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ㆍ주가상승 지속 ... 물가 3+-1% 고수

『연 3%대 성장은 무난할 것 같고, 잘만 하면 4%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의 올해 경기전망이다. 최근 거시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경기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특별대담에 응한 전총재는 『경기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식적으로 올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측했던 한은 입장을그대로 표명한 것이기는 하지만 전총재의 어투에는 강한 확신같은것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실물경제 흐름에 대한 그의 분석은상당히 꼼꼼했다. 생산증가율 소비지출증가율 수출 및 수입증가율물가동향 등에 관한 숫자를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으며 대학교수 출신답게 흐름을 짚어내는 논리가 가지런했다.◆ 신용경색 완화도 경제회복 청신호경기지표의 상승에도 불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이른바 체감경기는 왜 좋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전총재는 여유있게 대답했다.『호황을 맞고 있는 업종이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데다아직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높은 실업률로 인해 개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된 점도 요인으로 꼽았다.전총재는 또 올해 주식시장 흐름과 관련,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때 제기됐던 거품론, 즉 실물경기 호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주가상승은 위험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회복과 함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과 금리하락 영향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도 『단언키는 어렵지만 하반기부터 조금씩 가격이 움직일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부문에 대한 신용경색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에청신호라고 말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데다 은행에대한 정부지원의 실시로 얼어붙었던 대출창구가 서서히 녹고 있습니다. 한은의 총액대출한도 확대 및 대출금리인하, 정부의 신용보증기금 재원확충 등에 힘입어 최근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 그 징조입니다.』전총재는 그러나 자신이 경기를 낙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될지라도 악화일로에 있는 고용사정을 호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반도체 등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물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냉정하게 흐름을 해석하는 자세가 요망된다는 것이다. 특히 빅딜 등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노사갈등과 브라질 및 중국경제의 불안감을 감안하면 한층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이 2000년이후 경기전망을 유보하고 있는 이유도 국내외의 경제여건이 불안한 탓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전총재는 당면 과제로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중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한은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구조조정론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지난해 구조조정의 기본틀이 마련된만큼 앞으로 예정대로 경제 각 부문의 구조조정이 실행된다면 실물경제의 활력 회복에도 도움이 될것으로 보았다.전총재는 또 금리인하와 관련해서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정부와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1일 발표된금년도 통화신용정책 방향에서도 당분간 콜금리의 하향안정기조를견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근 불거진 재정경제부와의 마찰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전총재는 그러나 금리정책이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요즘 재경부가 금리인하를 주도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도 못마땅해 하는 듯했다. 그는 『지금은 중앙은행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며 『관주도의 경제구조가 되다보니 자꾸 옛날 관행을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금리조정의 폭과 속도는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 및 외환시장 동향등을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중히 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재경부에서 제기된 연 5∼6%의 초저금리 유지방침과도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자리 잡아가는 중”『정부 일각에서 가격변수인 금리를 특정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언급하는 사례가 있지만 금리 수준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주가나 환율을 특정 목표 수준으로 유도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발상입니다. 이같은 처방은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혼선만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저금리체제의 정착은 정부나 통화당국이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인플레 기대심리의 해소와 함께 차입위주의 경영관행이 시정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전총재는 물가관리부문에 이르러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4월 한은법 개정이후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단 한푼도 인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으로서 매년 물가안정 목표를 설정해 발표하는만큼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국채를 인수할 경우 통화증발로 인해 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각종 국공채는 시장에서 실세금리로 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총재는 올해 물가 타깃으로 설정된 「3±1%」는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비용측면에서 원자재 임금등 가격이 지속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도 단기간에 소비가증가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전총재는 올해 역점사업중의 하나로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과 발전을 들었다. 환율이 시장의 수급사정에 따라 결정되도록 외환시장의투명성을 높이고 금년초 도입된 복수 외환브로커제도의 정착도 도모할 계획이다. 또 『유로화 거래규모의 확대추이를 감안하여 국내외환시장에 원/유로화 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밝혔다.내부적으로 조직개혁 작업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으로서의 위상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내부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꿔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