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프로그램, 리눅스 인기 급상승... IBM·오라클 등 지원군 확산

실리콘밸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면 십중팔구는 새로 개발된 기술을 알리는 모임이다. 하지만 지난달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소프트(MS) 사무실 근처에서 수백명이 모인 이유는 MS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MS가 대부분의 개인용 컴퓨터에 윈도가 설치돼 있다는 이유로 거의 세금에 가까운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환불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앞으로 이런 움직임은 그리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리눅스는 기업의 내부 프로그래머들이 아닌 개인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가장 성공적 소프트웨어의 하나다. 이처럼 무료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공개(open-source)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MS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업계의 오랜 관행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인포믹스 오라클 등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최근 리눅스용 제품을 출시했다. 이때문에 리눅스의 서버 운영체제 시장점유율은 세배나 증가했다. 리눅스 사용자는 7백50만∼1천만명이나 된다. 리눅스는 이달 중 IBM에서 지원하는 또다른 프로그램이 나오면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리눅스의 성과는 공개 소프트웨어가 갖는 이점을 잘 설명해 준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도 자바(Java)와 지니(Jini) 기술에 다양한 공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또 유닉스 운영체제인 솔라리스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을 고려 중이다. IBM은 이미 E-메일 S/W를 비롯한 몇몇 제품이 공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미국 법무부도 MS와의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PC 운영체제 시장의 MS 독점을 끝내기 위해윈도를 공개 프로그램 같은 성격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인터넷은 이런 종류의 프로그래밍이 번창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이 없다면 서로 다른 나라의 수천명이나 되는 개인 프로그래머들이 협력해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은 그들의 작업결과물을 거의 공짜로 어디든 통용시킬 수 있게 해 준다.인터넷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아주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공개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곤 한다. 유명한 웹사이트 야후!는 아파치라는 공개 웹서버 프로그램에 프리BSD라는 공개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또 프로그램언어 펄(Perl)도 공개 S/W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학술적 성격 강해공개 소프트웨어는 창조적인 무질서의 산물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는 실제적인 명령의 조합인 「소스코드(source code)」를 우선 만든다. 그리고 나서 이것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이진(binary)코드로 번역한다. 이런 편집과정을 역으로 유추하기는 매우 어렵다. 업체들은 소프트웨어의 바탕을 이루는 이 과정을 밝히지 않고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마치 코카콜라가 그 제조비법을 밝히지 않고 음료를 판매하는 격이다.컴퓨터 보급초기의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소스코드를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초창기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기능을 계속 향상시켰고 이 성과를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했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MS같은 기업들은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유화했다. 소스코드를 밝히지 않은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은 아주 큰 이익이 남는 장사가 됐다.공개 프로그래밍은 사업이라기 보다는 학술적 면이 강하다. 이론과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해 훌륭한 과학을 탄생시키듯, 공개된 코드는 보다 좋은 소프트웨어 탄생의 밑거름이 된다. 프로그래머들은 돈보다는 평판을 더 중요시한다. 통용중인 프로그램의 다음 버전을 담은 패치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주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금전적인 보상도 커진다. 공개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판매하는 오랠리 어소시에이츠는 아파치 개발자 브라이언 벨렌도프와 펄의 창시자 래리 월을 채용했다.독특하기까지 한 이 시장은 대개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이 이끌어간다. 리눅스의 설립자인 라이너스 토벌즈 같은 「선의의 독재자」가 프로그래머들의 행동방향을 대부분 제어하고 있다는 말이다.공개 프로그램의 상황을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이란 관계로 가장 잘 비유한 에릭 레이먼드는 독점적 소프트웨어를 상용으로 개발하는 특정 업체를 「성당」으로, 여러 개인 프로그래머들이 무질서하게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또 개선시키는 마당을 「시장」으로 설명한다. 그는 독점적 프로그램 모델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사례로 MS의 윈도2000을 꼽는다. MS는 이 제품의 출시를 계속 늦추고 있는데 버그를 계속 손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와 대조적으로 시장에서 만들어진 리눅스는 여러 프로그래머들의 손을 계속 거치기 때문에 신뢰성과 품질면에서 우수한 운영체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상이며 융통성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것을 사용하는 업체도 기일을 어기기 일쑤인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의 프로그램 출시스케줄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게 됐다.그러나 결점도 있다.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소스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타당한 이유도 있다. 프로그래머들 역시 IBM이나 선같은 회사들과 일하는 데 별로 열을 올리지 않는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상업적 활동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을 놓고 벌어지는 개인간의 갈등이 회사의 소멸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터넷 뉴스그룹으로부터의 인기만을 믿고 여기에다 회사의 운명을 맡기려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소프트웨어 공개하는 추세칼데라 레드햇 S.u.S.E 등 많은 서비스 회사들이 리눅스 이외의 공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센드메일(Sendmail)의 에릭 올맨도 공개소프트웨어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회사를 세웠다.아주 떨떠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들 중에도 자체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넷스케이프가 지난해 3월 자체 웹브라우저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프로그램을 여럿이 공유하는 것을 허용했다.이와는 좀 다른 문제점도 생길 수 있다. 자신들이 내놓은 프로그램을 MS 등 다른 업체들이 채갈까 하는 우려가 아니라 공개 프로그램의 개선된 버전들이 호환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다. 누구든지 자바와 지니의 소스코드를 내려받아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발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코드와의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현재로서는 개방형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상과 같은 논의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른 시점일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공개는 이미 정착된 경향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결국 고속도로 운영구조와 비슷하다. 운영체제와 네트웍구축기술 등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인프라는 대체로 공공적인 것이고, 여기에다 지원과 훈련 등의 각종 서비스와 특화된 응용부문은 개인에게 판매되는 자동차 등에 비유된다.「Hackers rule」 Feb. 20th,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