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공상과학 실내 디자인 접목, 차별화 성공 ... 체인망 올해 2백개 추가 예상

지하실로 내려가면 해골모양의 외계인이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낸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브라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목구멍은 또 다른 작은 문. 천장에선 현란한 조명이 번쩍인다. 파랑 노랑 빨강. 빛에 반사되는 거울과 알집 모양의 돔들. 마치 우주 한복판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방 데몰리션의 내부다.데몰리션(파괴)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 노래방은 기존 이미지를 철저하게 파괴한다. 뭔가 다른 것. 이게 바로 데몰리션이 추구하는 컨셉이다. 매우 기괴한 디자인이지만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는 청소년에겐 새로운 샘으로 갈증을 씻어준다. 데몰리션 노래방은 출범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체인점이 1백개를 돌파했다. 올해 2백개를 추가해 3백개로 늘릴 계획이다. 체인망사업중 히트작이라고 할만하다.운영하는 업체는 서울 서초동 예전빌딩에 있는 알토산업. 이 회사는 철저하게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창의력있는 디자인에 강화플라스틱(FRP)으로 조형물을 만들어 체인점에 공급한다. 체인망 사업은 원래 모방기업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기 마련. 수백개에 이르는 치킨사업점이 한 예다. 하지만 노래방 내부를 디자인해주는 이 분야에선 아직까지 유사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창조적이라는 얘기다.◆ ‘알토란’ 3백개만 확장알토산업이 노래방 체인사업을 성공시킨데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첫째, 무엇보다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디자인이 차별화돼 있다는 점. 노래방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찾는 놀이공간. 하지만 모든 곳이 성냥갑처럼 네모 반듯하게 설계돼 있다. 기껏해야 조명에서 차이가 날 정도. 이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튀는 디자인을 짜내기 위해 약 10명이 컴퓨터로 갖가지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둘째, 기존 인테리어와 비용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점. 방이 10개인 노래방 실내장식을 하는데 평균 6천만원이 든다면 데몰리션으로 꾸미면 8천만원 가량이 든다. 30% 정도만 더 부담하면 손님을 끄는데 유리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추가 부담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자재를 자가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때문. 용인에 있는 3백평 규모의 공장에는 자동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밀하게 제작된 금형에 FRP를 주입시킨 뒤 형태를 만들고 도장한다.직접 시공하고 애프터서비스도 실시한다. 셋째, 인테리어가 이동식이어서 다른 곳에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 사정이 생겨 노래방을 다른 곳에서 개설하고 싶을 때 간단하게 분해 조립할 수 있다. 넷째, 철저한 상권 보장이다. 노래방이 전국에 3만개가 있지만 이중 1%인 3백개만 체인망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만일 목표대로 올해 2백개가 추가돼 모두 3백개의 체인망이 구축되면 체인점 확장을 중단할 생각이다.◆ 알토산업을 창업한 김용석 사장(29)은 나이에 비해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역경을 많이 겪은 기업인.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성남 성일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첫 직장은 서울 강남역 부근의 레스토랑. 웨이터와 주방장으로 일하다 태평양화학 식품사업부 대리점에서 건강식품 영업맨으로 뛰었다. 금성산전 대리점 영업사원과 호프집 종업원도 해봤다. 서울역 부근에서 리어카도 끌어봤다. 배고픔과 서러움이 겹친 밑바닥 생활을 맛봤다. 92년 동업으로 인테리어 업체를 차렸으나 실패하고 다시 직장 생활. 10여가지 일을 해본 뒤에 94년에 알토산업을 출범시켰다.◆ 주요 사업은 다방 레스토랑의 실내장식.성남의 한 건물 실내장식을 맡아 하던중 아예 자신이 건물 한쪽을 임차해 노래방을 꾸미기로 마음 먹은게 노래방 체인사업의 시발이다. 뭔가 다른 노래방을 꾸미기로 하고 디자인 연구에 들어갔다. 회사내에 환경미술사업부를 만들어 공상과학적 디자인 개발을 시작했다. 공장도 마련했다.사업 시기는 매우 나빴다. 외환위기가 터지고 모든게 움츠러들던 때였다. 몇달동안 수주가 없어 직원들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묵묵히 일했다. 심지어 몇몇 직원들은 집에서 돈을 구해다가 회사에 보탰다. 첫 노래방이 완성된 것은 작년초. 환상적인 분위기의 노래방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몇몇 노래방 업주들이 와보더니 시설 개체를 요청해왔다. 소문이 퍼지면서 불과 1년도 안돼 체인망은 1백개를 돌파했다. 어느날 갑자기 스타기업이 탄생한 것이다.영업사원도 없이 찾아오는 사람을 상대로 인테리어를 공급할 정도다. 이들 중에는 이미 데몰리션 노래방을 운영하는 사람도 여럿 있다. 사업성이 괜찮다고 판단해 3~4개 더 만들기로 한 것. 알토산업은 가맹비가 없다. 단지 인테리어 시설만 해준다. 올해부터 체인점당 월 10만원씩의 회비를 걷기로 했으나 강제성은 없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내 불우 청소년돕기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김사장 자신이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낸 만큼 이들을 돕는데 뭔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짜낸 아이디어다.『IMF가 터져 사업이 힘들 때 고생한 종업원들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월급을 6개월 동안 주지 못했는 데도 한명도 떠나는 사람이 없었어요.』가족같이 끈끈한 중소기업의 장점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김사장은 올해부터는 이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업이 번창하면서 이미 밀린 임금은 다 줬다. 이제부터는 종업원과 공동 번영하는 기업으로 키울 작정이라고 밝힌다. 올해 매출목표를 1백억원으로 잡고 있는 김사장은 『상업성과 디자인 기능성의 3박자를 결합시킨게 성공요인』이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할 실력은 없지만 「보는 눈」은 있는만큼 이미지를 잡아주는 일은 직접 한다.일단 노래방 사업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 또 다른 데몰리션 체인사업을 벌일 구상중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맥도날드가 햄버거 하나로 세계시장을 싹쓸이하듯 튀는 디자인 만으로도 얼마든지 시장 창출과 장악이 가능하다고 보는 그는 신규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를 구상하는 것 같았다.(02)588-5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