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의류수출업체 사장의 경험담이다. 『외국인 바이어들이 한국인과의 거래에 대해 한국비즈니스맨들은 말을 자주 바꿔 믿지 못하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근무하는 외국인 M씨는 『한국인들은 계약조건을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한국업체가 선적일을 어겨 자신이 입은 피해를 설명하기도 했다.한국인들의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수출이 경제회복의 관건인데도 일부 수출전사들의 자세나 역량이 아직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것이다. 『동남아 물건도 값이 싸고 질이 좋아 언제 수출선이 끊길지 모르는데도 한국인들은 거래선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게 외국인 M씨의 불평이다.한국 비즈니스맨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지난해 주한 EU상의에서 배포한 한국비즈니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거래성사의 결정적 요소」라며 비즈니스에 있어 비합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은근히 꼬집었다.오스트리아 상공회의소가 펴낸 한국인과의 비즈니스상담 지침서에는 「한국에서 명함을 내밀 때에는 직종과 함께 직급을 반드시 기재하라. 한국인은 신분을 중시하고 그래야 존중받으며 사업상담을할수 있다」며 우리의 그릇된 비즈니스 관행을 지적하는 사례도 있었다.실제로 본지가 KOTRA 해외무역관의 도움을 얻어 한국기업과 거래를하는 외국 9개 도시 19명의 외국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 비즈니스맨들에 대한 인식은 「그저 그런 수준」으로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언어소통 능력이나 비즈니스시 비합리적인관행에 대해 외국 비즈니스맨들은 아주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만큼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해외에서 진행되는 비즈니스만이 아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을상대로 한 비즈니스도 역시 점수가 박하다. 해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관광도중 느낀 불편한 점으로 수위를 다투는 것이 불친절과 언어소통의 불편함이다. 지난13일 시내 모백화점에서 만난 한 일본여성은 『세일광고를 보고 관광을 겸해 가방을 사러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종업원이 불친절해가방구입을 포기했다』며 숙소로 돌아갔다.뿐만이 아니다. 지나친 경쟁으로 제살 깎기도 비일비재하다. 경기도 화성에서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의 L사장은 『조금 장사가된다 싶으면 바로 다른 한국업체의 가격덤핑이 들어오곤 해 곤욕을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아는 듯 외국인 M씨는 『(계약을 하지 않고)기다리면 (처음 제시된것보다)가격이 내린다』며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그릇된 경쟁을 비꼬기도 했다.결국 우리는 외국인들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기본적인 「흡인력」이 약하다는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승승장구 경제력을 확장하고 있는 세계 4대상인 집단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유태인 화교 인도인 아랍인 등이다. 유태인의 경우 금융계를 시작으로 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예술 등 모든 방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집단으로 꼽히고 있으며, 인도상인들의 경우 아랍중동 유럽 미주 등지에서 소매점을 중심으로 강력한 상권을 구축하고 있다.◆ 개성상인 훌륭한 본보기화교들은 유태인의 견제 세력으로 꼽히며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아랍상인들은 타고난 상인 기질과 오일달러를 십분 활용해 동남아와 동유럽 등지에서 맹활약하고있다. 이들은 「돈 냄새를 맡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비즈니스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능력이나 기질만 뛰어난게 아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철저한 자녀교육에다확고한 금전관, 직업관 등을 갖고 있다. 이국 땅에서 적수공권으로일어설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동족끼리의경쟁이나 가격 덤핑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그러나 우리에게도 개성 상인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상인의 본보기가 있다. 다만 요즘 그런 모습이 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개성상인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개성상인정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비아그라」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4대상인 못잖은 한교(韓僑)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부상조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얻자는 주장도 나왔다.실제 그런 움직임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