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을 앞두고 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나들이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한층 늘어나 휴일이면 등산로가 북적댄다. 그러나 봄기운으로 아늑해 보이는 산이라도 실제 산행은 겨울산행과 다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봄산행에 있어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겨울산행과 다름없는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배낭은 가급적 조금 큰 것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미끄러운 산을 내려오다가 뒤로 넘어지더라도 배낭이 머리와 허리를 받쳐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땅이 녹아 질척거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방수가 잘되는 등산화를 신고, 배낭에는 보온병 랜턴 비상식량을 반드시 챙겨둬야 한다. 봄산행에서 만나는 잔설은 옷에 닿으면 금방 젖어드는 습설이므로 바지 아랫단이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패츠를 입는 것이 좋다. 또 산의 남쪽면이 봄이라도 북쪽면에는 잔설이 있거나, 산정에서 세찬 바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 방수방풍의나 여분의 옷가지를 챙기는 것이 현명하다.특히 녹아서 미끄러운 땅이나 양지쪽이라도 얼음땅이 그대로인 구설층이나 낙엽밑 등을 감안해 아이젠이나 지팡이 등 신체균형을 유지해줄 수 있는 도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단, 눈이 남아 있는 산에서 내려올 때에는 미끄러짐을 생각해 아이젠을 벗는 것이 좋다. 경사진 곳에서 급하게 내려오다가 아이젠으로 멈추려 하다가는 자신이 부상을 입거나 앞서가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등산중인 낮에는 땅이 녹아 질척대고 발이 빠지기 십상이라 그만큼 힘들다. 따라서 평소보다 보행속도를 늦춰 조심스럽게 산행을 해야 안전하며, 능선이나 그늘진 곳의 잔설을 주의해야 한다. 초봄의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지므로 산행중 힘들다고 아무 생각없이 나뭇가지에 의지했다가는 경사로에서 구를 수도 있다. 바위를 잡거나 밟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땅이 녹아 바위가 밑으로 쑥 빠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등산로 상태가 최악인만큼 산행코스를 잡을 때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북면이 정상이고 뜨는 해를 우측방향으로 했을 때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올라가고 남서쪽으로 하산코스를 잡는 게 좋다.낙석도 주의해야 한다. 겨울에는 흙속에 함유된 습기가 얼면서 부피가 늘어 그위에 얹진 돌을 뜨게 한다. 이런 돌들은 건드리기만 해도 굴러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낙석의 위험이 있는 지역을 지날 때에는 돌 아래쪽을 지나는 사람이 없다면 돌의 위쪽으로 지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등산중 돌이 굴러 내려오는 걸 발견하면 뒤따라오는 사람에게 재빨리 『낙석!』이라고 소리쳐 주의를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