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라이프스타일 파악 중요 ... 틈새시장 무궁무진, 새사업 기회 확대

몇년전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경제 용어 중에「릴레이션십(Relationship) 마케팅」이란 것이 있다. 말 그대로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함으로써 판매 확대를 꾀한다는 뜻이다. 릴레이션십 마케팅은 지금까지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아온 일반 대중대상의 매스(Mass) 마케팅을 대신할 개념으로 각광받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릴레이션십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이며 기업의 경영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 일본 게이오대학정경학부의 도시야키 이제키 교수는 『릴레이션십 마케팅의 핵심은개별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고객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게 릴레이션십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이제키 교수는 <소비자 행동 논리 designtimesp=18116>와 <라이프 스타일 지향 사고와 마케팅 혁명 designtimesp=18117> 등의 저서를 통해 소비자들의 생활속에서 대두대고 있는 릴레이션십 마케팅에 대한 요구와 기업의 대응 방안 등을 강조해왔다.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 그 상품을 구입하는 목적을 알고 그 목적에 맞게 상품을제공해준다는 뜻이다. 예를들어 어떤 여성이 화장품을 구입하려 할때 그 여성은 화장품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원하는 것이다. 기업은 그 여성이 아름다움 중에서도 무엇을 원하는지, 예를 들어 여드름을 없애기를 원하는지, 주름을 방지하고 싶어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 제공해이런 의미에서 릴레이션십 마케팅은 필연적으로 소비자와일대일(One-to-One) 마케팅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에 주력하기 보다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을 통해 소비자의 원하는 바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관계 구축을 통해 기업은 기존의 제품 차별화에서 벗어나 고객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게 된다.지금까지는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경쟁사와 달리 어떤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지, 고객 차별화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다. 개별 소비자와의 일대일 접촉이 강조되는 추세에 맞춰 일본에서는 「고객(顧客)」이란 용어 대신 개별 고객이란 뜻으로 개객(個客)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릴레이션십 마케팅은 또 소비자들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을 둬야 한다.이제키 교수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생활자」란용어로 표현한다. 그는 『소비자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사람이지만생활자란 여러가지 상품을 자신의 생활 스타일에 맞게 조화시켜 구입함으로써 자신의 생활상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라고말한다.이런 생활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주문 맞춤형 경영이 필요하다. 주문 맞춤형이라고 해서 대량생산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맞춤 양복이 기성복보다 비싼 것과 같이 비용도 많이 들고 생산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요구되는 릴레이션십 마케팅에서의 주문 맞춤형이란 산업혁명 이전 수공업시대의 맞춤 방식과 대량 생산시대의 방식을 절충한 것이다. 이제키 교수는 이를 『중간 단계의 표준화』라고 설명한다.『대량 생산시대에서는 최종 단계의 제품을 표준화해 이를 대량 생산,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그러나 릴레이션십 마케팅 시대에는 중간 단계를 표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대량생산 시스템에서와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제공할 수있게 된다.』예를들어 일본의 한 컴퓨터 회사는 미국 델컴퓨터의 생산 판매 시스템을 받아들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컴퓨터의 본체와 키보드 모니터 모뎀 등과 컴퓨터에 깔고 싶은 소프트웨어를 소비자들이 카탈로그를 보고 조합해 주문하게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상품을 주문하면 17분후에 동남아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된다. 완제품이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방식도 다양하다. 빨리 배달받고 싶으면 더 비싼 돈을 내고 페덱스와 같은 국제 특송회사를통해, 그보다 늦어도 되면 항공편으로, 한달정도 걸려도 상관이 없으면 선박편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조합상품·생활기점 발상으로 변모이 컴퓨터 회사는 컴퓨터라는 최종 상품을 표준화하는 대신 본체와키보드 모니터 배달방법 등 중간 단계를 표준화해 소비자가 입맛에맞는대로 중간 단계의 반제품을 조합, 상품을 주문하면 준비된 반제품들을 즉시 조립해 소비자에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예를들면 본체가 5가지, 모니터가 5가지 등으로 해서 중간 반제품이 각각 5개씩만 표준화돼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 상품은 수백가지의 다양한 종류가 탄생될 수 있다. 주문 맞춤형 경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의 표준화 못지않게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생활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구성은 한 상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식품 하나만으로생활자들이 원하는 식생활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가구나 그릇, 인테리어, 더 나아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쾌적한 식생활을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전에는 「식품」을판매했다면 이제는 「식생활」을 판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공동 마케팅이 중요하다. 즉 다른 기업을대상으로한 릴레이션십 마케팅 역시 중요해진 것이다.중간 단계를 표준화해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다른 기업과 제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산과 물류, 배달 등을모두 아웃소싱(Outsourcing; 외부 위탁)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좋은 상품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은여러 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결국 릴레이션십 마케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역시 기존의 경쟁 중심에서협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즉 「이기기 위해서는 나 혼자뭐든지 할수 있어야 한다」는 단독 성장 지향 및 대기업 위주에서벗어나 「나만의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경쟁 기업과 제휴 관계를 통해 보충한다」는 공동 발전 추구 및 관계 구축위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이제키 교수는 『소비자의 생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을 목적으로한 릴레이션십 마케팅으로 인해 단일 상품 판매에서 다른 상품과편집된 조합 상품 판매로,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상품위주 발상에서 생활 기점 발상으로, 무차별 대량 지향에서 개별 대응 지향으로 기업의 발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이제키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는 누가 릴레이션십 마케팅을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표준화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온 대기업은 자기 변혁을 통해 릴레이션십 마케팅을 기업 경영 전체에 적용해야 한다. 반면 소비자의 미묘한 요구를 파악하면 공략할 틈새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릴레이션십 마케팅의 부상은 중소기업과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