 어쩌면 이 책이 자신의 생애에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기술한다. 지난해 12월11일이 그의 80회 생일이었다는 점을감안하면 그의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작가가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기나긴 망명 생활 끝에 조국 러시아로 돌아가 살며 느낀 점들을 그 특유의 문학적 필치로 써내려간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이 책의 출간은 의미가 남다르다. 솔제니친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다시 밟게 된 고국 땅에서 하염없이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조국 러시아의 참담한 모습을 보게 된다.볼셰비키 혁명 이후 미국과 더불어 초강대국의 위치를 점하던 대제국 러시아가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는 러시아 전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민중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조국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그는 시종일관 「과연 러시아는 진정한 러시아로서 존재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 책은 이런 토론을 거쳐 얻어진 결과에 저자 나름의 날카로운 분석과 해석을 붙여 지금의 러시아가 앞으로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다름아닌 「위대한 러시아 정신」의 부활과 「지방자치 회의의복원」이다.이 책의 한문장 한문장에서 우리는 작가의 조국 러시아에 대한사랑과 슬라브 민족에 대한 끝없는 연민 그리고 현실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러시아 민중들에 대한 피끓는 열정이 작가의가슴 속에서 불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지금의러시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잃어버린 가치를 빨리 회복하고 새로운 러시아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는점도 잊지 않는다.그는 추방당하기 전 반체제 인사로 활동할 당시에도 러시아 지도부와 의회에 나아가 러시아의 나아갈 길에 대한 역설했지만 누구하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권력자가 아니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문학과 지식이 있었다. 그는 작가와지식인이 조국과 시대가 어려울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고, 이 책에서도 그의 이런 일면을 여실히발견할 수 있다.러시아의 20세기와 우리나라의 20세기는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있다. 왕조의 붕괴, 혁명, 전쟁, 민족의 분열, 권력의 부패와 사회 부조리의 만연, 현재의 경제위기까지 서로 닮은점이 한둘이아니다. 또한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 러시아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일이 경제위기 극복과 민족의 통합, 그리고 러시아의 부활에있듯이 우리나라도 경제위기 극복과 민족의 평화통일, 더 나아가한민족 혼의 부활에 있다고 할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과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아주 귀중한 자료적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