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기업 특성 맞는 인재 채용 초점 ... 아이디어맨 포상 혜택까지

그동안 우리기업들은 평균적이며 조직에 순응하는 인재를 선호해왔다. 대량생산이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시대엔 평균적 인재들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흔히 말하는 튀는 사람은 기업내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평균적 인물에 대한 선호도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학 4년간의 성적을 중시해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는 응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체 성적이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가차없이 탈락시켰다.영어 상식 국어 등으로 짜여진 시험과목도 천편일률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년 한번씩 공채를 실시해 수천여명의 응시생을 한곳에다 몰아넣고 지극히 단순한 입사시험를 치러 신입사원을 선발했다그러나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1세기 인재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고, 선호하는 인재상 역시 크게 바뀌는 모습이다. 특히 여러 분야에 조금씩 두루 능한 사람보다는 한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범용성 인재보다는 「끼」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얘기다.◆ 삼성, 다양한 경력 소유자 채용여기서 잠깐 「기업은 사람」이라는 모토로 경영을 해온 삼성의 사례를 살펴본다. 지난 2월 삼성은 인사 혁신 내용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변화된 인재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핵심은 범용적, 평균적, 순응 협조적인 인재로 대표되는 「삼성맨」을 키우는 그물형 채용를 버리고 「끼있는 인재」를 골라 뽑는 낚시형 채용으로 바꾼다는 것.실제로도 삼성은 최근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는 대졸 신입사원들을 여럿 뽑았다. 대학가요제 금상 출신자를 삼성생명 홍보팀 사원으로 선발했고, 신춘문예 당선자를 제일기획의 카피라이터로 발탁하기도 했다. 또 학교 성적은 떨어질지 몰라도 수학 과학 경시대회 입상자나 소프트웨어경진대회 수상자, 또는 디자인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우대했다.삼성 뿐만이 아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사원 채용 제도를 도입,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사실상 공채제도를 폐지하면서 각 기업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뽑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제일기획, LG 애드, 대홍기획, 상암기획 등 거의 모든 광고회사들이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시켜보는 등 「튀는 인재」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체 분위기 깬다’ 우려 시선도이랜드 등 의류회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파격적이다. 최첨단을 달리는 패션업종의 회사인만큼 공부 잘하는 모범생보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재를 찾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사무실을 벗어나 먹고 즐기면서 면접을 하는가 하면 옷 입는 센스를 알아보기 위해 면접 때 캐주얼한 옷을 입고 나오라고 주문하기도 한다.직장생활에서도 「끼」있는 사람들의 존재 가치는 날이 갈수록 빛난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연봉제를 채택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연봉제의 특성상 영업이든 기획이든 어느 분야에서라도 튀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이것이 승진과 급여에 그대로 연결되는 까닭이다.제일제당은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낸 직원에게 매출액의 1%까지 보상한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우고, 직장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역시 신기술이나 특허를 낸 직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전적 보상을 해준다.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은 건설 수주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최고 1억원까지 포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들 기업들 모두 아이디어맨에게 인사상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직장인들 사이에 부서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도 인사제도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부서가 새로운 유망부서로 떠오르고, 반면 인기 부서로 꼽히던 곳이 날개 잃은 천사처럼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부가 뜨는 부서의 대명사라면 일반 관리직은 지는 부서의 대표격으로 분류된다.하지만 기업들이 튀는 사람을 선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업내에 크고 작은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런 우려가 지나친 감은 없지 않지만 어쨌든 구성원들 사이에 이기주의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확산시켜 전체의 분위기를 깨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무현 한국기업문화연구원장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인재를 중용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조직 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사원들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이고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틀을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범진 삼성생명 신입사원"대학시절 음악활동이 합격 밑거름"지난 1월 삼성생명에 입사한 서범진씨(27). 평소 「끼」가 철철 넘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서씨는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고 삼성맨이 됐다. 신세대답게 톡톡 튀는 그의 행동과 대학 시절의 활동상이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삼성의 인사담당자들 역시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서씨야말로 삼성이 새롭게 요구하는 「끼」있는 인재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지원자가 너무 많아 합격을 자신할 수 없었지만 대학 시절 음악활동을 많이 한 것이 합격에 적잖이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던 것이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1차와 2차로 나누어 면접을 2차례 치렀는데 그때마다 면접관들이 음악에 대한 것을 많이 질문했다.』사실 서씨의 대학 시절 음악적 편력은 아주 화려하다. 96년 MBC대학가요제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받았고, 97년엔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대학내 남성합창단에서 줄곧 활동했는가 하면 아프리카로 음악 수집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여러 편의 연극에 출연했고, 창작뮤지컬 에서는 연기지도 및 합창 편곡을 맡아 일하기도 했다. 음악과 연극에 관한한 프로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서씨의 희망 직종은 홍보직이다. 입사지원서를 낼 때 홍보실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미 삼성생명 홍보실로 발령도 난 상태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최고의 홍보 전문가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홍보 가운데서도 PR쪽에서 일해보고 싶다. 음악과 연극 활동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험을 문화와 연결시키는 이벤트를 많이 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보험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