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에 참여하게 된 것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지난 40년간 연구기관, 정부기관, 산업계 등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대학을 만들 생각입니다. 아울러 이제까지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기부 등을 통해 대학사회에 기여했는데 앞으로는 몸으로 뛰며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총장직을 수행할 것입니다.』SK텔레콤 부회장직을 떠나 최근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서정욱 초당대 총장(65)은 기업인에서 교육자로 변신하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보람을 느끼고 깊은 정이 든 SK텔레콤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서총장은 새로 몸을 담게 된 초당대, 더 나아가 학계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사실 서총장은 그동안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로 꼽혀왔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서총장은 지난 40여년간 연구소와 정부, 기업을 넘나들며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그 사이 국방과학연구소장을 비롯해 한국전기통신공사 부사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과학기술처 차관을 두루 거쳐 지난 95년부터 SK텔레콤 사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말 부회장 자리에 올랐었다.국내 정보통신의 발전에 끼친 공로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전기통신공사 시절 전전자교환기(TDX)개발을 주도했고, 정보통신장비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일에도 심혈을 쏟았다. 우리나라 전화적체 해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기업인으로 변신해서는 SK텔레콤 사장 재직 시절인 지난 96년 1월 세계 최초로 CDMA방식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하기도 했다.이런 점에서 서총장의 변신은 다소 의아스럽다. 성장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아 보인다.◆ 인터넷 이용, 지역차 없어져『지난 1월말 초당대 김기운 이사장으로부터 총장 제의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이사장이 수십년간 직접 키워온 육림지를 둘러보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무를 아주 훌륭하게 키운만큼 육영에도 남다른 의지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SK텔레콤과 정보통신쪽 일은 후배들이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고 있고, 저의 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조언을 아끼지 않은 생각입니다.』서총장이 부임한 초당대는 신설 지방대다. 초당 김기운 박사가 자신과 자신의 기업(백제약품, 초당제약)을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 무안(전남)의 어려운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94년 개교했다. 학생수는 약 5천명쯤 되고 전자공학과 등 20개 학과가 설치돼 있다. 물론 지방에 위치해 있는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서총장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초당대는 분명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공간에서는 지역의 격차가 무의미합니다. 정보기술을 제대로만 이용하면 지방의 대학들이 학습, 교육, 연구 등 모든 면에서 중앙에 있는 대학들보다 앞설 수도 있다고 봅니다.』그러면서 서총장은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 직접 내려가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에서 지방의 어려움을 걱정해본들 무슨 실질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설명이다. 자신이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무안을 찾은 것도 이런 점이 작용했다며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