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라이프스타일 제안, 일본 특성 가미해 공략

일본의 유통시장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하다. 외국 기업이 제조업체와 도매상 그리고 소매상간에 그물처럼 촘촘히 연결된 유통 카르텔을 뚫고 뿌리를 내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일본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놓고 무역 협상을 벌일 때 빠지지 않고지적하는 항목 중의 하나도 일본의 폐쇄적인 유통 체계다.외국 기업으로서 이런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굳건히 자리잡았다는사실 하나만으로도 암웨이 재팬은 성공적인 일본 공략 사례로 꼽힐만하다. 암웨이 재팬은 이익순으로 일본 전체 기업 중 47위. 일본내 외국 기업으로는 IBM과 코카콜라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암웨이가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 중에서 화장품의 경우 일본내 7위,건강식품으로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진출 20년만에 일궈낸성과다. 암웨이 재팬은 도대체 어떤 무기로 이런 성공을 거둘 수있었던 것일까.◆ 성공비결△ 직접 판매로 측면 공격암웨이는 세계적인 직접판매(다단계판매) 회사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일본의 까다로운 유통체계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대신 밑바닥에서부터 차근 차근 개별 소비자들을 공략했다.소비자 하나 하나가 암웨이의 시장이라는 생각으로디스트리뷰터(Distributor:판매원)를 육성하는데 주력했다. 직접판매라는 판매 방식 덕을 본 셈이다.△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 제안암웨이 재팬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77%는 미국 수입품이다.많은 일본 제품이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런 일본의 소비자들이 수입품에 쉽게 마음을 열리가 만무하다. 단순히「좋은 품질」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암웨이 재팬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했다.암웨이 재팬의 마사루 이와타 홍보담당 이사는 『미국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우선 미국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는 사람부터 공략했다』고 말한다. 즉 상품의 특징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만한 사람들을잠재 고객으로 선정, 이들에게 먼저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이후 미국식의 부엌 생활을 소개하면서 암웨이의 세제를 판매하고서구식 피부 관리법과 화장법을 얘기하면서 암웨이의 화장품을 알리는 식으로 고객층을 넓혀갔다. 이와타 이사는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방법을 사용한것』이라며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닌 정보 제공자로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고 덧붙인다. 물론 서구식 라이프 스타일이 기존방식보다 왜 편리하고 쾌적한지 합리적으로 이해시키는데도 주력했다.△ 일본 특성 감안한 상품 및 마케팅 전략미국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한편 제품이일본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판단이 들 경우 일본 소비자들에게맞게 변화시켜 적용하려 노력했다. 예를들어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쿠기제조기는 미국식 주택에 맞게 디자인돼 좁은 일본 가정에 들여놓기에는 너무 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가정에 알맞도록 작게 축소한 일본형 모델을 개발했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일본 자체 생산 제품의 비율도 늘려나갔다. 현재는 암웨이 재팬 상품의 약 33%가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상품만 일본 시장에 맞게 변형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시스템 역시미국식을 무리하게 도입하지 않고 일본 풍토에 적합하게 적용했다.특히 다른 사람이 하면 덩달아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심리를 십분 활용, 디스트리뷰터를 확보하고 이들간의 네트웍을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현재 일본내 암웨이의 디스트리뷰터 수는 1백14만명 가량으로 인구 1백명당 한명은 암웨이 디스트리뷰터로 참여하고 있다. 또 33가구 중 한 가구는 암웨이 디스트리뷰터와관계를 맺고 있다.△ 타깃 마케팅 활용암웨이 재팬의 리처드 S. 존슨 사장은 판매를 늘리고 구매 상품의종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타깃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타깃 마케팅을 위해 암웨이 재팬은 디스트리뷰터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연령 성별 등을 포함한 인구 통계학적인 특성과 구매 행태를고려해 서로 다른 디스트리뷰터 집단(세그먼트:Segment)을 구분했다. 이후 각 디스트리뷰터들에게 세그먼트별로 다르게 제작된 「당신이 이용할 수 있는 소식」이란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는 판매를 잘 하기 위한 조언이나 관련 상품에 대한 정보 등이실려 있다. 암웨이 재팬은 1995년에 디스트리뷰터를 몇개의 세그먼트로 분류했고 96년에는 각 세그먼트를 개별적으로 공략하기 위한다양한 방법의 타깃 마케팅을 시도했다. 97년에는 전면적인 타깃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디스트리뷰터를 위한 월간지<아마그램(Amagram) designtimesp=18148>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여기에 제품샘플이나 주문 카드도 포함시켜 배포, 디스트리뷰터들이 이용할 수있도록 했다.△ 전방위 홍보활동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존재한다. 딕 디보스 암웨이 회장은 지난해 8월 회계연도의 실적을 발표하는 자료에서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없는(unwarranted) 부정적인 보도 및 평판」이 암웨이 재팬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런 부정적인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암웨이는 전세계적으로 지역 사회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암웨이재팬 역시 예외가 아니다.암웨이 재팬은 음악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있으며 1989년에 설립한 암웨이 네이처 센터를 통해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요타 NTT 기린 세이코 등다른 7개 기업들과 함께 일본 나가노 올림픽을 지원하는 골드 스폰서로 선정돼 다양한 광고 활동도 펼쳤다.◆ 도전과 변화1998년8월 회계연도에서 암웨이 재팬은 14억달러(1천9백25억엔)의매출액을 올려 전년에 비해 5.4% 감소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9천만달러(1백28억엔)로 무려 44.7%가 떨어졌다. 존슨 사장은 매출액이줄어든 이유는 전반적인 일본 경기의 침체 때문이며 순이익의 급감은 엔화 약세로 미국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비용이 급증했고 나가노올림픽에 대한 스폰서 비용이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이감소한데는 환경적인 요인이 컸지만 존슨 사장은 이런 외부 어려움은 곧 내부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강조한다.내부 혁신을 위해 암웨이가 지난해 8월말부터 시작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3D 프로젝트」. 3D 프로젝트의 목적은 직접판매 시스템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사업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며 디스트리뷰터 만족을 통해 실적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3D란 직접 유지 관리(Direct Fulfillment) 디스트리뷰터 커뮤니케이션(DistributorCommuni-cation) 직접 마케팅(Direct Mar-keting) 등을 말한다.직접 유지 관리란 기존에 디스트리뷰터들 사이에서도 이뤄질 수 있었던 상품 제공 및 보너스 지급을 회사와 디스트리뷰터가 직접 함으로써 만족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것이다. 디스트리뷰터 커뮤니케이션은 디스트리뷰터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의견 교환이 좀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암웨이의 정책을 이해시키고 디스트리뷰터들의 사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직접 마케팅은 기존의 디스트리뷰터들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좀더정교하게 세분화, 고객의 구매 행동을 분석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화된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의 요구에 잘 들어맞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3D 프로젝트와 함께 인터넷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디스트리뷰터에 대한 인터넷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미쓰비시 일렉트릭과 협력,디스트리뷰터들이 컴퓨터를 통해 질문하고 상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미니 PC도 개발했다. 현재 2만명의 상위 디스트리뷰터들은 아래디스트리뷰터들의 주문을 통합, 회사에 상품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중 전체 매출액 대비 15%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이다. 인터넷 등을 비롯한 각종 정보통신을 적극 활용, 기술의 발전과 이로인한 경영 환경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는 것이 존슨 사장의 비전이다.★ 인터뷰 / 리처드 S.존슨 사장"디스트리뷰터는 광고이자 유통채널"『일본에서도 직접판매에 대한 인식이나 평판이 우리가 기대하는만큼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직접판매의 역사가 길고 상법에기초를 둔 직접판매에 대한 법이 완비돼 있어 하나의 판매 방식으로 어느정도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암웨이 재팬을 이끌고 있는 리처드 S. 존슨 사장(57)은 일본에서는다단계판매(직접판매)에 대한 인식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보다는 사업하기가 수월한 편일 것이라고 대답했다.존슨 사장은 최근 「일본 인구 1백명당 1명꼴로 암웨이의 디스트리뷰터인데 이제 그 정도면 성장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감소도 디스트리뷰터의 수를늘리는데 있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그러나 존슨 사장은 『디스트리뷰터의 숫자가 암웨이의 성장을 이끄는요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물론 전체의 매출액 성장과 디스트리뷰터 숫자의 증가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 디스트리뷰터가 얼마나 많은 소비자와 연관을 맺고 있는가, 판매하는 제품이 얼마나 양적으로 많고 종류별로 다양한가 등도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한 시장에서 어느 정도 디스트리뷰터가 확보되면 다단계판매 사업은 그 시장에서 더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뿐이라는 지적이다. 『한계가 있다면 단지 비전의 한계일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존슨 사장이 직면하고 있는 또다른 핵심 이슈는 전자상거래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기업으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어떤 소비자가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물건을 사려 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즉 암웨이도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면 되지 디스트리뷰터들을 통해 물건을 팔아야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디스트리뷰터의 필요성은 어떤 시대에서나 계속될 것』이라며 『디스트리뷰터는 암웨이 상품의 우수성을 보증하고 알리는 광고이자 암웨이 마케팅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저렴한 가격은 중요한 경쟁 요소입니다. 그러나 암웨이는 다른회사들과 판매하는 상품이 차별화돼 있습니다.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은 다른 서점들과 똑같은 책을 판매하지만 암웨이의 화장품은 다른 화장품회사의 제품과 다르고 일반 유통매장이나 인터넷에서는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판매 경로는 디스트리뷰터들입니다.전자상거래가 더욱 확산된다 하더라도 암웨이 제품은 디스트리뷰터를 통해서 구입해야 할 것입니다.』그는 인터넷의 확산이 다단계판매 사업에 위협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디스트리뷰터들이 인터넷을통해 제품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고 이메일(e-mail)을 통해 다른소비자들과 접촉할 수 있으며 회사에 대한 상품 주문도 이전보다더 간단히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존슨 사장은 『암웨이의 판매방식은 서로에 대한 신뢰성에 기반을두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시대에 믿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