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총회 추가 감산 결정할듯 ... 국내 경기회복에 걸림돌

1997년10월 이후 하락하였던 국제유가는 올 2월까지 약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3월 들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는 양상을 보이면서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3월22일 빈에서 개최될 예정인 OPEC 정기총회에서의 추가감산 결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그동안 산유국들은 유가 약세 국면의 장기화로 원유수출 감소와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는데 최근 유가 회복 분위기는 이들 국가에는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에는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작년 국제유가는 WTI(미국 텍사스산 중질유)와 중동산 두바이 가격 등이 1997년말에 비해 40% 이상 폭락하였다. 특히 작년 12월초 한 때 국제유가는 OPEC의 추가감산 합의 실패로 인해 두바이와 브렌트가격이 지난 1986년 이래 최저치인 배럴당 9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또한 올 들어서도 전 세계적인 온난화와 재고물량 과다 등으로 유가의 약세국면은 장기화되는 추세를 보였다.그러나 3월 들어 국제유가는 소폭으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3월 OPEC 총회에서 추가감산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가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그동안 추가감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감산에 대해 긍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OPEC 주축인 중동산유국들이 저유가의 장기화로 국가경제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도 이번 총회의 추가감산 합의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다.이외에도 유가상승 가능성을 갖게 하는 요인들로는 현 유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아시아지역의 수요감소 추세가 올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과 공급과잉을 유발한 전세계적인 원유 재고량도 점차 적정 수준으로 조절될 것이라는 점이다.◆ 급등할 가능성은 희박앞으로 국제유가의 향방에 대하여 연구기관들마다 다소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3월 빈에서 개최되는 OPEC 총회결과가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EIA(에너지정보국)는 국제유가가 올해를 기점으로 아시아지역의 수요증가와 산유국들의 생산감소 등으로 2001년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주요 에너지 관련 분석기관인 미국 하와이 소재 동서연구소는 OPEC 총회에서 추가감산 합의가 순조로울 경우 국제유가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반면 현 유가수준이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CGES(세계에너지 연구센터)는 OPEC 총회 후 회원국들이 감산합의를 준수하더라도 작년 평균유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석유수요가 작년에 비해 1.4% 증가하는데 그쳐 원유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3월 OPEC 총회가 작년 11월과 같은 결과를 발생시킬 경우에는 국제유가는 올해말까지 현 약세국면을 탈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OPEC 회원국간에도 총회결과 이후 감산준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급등할 소지는 다소 적은 편이다.앞으로 국제유가는 3월22일 빈에서 개최되는 OPEC 총회의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계절적인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인한 재고과다 등으로 오름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OPEC 총회 결과 감산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유가는 다시 10달러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나라 총 수입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3% 정도인데 유가가 상승할 경우에는 물가와 무역수지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생산요소로 사용되는 원유의 가격상승은 생산비를 증가시키게 되고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유가상승은 국내기업의 수입대금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어 직·간접적으로 원유를 이용하는 국내제품의 원가상승을 유발한다. 이는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한편 원유가격 상승은 대외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가상승은 석유 소비국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원유 수입대금의 증가를 가져와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유가변동은 석유를 중간투입물로 사용하는 제품의 제조원가를 변동시키고 다시 이들 제품을 중간투입물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제조원가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유가의 변동은 국내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유가변동에 따른 제조원가의 변화폭은 해당산업의 투입산출 구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즉 해당산업 자체가 상대적으로 원유를 많이 사용하거나 또는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간투입물로 주로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원가의 변동폭이 커지고 그렇지 않은 산업에서는 원가의 변동폭이 작아지게 된다.◆ 유가상승시 원가상승 부담산업연관분석 결과에 의하면 국제유가가 15% 상승하는 경우 전 산업에 걸쳐 0.4%의 원가상승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유가상승에 따른 파급효과는 도입된 석유를 원료로 직접 사용하고 있는 석유·석탄 산업에서 가장 큰 7.9%의 원가상승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음식료품(0.03%), 섬유 및 가죽제품(0.10%) 등 경공업 제품은 비교적 원가상승 부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공업에 비해 중화학공업에서 원유의 재료비 투입비중이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이번 3월 OPEC 총회결과는 국제유가 향방에 가장 큰 변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전세계적으로 현 원유 비축재고량이 감산에 따른 공급감소분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년간 자국 판매유가에 세금을 부과하여 경제주체들의 국제유가에 대한 반응은 지난 석유파동기만큼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우리경제는 임금, 금리, 지가 등 생산요소 가격들이 안정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는 하나 생산비용에 차지하는 재료비 비중이 경쟁국들에 비해 높아 유가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늘고 채산성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상승은 직접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다시 내수부문의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물가상승으로 인한 원가상승 부담은 현재 생산요소 가격 안정으로 회복되고 있는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키게 되고 수입대금을 증가시키게 되어 기업의 자금사정도 다소 원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유가상승에 대비한 방안들을 강구하여 외적 충격을 최소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동에 편중되어 있는 원유도입선을 유럽과 중남미 지역 등으로 다변화하고 생산에 필요한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체별로 에너지이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부문의 시설투자 활성화 등 유가상승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나친 원유의존도를 탈피할 수 있는 산업구조의 재편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