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바전자 등 종합메이커 제치고 정상 차지..특정분야 주력이 '비력'

전후최악의 불황에도 끄떡하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기술을 바탕으로 특정품목만을 생산하고 있는 전문메이커들이다. 경제의 글로벌화에다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기술혁신, 끝없는 효율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도 전문메이커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특정사업에 투자를 집중,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술력과 개발스피드에서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벌이고 있다. 해외진출에서도 대기업을 앞지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 인수도 활발하다. 모기업의 공장을 거꾸로 인수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인수한 기업의 기술을 활용, 제품의 경쟁력도 강하다. 전문메이커들이 종합메이커의 사업영역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적부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종합메이커들과는 판이하다. 전문메이커들이 일본제조업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일본 최대의 전기메이커인 NEC가 지난해 형광표시관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NEC는 형광표시관의 전세계시장을 40%나 점유했다. 그런데도 결국 손을 떼고 만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후타바전자공업이라는 라이벌 전문메이커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모기업 공장 거꾸로 인수하기도후타바전자는 지바시에 본사를 가진 형광표시관전문업체. 매출은 NEC의 40분의 1에도 못미친다. 그러나 연결매출에서 차지하는 경상이익의 비율은 20%를 넘는다. 한마디로 초우량기업이다. 세계시장셰어도 NEC와 버금갈 정도로 높다.두 회사는 같은 제품을 같은 기술로 생산했다. 그러나 실적은 판이했다. NEC는 적자가 누적됐지만 후타바전자는 고수익을 올렸다.이 차이는 어떻게 해서 일어난 것일까. 두 회사는 기술력에서 대등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경영의 효율화와 스피드 측면에서 앞선 후타바가 결국 싸움에서 이겼다. 『지속적으로 코스트를 삭감해야 하면서도 고객의 조그마한 요구까지 만족시켜줘야 하는 품목은 NEC와 같은 대기업에 맞지 않다』는게 니시무로 후타바사장의 분석이다.시작용(試作用) 프린터기판 메이커인 쿄우덴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한 스피드개발로 시작용 프린터기판 시장을휩쓸고 있다. 쿄우덴은 기판을 최저 3매까지 수주받고 있다. 평균 수주량이 22매에 불과하다. 하루 총수주 건수는 2백건에 이른다. 두께 0.4㎜짜리 기판 가운데에 4단으로 된 0.1㎜ 굵기의 배선이 깔린 정밀제품을 주문후 하루반만에 발송한다.이같은 초스피드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주문이 들어오면 필요한 공정을 즉시 분할한다. 13개로 돼있는 각공정 장치의 가동스케줄을 완벽하게 짠다. 전국의 영업맨들은 휴대중인 노트북PC를 통해 고객의 주문내용을 본사로 전송한다. 본사에서는 제조장치의 가동계획을 컴퓨터로 마련한다. 고객에게 납기를 곧장 알려준다. 노하우가 담긴 소프트웨어는 물론 자체 개발했다.『불과 수십매 단위로 수주되는 시작프린터기판을 대형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전기 정보통신제품의 수명은 짧다. 개발스피드를 단축시키려고 하는 메이커 입장에서는 전업메이커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다.』 하시모토 사장의 설명이다.쿄우덴 제품의 단가는 1매당 평균 1만엔. 수십∼수백엔인 양산품에 비해 최대 1백배 정도나 비싸다. 그런데도 국내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지난해3월결산때 매출 1백8억엔에 20억엔의 경상이익을 냈다. 18.9%라는 높은 이익율을 기록한 것이다.정밀부품의 프레스가공메이커인 타이요공업(나가노현)은 대형메이커 개발담당자들로 늘 북적댄다. 이들은 듣도 보도 못한 복잡한 설계도를 내밀면서 『이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프레스성형품 제작을 요청한다. 프레스성형품의 경우 강도와 정밀도만 낼수 있으면 저가격으로 대량생산을 할수 있는게 특징이다. 제품 수명이 짧은 분야에서 선발기업으로서의 덕을 보기 위해 메이커들이 이용하는 가공법의 하나다.타이요공업은 최근 마쓰시타고토부키전자로부터 PC용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정밀부품을 수주했다. 주조품을 프레스가공으로 대체, 개당 2백엔이던 코스트를 절반으로 줄였다. 이 뿐만 아니라 경량화도 실현했다. 타이요는 경쟁업체가 포기해버린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스피드를 최대한 빠르게 한다. 이러한 초스피드개발로 매출대비 10% 전후 경상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연간 급여의 7.6개월분을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전기 정보기기 메이커의 개발 경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고도의 기술력으로 불황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전문메이커들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합종연횡과는 판이하다. 새로운 기술 변화에 대응, 기업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메이커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다.안데스전기(아오모리현 소재)는 지난해 4월 모회사인 알프스전기의 우치고공장(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을 사원을 포함, 18억엔에 사들였다. 우치고공장은 청색 적색 녹색등 3가지색을 내는 액정패널용 컬러필터를 생산하고 있다.◆ 새 기술력 확보 위한 기업인수 활발안데스전기는 『단순하청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에 따라 93년부터 액정관련사업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알프스전자로부터의 독립을 꾀한 것이다. 한때 22개에 이르렀던 제품수를 경쟁력있는 4개로 일단 축소했다. 그런다음 액정관련부품쪽에 약 50억엔을 투자키로 했다. 매출액 98억엔(98년4월기)기업으로서는 한마디로 파격적인 규모였다. 경영실적과 기술력을 평가받은 결과, 정부계금융기관및 연고지 은행으로부터 25억엔, 벤처캐피털로부터 25억엔을 각각 지원받았다. 이 자금으로 우치고공장인수에 나섰다. 필터분야의 최고경쟁력을 갖춘 모기업의 우치고공장을 마침내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우치고공장은 기존공장의 2배 생산속도를 갖추고 있으며 색채 선명도 또한 뛰어나다』는게 안데스측의 분석이다. 매수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회사측은 액정관련사업 매출이 97년도 6억엔에서 98년도에는 15억엔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자동차부품 프레스용 금형분야 대형업체인 오기하라(군마현 오타시)는 해외기업 인수로 세계시장을 확대하고있다. 95년에 영국 쟈가계열의 프레스가공 메이커를 전격 사들였다.오기하라는 지난 84년부터 해외진출을 시도,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대만 태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포드, GM을 비롯해 독일BMW, 폭스바겐 등 30여개국 1백개사 이상에 프레스용금형을 공급하고 있다. 오기하라사장은 『해외 첨단기술과 본사의 금형전문가들의 기능을 결합, 글로벌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한다.자동차 강판을 용접하는 저항용접기 최대메이커인 오바라(가나가와현 소재)도 국내외 동종업체를 계속 인수하고 있다. 87년 미국의 허큐리스웰딩프로덕트를 매수한데 이어 94년 영국 머친일렉트로닉을 사들였다. 지난해 6월에는 레이저용접기를 개발하고 있는 PSL(가나가와현)을 매수했다. 한개 차종의 조립라인에는 통상 2백대 저항용접기가 들어간다. 예상외 히트차종이 탄생하면 생산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월산 1천2백50대의 세계적인 능력을 갖춘 오바라가 노리는게 바로 이것이다. 오바라는 영국과 미국의 생산거점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강화할 경우 세계시장 석권은 시간문제』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기술과 자본을 무기로 특정분야에만 몰두해온 전문메이커들의 전성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