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조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다윗」이다. 다윗이 부리부리한 눈에 힘을 주고 골리앗을 노려보고 있는 조각상이다. 성경에 다윗은 소년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미켈란젤로는 4m가넘는 대리석으로 근육질의 다윗을 탄생시켰다. 조각가 도나텔로의다윗은 한층 소년답다. 가녀린 육체는 그러나 당찬 용맹과 지혜로무장되어 있다. 인간을 표현하려했던 르네상스 미술가들에게 다윗은 매력적인 탐구대상이었다.다윗에 대한 사랑은 예술가들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서양의 가장흔한 이름 중 하나가 데이빗(David)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온그 애정을 나타낸다. 이는 신약성서가 예수를 다윗가(家)의 자손이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다윗은 과연 실존했던 인물일까. 성서에 쓰여진 것처럼 지혜로운양치기 소년이 왕이 되어 이스라엘을 하나로 통일하고, 예루살렘에성을 쌓았을까.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전에가면 이런 의문은 풀리게 된다. 기원전 1천년에 다윗이 세운 도시를 찾아 그 속에서 다윗의 존재를 확인하고, 더불어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체험하도록 이끄는 전시다.다윗의 존재를 실증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1978년부터8년 동안 여덟차례에 걸쳐 예루살렘에서 발굴작업을 펼쳤다. 출토된 유물은 금석병용기인 기원전 3500년부터 예루살렘이 로마에 패망하는 서기 70년까지에 걸쳐 있다. 이때 발굴된 무기 토기 신상인장 등 성서와 관련된 고대 이스라엘 역사유물 4백50여점이 국내최초로 선보인다.전시는 이스라엘 텔 단에서 발견된 아람왕 하사엘의 승전비 조각으로 시작한다. 다윗이 실존인물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성서 이외에 「다윗가」라고 명시된 유일한 유물이다. 의문과 흥미를동시에 유발시키는 전시품은 사람이나 동물을 흙으로 빚은 신상들.우상 숭배를 금지했던 성서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다윗 도성의 발굴지역에서만 1천5백여개가 나왔다. 하나같이 목 부분에서 잘렸다는것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수호신상을 섬겼으며(사무엘상), 종교개혁이 단행되어 우상의 목을 부러뜨리고 깨뜨렸다(열왕기하)는 성서의 내용이 사실임을 알려준다. 각 시대별로 유통됐던 동전들은 한결 가깝게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해준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판 대가로 받은 티로의 은전은 월계관을 쓴 헤라클레스 얼굴과 독수리를 각각 앞뒷면에 담고 있다. 또마가복음에서 정성어린 헌금으로 칭찬 받는 가난한 과부의 동전 렙톤도 만날 수 있다.무엇보다도 「사해 두루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서의 필사본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이스라엘에서조차도 진품 구경은 할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한 유물로, 적외선사진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집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부장품 등은 고대 근동(近東)지역 문명과의 연계성을 가늠케 해준다.전시는 얼핏 밋밋하다. 손잡이 달린 항아리와 녹슨 칼날, 장식없는등잔, 투박한 신상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에서 화려함이나 정교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다윗왕의 권세와 그가 세운 찬란한 도시 예루살렘을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발걸음과 시선의 호흡을 조금 늦춘다면 전설 같기만 했던이야기가 엄연한 역사와 하나로 만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작고 초라한 것에 귀 기울여 역사의 숨소리를 듣는것이 역사여행의 큰 즐거움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3월28일까지. (02)751-9653, 9616)김현진·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