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순채권국 된다」.지난해말 정부가 금년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내용이다. 순채권국이란 외국에서 빌려온 외채보다 받아야 할 대외채권이더 많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식 집계한 지난해 11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1천5백24억달러, 대외채권은 1천3백25억달러다.아직까지는 1백99억달러의 순외채를 짊어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연말까지 IMF차입금 등을 갚고, 또 남은 한달간의 경상수지흑자 규모를 감안하면 지난해말 현재 순외채규모는 1백17억달러 수준으로축소됐다는 것. 그런데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백억달러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금년말이면 대외채무보다 대외채권이 더 많아져순채권국이 된다는게 정부발표 내용이다.불과 1년여 전에 외국빚을 못갚아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사실을감안해 볼때 선뜻 이해가 가지않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계산상으로 틀린 얘기도 아니고, 달성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다만 우리가 받아야 할 대외채권중에서 제대로 상환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부실채권이 많다는 점이 낙관할 수 없는 제약 요인이고,특히 우리가 갚아야 할 외채의 범위를 어떻게 따져 보느냐에 따라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외채분류는 통상적으로 정부나 금융기관 또는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차입한 돈을 말한다. 여기에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 등을위해 가지고 들어온 자금과 외국인들의 직접투자자금은 포함시키지않는다. 스스로 들어온 돈들이어서 차입주체가 없고, 따라서 갚아야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자금은 언제든지 외국으로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전체의 외환수급 측면에서 보면 외채와유사하다.그런데 IMF는 이같은 IBRD 등이 적용하는 통상적인 분류에 더해 역외금융도 외채에 포함시키고 있다. 역외금융이란 국내은행들이 외국에서 돈을 빌려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제3국의 자본시장에서 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이자가 싼 자금을 빌려 높은 이자를 받고빌려주거나 외국의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차익을 남길 목적으로빌리는 돈이다. 이것은 차입주체가 국내은행들이기 때문에 외채에포함된다.그러나 외채와 관련해 우리가 흔히 문제삼는 현지금융은 IMF 기준에서도 포함되지 않는다. 현지금융은 국내기업들의 외국 현지법인들이 현지에서 돈을 빌려 그곳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현지법인은그 나라의 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외국회사나 마찬가지다. 다만 현지법인들이 돈을 빌릴 때 국내 모(母)기업들이 지급보증을 서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현지법인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이 되면 국내 모기업이 대신 갚아 주어야 하는 사태가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빚으로도 볼수 있다.97년말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 외채 규모가 정부의 공식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들은 이런 근거에서 나왔던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외채통계는 IMF 기준에 따라 집계한다.어쨌든 금년 경제운용이 정부목표대로만 이뤄진다면 순채권국에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