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북스 / 344쪽 / 1999 / 8천5백원

「왜 제3의 길인가」. 앤소니 기든스가 주장한 「제3의 길」이 전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의 주장과 쟁점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마르크스, 베버, 뒤르껭 등 고전사회학의 창시자들에 대한 기든스의 해석에서부터 좌우의 대립과 극복방안, 세계정치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기든스의 사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이 책은 기든스의 사상 및 중도좌파(제3의 길)의 핵심주장에 대한크리스토퍼 피어슨(노팅엄대학 정치학 교수)과 앤소니 기든스의 대담을 정리하고 있다. 대담은 기든스가 영국 노동당의 싱크탱크인런던대 정경학부(LSE) 학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 이루어졌으며 원서는 98년3월 영국에서 발간됐다.이 책은 먼저 마르크스, 뒤르껭, 베버 등 고전 사회학의 세 기둥에대한 기든스의 입장을 다룬다. 이와 관련, 기든스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 이론의 유효성, 뒤르껭의 실증주의와 개인주의 시대의도덕적 질서에 대한 모색의 현대적 의미, 막스 베버의 관료제 등사회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을 현대사회의 해명이란 관점에서설명하고 있다.이어 기든스 정치철학의 기본개념인 구조화 이론과 현대성(성찰적현대화)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완상 전부총리의 말을 빌리면 기든스의 현대성, 사회성찰성, 구조화에 대한 이해는 다분히 현상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인간이 스스로 만든 위험부담을 스스로 관리해나갈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 정서의 민주화를 강조한다는점에서 흥미를 끈다. 덧붙여 말하자면 현상학에서 말하는 구조가인간에게서 독립된, 고정된 형태인데 반해 기든스는 구조 자체는인간의 작용에 의해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여러 좌파적 전통과 함께 성찰적 현대화로 이어지는 기든스 이론의 핵심개념이 된다.이 책은 또한 인간관계의 기본 특징을 다루는 한편으로 좌파와 우파를 넘어선 정치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현대정치의 주요 쟁점에대한 기든스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정리한다. 이 부분에서는 기존에익히 알려진 제3의 길의 기본 주장 외에도 그 인식의 전제까지도명확히 밝히고 있다.여기서 또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든스가 말하는 이른바제3의 길은 단순히 정치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의 총체인 변혁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좌우의 문제는 물론 유럽연합등 정치적인 쟁점부터 페미니즘, 동성애, 낭만적 사랑에 이르기까지 현대 세계에 대한 그의 전체적인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아울러 최근 아시아의 위기를 단순한 현대화를 넘어 성찰적 현대화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결과로 보는 기든스의 시각도 볼수 있다.그런가 하면 사회과학도들을 위해 오브라이언이 기든스의 사회학을설명한 대목이 등장하고 기든스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해 그의 생애 및 학문역정을 다룬 부분도 눈길을 끈다. 중도좌파 구상도 이 책의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는 토니블레어의 집권에 따른 영국 노동당의 이념과 전망에 대한 쟁점 중심의 간결한 기든스의 답변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기든스는 현대사회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정치의 역할을 밝힌다. 이밖에 성찰성과 경제에 대한 소로스와의 대담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소로스의 철학적 식견이나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규제를 찬성하는 소로스의 입장이 아주 흥미롭다.기든스는 지금 중도좌파 정책(기든스에 따르면 제3의 길)으로 대처의 시장 지상주의와 과거의 복지국가를 극복하고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복지이념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그의 시도가 현실적으로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미국식 시장지상주의가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의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