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1999년/334쪽/7천8백원

서상록 전삼미그룹부회장의 이력은 아주 드라마틱하다. 정규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했으나 명문대학을 졸업했고, 국내에서 직접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가산을 정리하여 단신으로 도미했다. 그후 미국에서 각설이 타령 등으로 기틀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회사를 세워 크게성공했다. 이어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도전, 3번의 고배를 마셨고 귀국해서는 삼미그룹 부회장으로 발탁돼 정력적으로 일했다. 그러나 97년말 삼미가 부도로 쓰러지자 경영인으로서책임을 느껴 사표를 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거의무명(?)에 가까웠다.그가 세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오히려 삼미를 떠나웨이터로 일하면서부터다. 대기업 부회장 출신이 호텔식당의말단 견습 웨이터로 변신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상에 직업의 귀천이 어디 있으며 내 나이 60이지만 지금 다시 인생을 시작해도 늦지않다는 결론을 내린 다음 눈높이를 낮춰 웨이터 구직 신청을하게 되었노라고 담담히 말했다. 지금도 그는 그에게 새로운인생살이를 경험하게 해준 호텔롯데 프랑스 식당의 견습 웨이터로 일하고 있다.이 책은 이런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인 서상록씨가 직접 쓴자전 에세이다. 자신이 왜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서 모든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식당의 견습 웨이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당당하게 밝히고 있으며 자신이 걸어온 인생관과 직업관을담담하게 고백한다. 또 실업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는 따뜻한 충고의 글도 소개하고 있다.그는 지금 자신이 선택한 웨이터 자리를 장관직하고도 바꾸지않겠다며 아주 흡족해한다. 남이야 뭐라 하든 내 인생 내가사는 법이라며 나름대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웨이터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겠다며열심히 서빙을 한다. 보람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이다.또한 그는 이 책에서 직업이나 직책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여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달라진 삶의 자세를 털어 놓는다. 남보다 일찍 출근하고 단골손님들에게 연주해주기 위해 틈나는대로 바이올린을 켜는 것도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항상 외부에 나갈 때는 넥타이를 맨다고 말한다. 직업의식을 충실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이 책은 삼미그룹 부도를 전후해 서씨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밝히고 있다. 먼저 삼미 부도 직후 도미와관련, 서씨는 삼미의 오너격인 김현철 회장을 만나 부도사태의 전말을 알리고, 가족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비밀출국 운운하며 이상하게 문제삼을 일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또 당시 정계 실세였던 최형우 의원과의 관계에대해서도 고백한다. 당시 일부 언론에는 서씨와 최의원이 남다른 관계라며 삼미와 최의원을 연결시키는 기사가 실렸다.하지만 서씨는 이 책에서 최의원과는 대학 때부터 절친하게지낸 40년지기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신을 삼미와 연결시켜준 사람은 최의원이 아닌 동양철관이선일 사장이라며 최의원은 삼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서씨는 지금 견습 웨이터로 그 누구보다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기업체나 대학, 그리고 각종 단체의 교양강좌에서 한번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 인기강사로도 이름을날리고 있다. 『모두 다 성공한 이야기만 하려 드는 요즘 풍조에 어쩌면 나처럼 실패한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사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성공한 사람이나 실패한사람에게나 똑같이 교훈삼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내 이야기를 통해 지금 어려운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희망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