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기관에 IRR(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과같은 선진 금융개념이 소개된 것은 IBRD(세계은행)와 ADB(아시아개발은행) 등과 같은 국제기구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자금을도입하던 60년대초였다. 당시 차관 제공자인 IBRD 등에서는 차관을도입할 때 투자할 프로젝트와 또 차관자금을 전대할 차주의 IRR을의무적으로 산출하도록 우리나라에 요구했다.IRR 기법은 앞으로 발생할 기대수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으로 미래가치를 현재의 눈으로 가늠해 보는 현가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적 여건에서는 IRR과 같은미래지향적인 합리적 투자 분석 기법을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경제가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 사실상불필요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본을 차입, 투자하기만 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와 정상적인 상태에서 정상적인 수익을 전제로하는 IRR을 적용하라고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기업의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꼼꼼히 앞으로의 경제적인 상황과 투자가치를 분석할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의 현금흐름보다는 경쟁자가 무엇을 하는가가 더 큰 관심이었다. 따라서 차관자금 신청서상의 IRR은 기업 실무자의 창작품일 뿐, 최고경영자는 알지도 못하는 용어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복투자, 과잉투자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투자 결정을 위한 척도로 현가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정확한 수익력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력 검토는 초기에 투자 결정을내릴 때 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투자자산 규모가 적정한가를 판단할때도 이뤄져야 한다. 수익력을 높이기 위해 외형을 확대할 것인가아니면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인가와 지속적으로 분석돼야 하기 때문이다.수익성뿐만이 아니라 성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현가개념의 또다른 요소다. 기업의 존재가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하는 것이므로 계속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수익성은 낮아진다.IMF 이후 우리 경제는 거의 모든 분야가 개방됐으며 특히 제도적인측면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수용되고 있다. 그러나 각 경제주체의 사고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부동산에 대한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산정 방식이 우리와 달라 거래가 마무리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외국 투자자는 향후 발생할 일정 기간의 임대 수입을 현가화해 가격을 결정한다. 부동산의 절대가치만을 고집하는 우리 방식과는 크게차이가 난다.현가적인 사고방식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알게모르게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시간가치개념 내지는 현가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일반 서민들도 연금을 적립하면서 향후55세부터 받게될 금액이 현재가치로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또한 자녀를 대학에 보내면서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수입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어느 정도일까 하고 생각한다.스티븐 코비 교수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designtimesp=18028> 중 3번째 습관인 「소중한 것부터 먼저 행하라」는 것도 현가적인 교훈으로 풀이할 수 있다. 눈앞의 긴급한 상황은 불가피하게 최우선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보다 소중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삶을 실현하는 준비와 실천이다. 비전과 같이 미래적형상을 현가화해 행동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라는 코비 교수의 충고는 재삼 음미해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