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의 한 계열사에 다니고 있는 경력 5년차의 김모(30)씨. 빅딜(대기업간 사업체 맞교환) 논의로 회사가 어수선한중에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알수 없어 심기가 영불편하다. 『5년전만 하더라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표적인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하고 나 자신도 만족했는데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는게 그의 고백이다. 『솔직히 어떤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회사 이름보고 지원했는데 막상 자리가 불안하니 특별한 경력 사항이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막막하다』는 말도 덧붙인다.반면 서울의 그저 그런 대학에서 가정학을 전공했던 또다른김모(29)씨는 패션 유행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내 의류회사에 입사했다. 그 회사에서 1년간 경력을 쌓은 뒤 얼마전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더 좋은 조건으로 외국계 의류회사로 옮길 수 있었다. 김씨는 『석사 과정에 있으면서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패션에 관한 강의도 하고 이데아 패션산업연구소에서 패션머천다이저 교육도 받았다』며 『패션 머천다이저로 승부를 걸고싶어 나름대로 필요한 공부와 일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패션 유행을 더 심도있게 공부하기 위해 메이크업과 코디네이션 교육까지 따로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경력관리를 위한 ‘3가지 비결’자신의 위치에 대한 두 김씨의 엇갈린 단상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일어나고 있는 직장과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내고있다. 이전에는 「어느 회사에 다닌다」고 주위에서 알아주면 성공한 것으로 알았다. 실제로 유명한 회사에 들어가면 대체로 평생이보장돼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구조조정의 와중에 정리해고의 위험에 떨어야 하는 이름있는 대기업 보다 이름은 좀 덜 알려졌어도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더 낫다는 실리적인 생각이 일반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어떤 회사에 다니고있는가 보다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제 평생의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일생을 걸 수 있는 직업, 곧 일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에따라 어떤 분야에서 어떤 경력을쌓아야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를 설계하는 「경력관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즉,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나가더라도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직장을 옮겨야 하는 때를 대비, 미리 자신의 현재 일과 경력을 관리하는 한편 자신의 경력을 기반으로 어떤 일을 새롭게 할수 있는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광고대행사인 코래드의 홍보 파트에서 일하다 최근 홍보대행사로자리를 옮긴 이모씨(35)는 『광고대행사의 홍보 부문에서 일하는것보다 홍보 전문회사로 직장을 옮겨 홍보 전문가로 경력을 쌓는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힌다. 홍보 전문 인력으로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홍보대행사 근무 경력이 필수라는 생각이었다.일생동안 평균 5∼6번은 직장을 옮기는 미국인들처럼 우리도 이제한 직장에만 연연할 수는 없는 입장에 서 있다. 현재 일에 충실하되 항상 지금 다니는 이 회사를 떠날 때를 예상하며 나름대로 준비도 해야 하는 시대에 서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도대체 경력은 어떻게 관리해야 직장을 옮기게 될 때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력관리 비결을 취합한 결과 대략 3가지 정도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하고싶은 일을 해야 열성을 가지고 평생을 투자할 수 있다. 둘째는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현재 일하는 것자체가 경력이다. 현 상황에서 인정받아야 더 높은 도약의 발판을마련할 수 있다. 현재 업무와 다른 분야에서 승부를 걸고 싶을 경우 회사측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틈틈이 그 분야에 대한 훈련을 쌓아둬야 한다. 셋째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실이 비록 초라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의 지향점을 세운 뒤 10년 뒤를 생각하며 차근 차근 목표를 향해나아가야 한다.평생직장이라는 안전판이 사라졌다고 모든 상황이 나빠진 것만은아니다. 오히려 「주위에서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인생」이 아니라「스스로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끼는 인생」에 승부를 걸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때이다」라는 경구를 기억하고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