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으면 상여금 최고 1천2백% ... 'TOP100' 선발, 명예 부여

최근 강도높은 인사개혁으로 주목받는 기업중의 하나는 현대전자다. 연봉제, 능력 위주의 승진, 사내 전문가 육성등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억대 연봉직원을 탄생시킬 예정이기도 하다.물론 이같은 변화는 일부 외국계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현대전자는 현재 국내 상당수의 업체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있다. 종업원 1만4천여명(LG반도체와 합병할 경우 2만3천여명)을 거느린 거대 제조업체라는 점과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사제도를 개혁해 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봉제= 97년부터 연구·개발직에 대한 시범 도입을 거쳐 99년1월부터 과장급이상 3천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에 들어갔다. 인재관리부의 강면 차장은 『이 연봉제는 다수 인력의 감봉을 통해 소수에게 고임금을 제공하는 제로섬 방식이 아니다』며 『전 대상자에게 기본적인 임금 수준을 보장하면서 추가로 재원을 확보,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플러스 섬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현재 연봉 3천5백만원을 받고 있는 간부는 2000년도 연봉산정 때 최고 1억5백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현대전자의 연봉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네가지 특징이 있다.첫째, 복잡한 임금구조를 기준 연봉과 인센티브의 두종류로 단순화했다. 각종 수당중 연월차 휴가 수당과 자격면허 등록수당을 제외한 모든 수당을 기준 연봉에 흡수한 것이다.둘째, 업적과 능력을 근거로 개인별 임금 수준을 결정한다. 연공적 요소인 직급별 호봉 및 정기승호제를 폐지하고 단일 연봉테이블을 설계, 직급별 초임만 운영한다. 승격자를 제외한 직원들은 인사평가에 의해 임금수준이 조정되며 근속연수나 가족수 등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된다.셋째,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으로 동기유발을 도모한다. 개인의 업적 및 집단의 성과에 따라 연구개발직은 기준 연봉의 2백%, 비연구개발직은 1백%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넷째, 급격한 전환에 따른 마찰을 최소화했다. 기준 연봉의 경우 생활 보장적 측면을 고려, 변동폭을 연간 10%내로 제한했다. 다만 실적이 극도로 나쁠 경우 기존 연봉에서 최고 20%까지는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 능력위주의 인사제도 = 철저한 목표관리제 및 평가결과의 공개를 골격으로 하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3년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우선 98년부터 승격연한을 폐지, 발탁인사를 가능케 했다. 인사평가 시스템에는 누적점수제를 도입, 하급자에 대한 상급자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았다. 그 결과 정보통신연구소의 문주희 수석연구원과 통신시스템본부의 한규석 차장 등은 새로 도입된 발탁인사제도의 수혜를 입게 됐다.또 직위와 직책을 분리함으로써 전문가를 키울 수 있는 길도 터놓았다. 표준직무분류를 통해 효과적인 과업관리와 직장내 경력관리, 직무급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연공서열보다는 해당 직원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느냐, 어떤 일에 전문성이 있느냐 등으로 인사기록카드가 재정리됐다. 분류 결과 직군은 9개, 직종은 65개, 직무는 2백51개로 나왔다.이같은 분류를 바탕으로 MBO(Manage-ment By Objectives)제도를 도입, 사내 전문가 발굴 및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제도는 개인의 업적과 능력을 별도로 평가함으로써 자질이 우수한 직원이 단기적인 실적 악화에 따라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또 작년부터 연구개발직을 대상으로 「톱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차세대칩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실적이 뛰어날 경우 최저 3백%에서 최고 1천2백%까지 추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작년에 6백%의 인센티브를 받은 메모리개발 연구소의 C씨(회사의 요청으로 성명은 비공개)는 다소 쑥스러워 하면서도 『회사측이 좋은 평가를 내려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현대전자는 이같은 개인포상외에 팀별 성과포상제도를 6개월 간격으로 실시하고 있다. 반도체칩 개발 등 연구프로젝트가 높은 성과를 올릴 경우 해당 팀에 최고 2억원까지 포상금을 주는 것이다.● TOP 100제도= 신라의 화랑도에서 착안한 것으로 업적이 우수한 직원을 6개월마다 직급당 1백명씩 선발, 회사발전을 선도하는 엘리트로서의 명예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연봉제 등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에 맞춰 자질과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킴으로써 업무능력 향상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TOP 100」에 선발된 직원들은 최고 경영층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능력주의에 따른 보상혜택도 누릴 수 있다.구체적인 지원내역을 살펴보면 △ 「TOP 100」 배지 부여 △ 각종 포상후보로 추천시 가점 부가 △ 연말 종합포상 후보자에 추천 △ 각종 사내 행사에 우선적 참여기회 부여등이다. 작년 하반기 인사평가에서 반도체생산부문의 「TOP 100」에 선정된 강문구 과장은 『각종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가 나를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이라며 『회사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현대전자는 이밖에 국내외 대학과 기업체 및 정부연구소 등에 전문 연구인력을 파견·육성하는 「리프레시 스칼라제도」를 99년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노화욱 인사담당 이사"임직원 대상 스톡옵션 곧 선보일 것"▶ 인사개혁의 목표는.반도체산업은 무엇보다도 우수한 인적자원이 포진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있다. 따라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회사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 그것이 목표다.▶ 뭔가 굵직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그렇다. 제조업체로는 처음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stock option)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 시행 방안은.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결정된 원칙은 임원은 모두에게 적용하되 직원들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정도이다.▶ 연봉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평가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 동안 잡음이 없었나.상사와 부하간 면담을 통해 연봉을 산정하기 때문에 전혀 부작용이 없다. 예컨대 면담을 통해 개인의 목표가 설정되면 상사는 업무가중치와 목표의 중요도 등을 감안해 평가를 한다.▶ 합병을 앞두고 있는 LG반도체 직원들이 다소 동요하고 있는데.현재 인사제도는 합병후 LG측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대로 불이익이 없을 것이다. 특히 LG측 우수인력에 대해서는 고용보장 뿐만 아니라 우리측에서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다.▶ 인사업무만 15년가량 해오면서 느낀 점은.변혁의 시대에는 창의성있는 인재가 절실하며 이 시대의 관리자는 악화와 양화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