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냐, 아니냐.경기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작년 하반기들어 경기저점 시기에서 촉발됐던 경기논쟁은 연초 금리인하를 앞세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적절하냐를 놓고 제 2라운드를 치렀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경기지표의 호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제 3라운드에 돌입했다.각종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지자 이를 당연시하는측과 지표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하는 측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지표의 호전을 그동안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거품론자」들은정부에 연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본격적인 회복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1∼2년간의 양상과 흡사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아직 1, 2라운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져나온 이같은 논쟁은 우리 경제의 전도가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3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동안 「링」위의 선수들도 잦은 교체를 겪었다. 고정적으로 「출전」하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외에 민간경제연구소들까지 「글러브」를 끼고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98년 12월중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자마자일제히 링위에 올라섰다.● 통계청98년12월중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 지표들은 뚜렷한 회복세를보였다. 산업생산은 1년전에 비해 4.7% 늘어나 외환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97년10월(9.2%)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생산자 제품 출하의 경우 내수부문의 감소폭이 전달의 19.2%에서12.0%로 둔화됐고 수출부문은 25.4%의 신장세를 보여 전체적으로0.3% 증가했다. 생산자 제품출하가 늘어난 것은 98년중 처음이다.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0.5%로 97년12월(76.1%)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전년 동월에 비해 2.7%가 줄어 작년중 가장 작은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생산과 직결된 도매판매는 0.2%가늘어나 98년중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투자동향을 알수 있는국내 기계 수주는 0.8% 늘어 지난 97년11월(마이너스 33.6%)이후가파른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계류 내수출하의 경우18.7% 줄어들었으나 감소폭은 연중 가장 작았다. 그러나 국내 건설수주는 45.7%나 줄어 감소폭이 작년 11월의 마이너스 35.6%에 비해커졌고 건축허가면적도 61.6%나 감소했다.● LG경제연구소 전진 선임연구원작년 12월중 산업생산이 4.7%나 증가한 것은 그동안 재고가 증가한데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과대 포장된 결과다. 산업생산은 크게 늘었지만 기업매출을 반영하는 출하는 고작0.3% 늘어난게 그 증거다. 더욱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출하는 6.8% 감소해 아직 많은 업종이 침체를 겪고 있다.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3/4분기까지 재고감소액은 24조원으로 설비투자액 17조원보다 많으며 국내총생산(GDP)대비 비중도 무려 12.6%나 됐다. 지금까지 국내 재고변동폭이 GDP대비 평균1%를 약간 넘는 정도인 것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재고감소는 지난해 성장률에 마이너스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올해에는 반대로 성장률을 실제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반도체부문의 과다계상도 문제다. 지난해 11월과 12월중 산업생산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4%와 4.7%가 늘어난 이유는 반도체 생산이 각각 88.6%와 65.3% 증가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생산증가율은 각각 12.7%와 7.4%로 여전히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할 정도로 반도체부문이 우리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95년의 경우에도 생산지수에 반도체 부문을 과대평가, 산업생산 증가율 자체를 왜곡시킨 전례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경기회복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거꾸로 회복이 안된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생산증가율이 두달째 플러스 성장률을 이어가고 다른 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따라서 거품이 끼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투자와 소비가 계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는상황에서 거품을 운운할 수는 없다.다만 당초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며, 특히특정 업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게 문제다. 사실 98년12월중의지표가 대폭 호전된 것은 97년12월의 상황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점을 감안해서 지표를 들여다봐야 한다. 작년 한해동안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재고를 소진, 경제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재고를 확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최근 경기호전의 양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거품」이라기 보다는「기술적 반등」에 가깝다. 우리 경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술적이든 실질적인 측면이든 지표가 분명히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그러나 과연 경기바닥이 언제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있다. 우리 연구소는 작년 4/4분기나 올해 1/4분기로 생각하고 있지만 어느 쪽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브라질 사태나 중국 위안화의평가절하 가능성 등 대외환경의 변화도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좀더추이를 지켜본 뒤 3월쯤에 거시지표를 재조정할 계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홍기석 박사지금의 경제상황에 거품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가장정확한 표현은 지표상의 회복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97년12월의 상황이 최악이었던점과 98년12월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재정지출이 확대된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된다.최근 몇달간의 산업생산동향을 보면 경기는 일단 바닥을 찍은 것같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99년1월중 산업생산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과 달리 올해는 구정연휴가2월에 끼여 있어 1월중 지표의 흐름은 상당히 좋을 것이다. 경기는한번 방향을 잡으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다만 금리는 전망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인위적인 금리인하에 반대한다지만 재정경제부도 막무가내로 금리를 낮추자는 것은 아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인만큼 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을타진해보자는 차원이다.● 한국은행 이성태 조사부장수치상으로는 좋아졌지만 반도체 생산증가율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때문에 전체 실물경기의 흐름은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98년12월 지표는 전달인 11월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없다. 따라서 현재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올해 실질성장률 3.2%를수정할 생각도 당분간 없다. 올해 1월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사실 또한 3.2%라는 수치에 반영돼 있는 상태다.생산이 늘어난 것은 쌓아둔 재고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가 1대1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다면 실질 성장률에 반영해야겠지만 지금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생산만 늘어나고 있다. 이것을 거품이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다.요즘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금리논쟁과 관련, 한은의 분명한 입장은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다. 통화당국은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금리는 시장에서 정해진다. 당국은 다만 적정금리가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따라서 추가적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올초 주식가격이 폭등하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들먹이는 현상을 언론들은 거품이라고 표현했는데, 한은은 공식적으로 거품을 거론한 적이 없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하는데 있어서 자산가격이나 물가의 변동에 신경을 쓴다.그런 차원에서 가격변수의 단기적인 급등락을 염려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