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항제철은 IMF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외 연관산업의 극심한 불황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 11조1천3백77억원에, 순이익 1조1천2백29억원을 냈다. 경영실적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세계 제1위 철강업체 등극이다. 포철은 지난해 모두 2천5백58만t(조강기준)의 철강을 생산,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세계 1위 철강생산업체로 부상했다. 30여년만에 세계 최대 철강생산업체로 우뚝 선 것이다.포철의 세계 1위 등극에는 수출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일본제철은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와 미국,유럽의 통상압력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은 포철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포철은 해외 전략수요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서남아,중동등 원거리 신시장을 개척하는등 공격경영을 펼쳐 이를 만회했다. 수출드라이브 성공은 국제철강시장에서 신일본제철을 누를 수 있는 경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이런 경영성과는 해외언론으로부터 먼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 타임즈」지가 포철을 세계 철강사중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했고 홍콩에서 발간되는 「아시안 비즈니스」지는 위기대처능력, 아시아경제기여도등 4개부문에서 포철을 1위기업으로 선정했다. 포철의 움직임 하나 하나는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의 주목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그렇다면 포철의 저력과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우선 제철보국이라는 강인한 기업문화를 꼽는다. 이 기업문화의 핵심은 「우향우정신」이다. 포항 1기 설비건설 당시 모든 임직원들은 제철사업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경우 건설현장 오른쪽에 있는 영일만에 투신한다는 각오로 임해 공기를 대폭 단축했다.이런 정신은 고로설비 확장에도 이어졌고 오늘날 세계적 철강업체 도약 발판이 된 광양제철소 건설당시 절정을 이뤘다. 4백60여만평의 갯펄에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가며 첨단 제철소를 건립하게 된 것은 우향우 정신에 뿌리를 둔 강한 기업문화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강인한 기업문화와 더불어 경제적인 공장건설도 세계최고 경쟁력의 원천이다. 포철의 조강 t당 건설단가는 포항 4백22달러, 광양 7백52달러등 평균 6백3달러수준이다. 포항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브라질 투바라오제철소의 7백달러나 대만 CSC 제철소 1기의 6백67달러에 비해 월등히 낮다.92년 완공된 광양제철소 건설단가도 대만 CSC 4기 1천56달러, 미국내 일관제철소 평균 건설단가 8백74달러에 비해 휠씬 낮은 수준이다. 완벽한 경쟁력을 갖추고 출발을 한 셈이다.세계 최고의 경쟁력은 기술자립을 조기에 확보한데서도 찾을수 있다. 선진 철강업체들은 80년대들어 포철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을 해나가자 기술이전을 노골적으로 기피했다. 이에따라 포철은 77년 기술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포항공과대학(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87년)을 잇달아 설립해 산학연 기술협동체제를 구축, 자체 기술력을 축적했다. 지난 96년부터 종업원 1천명당 특허출원 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인 끝에 96년 1백6건을 기록, 신일본제철(1백3건)을 추월한 것은 이런 기술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올해 포철은 경영환경이 중대변화를 하게된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포철이 어떤 경영시스템을 갖든 세계 최고기업 위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인한 기업문화를 중심축으로 한 경쟁력 배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