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변화의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글로벌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고 할 수 있다. 정치 경제 법률 문화 등 전영역에 이르기까지 통용되는 하나의 표준으로서 글로벌스탠더드가 날로 확산되어 전세계를 지구촌 공동체로서 급속히 통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를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외국언론들은 수차례 한국경제의 위기 불감증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글로벌화와 로컬화의 동시적 실천을 이행하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그 지적의 요지였다.지난 일이년 동안 우리가 수없이 부르짖어온 「구조조정」에 대한 주요한 방향도 그러한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올바른 의미의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경우, 인력과 조직의 축소나 사업퇴출 등이 아니라,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새로운 경영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경쟁전략의 일환이어야 하는 것이다.국내의 한 전문가는 『한국, 일본, 동남아 경제의 위기는 아시아적 표준이 서구 표준에 밀린 결과이며 아시아에 글로벌스탠더드가 침식해 들어오고 있음을 알리는 사건』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IMF체제하에서 우리는 혹독하다 할 정도로 국제기준을 강요받고 있는데, 그 요체는 <경쟁력 designtimesp=18219>과 <투명성 designtimesp=18220>으로 대별할 수 있다. 구조조정, 재벌개혁, 금융개혁, 회계제도 개선 등 최근 엄청난 진통을 겪으며 진행되고 있는 숱한 사안들이 모두 서구식 가치와 경제질서 즉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르기 위한 진통들이다.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이것은 예컨대 유교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중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개발독재의 합리화 등이라 하겠는데, 좌우간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서구적 가치기준에 밀려 아시아적 가치가 급격히 퇴조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글로벌스탠더드가 「공정한 경기규칙」을 일컫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전통적 가치체계 중에서 취약했던 사항이다. 지금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분명한 것은 어떻게 새로운 가치문화를 수용, 적용하면서 우리의 것과 조화롭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진정한 발전은 보편적인 세계문화와 한국문화의 독자성을 조화시키는 데 있으며, 한국적인 가치와 글로벌스탠더드를 어떻게 접합시킬 수 있는지가 한국경제의 도약의 관건이라 하겠다.우리가 세계 무대에 진출하고 세계를 우리나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국제규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전체적인 틀은 국제규격을 충실히 따르되 한국 고유의 것을 적용하고 독창적으로 재구성하는 일 또한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창조적인 차별화야말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전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IMF체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그동안 우리가 유지해온 과거의 관리방식으로는 더 이상 우리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난 2월 중순 발효된 해외뇌물방지법은 「반부패 라운드」의 출발을 알리는 서장이다.최근 전경련에서는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하고 투명경영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세계와 호흡을 같이 하는 기업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결의를 다지며 기업윤리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각 기업들이 글로벌스탠더드의 하나인 반부패 라운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환경하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새로운 Identity를 받아들이고, 세계인과 함께 공존공영하는 글로벌한 철학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