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31.39포인트 폭락해 582.04로마감하던 지난 1월21일. 이날의 악재는 미국의 증시가 급락할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중국당국이 인민폐의 가치를 떨어뜨릴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인민폐 평가절하가 임박했다는 「근거없는」 소문은 한국증시를 잔뜩 움츠리게 했다.이렇게 된데는 언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범」은 홍콩발 외신기사 한줄. 한 외국통신이 『중국 관영영문기관지차이나데일리가 19일자 사설에서 중국 금융기관이 붕괴위험에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한 것이 그 시작이다. 가뜩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에 민감한 한국 언론들은 이를 확인절차 없이 보도했고,급기야는 증시의 폭락사태로 이어졌다.같은 날짜 일본 언론들은 그러지 않았다. 보도 내용이 상당부분 과장된 것을 금방 확인했기 때문이다.이 사건의 진실은 이렇다. 국내 언론들이 인용한 차이나데일리의 「사설」은 이 신문 4면 오피니언 페이지의 기고문(기고자 왕후이, 2백자 원고지 4매 분량)이었다. 왕후이씨는 이 기고문에서 최근 국무원이 제정 발표한 금융법규 준수조례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글을 마치면서 『만약 금융기관들이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국내외에서중국 금융기관의 신용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금융붕괴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고 첨언했다. 중국 금융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한 외신은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중국이 금융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에 큰 비중을 뒀다.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인민폐 평가절하가 임박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노」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최소한 올상반기에는 인민폐의 안정이 유지될 것이고, 올하반기에도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폭락 대비하며 위안화 향방 지켜봐야국제금융전문가들이 우선 제기하는 것은 평가절하의 시기다.이들은 『만약 인민폐 환율의 평가절하조치를 단행할 필요가있었다면 97년말 동남아국가의 금융위기가 널리 퍼졌을 때 단행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기회를 놓친 시점이라는얘기다.중국당국의 『평가절하 없다』는 공언도 중요한 변수다. 외환보유고가 1천3백70억달러(98년말 현재)에 달하고 GDP성장률이8%선을 유지하는 거시경제지표 상황에서 평가절하할 이유가없다는게 그들의 논리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인민폐 환율을 안정시키겠다고 해놓고 기습적으로 평가절하할 경우 대외신용도가 오히려 땅에 떨어진다는 것을 중국 당국자들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그러나 아무리 인민폐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중국당국이라도 세계경제에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거나 자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하면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을배제하지 않고 있다.국제금융전문가들은 국유기업개혁과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거나 실업자 급증, 물가폭등의 사태가 발생할 때는 물론이고GDP성장률이 6%(98년 7.8%) 이하로 떨어질 때도 눈여겨봐야한다는 것이다. 국제수지 흑자폭이 줄고 수출액이 감소할 땐중국금융당국이 기습적인 평가절하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암시장에서 달러당 인민폐 환율이 9.0위안 수준을넘어설 경우에도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준비는 준비대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