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5월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개설과 함께 서막을 올렸던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최근의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일환율변동 제한폭」이라는 든든한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안주해 오던 우리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긴박했던 외환위기 상황으로 순식간에 환율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이는 개방화시대의 위험관리 수단으로서 파생금융상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비록 역사는 짧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형태의 파생금융상품이 거래되어 왔다. 외형적인 면에서도 눈에 띨만한 성장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규제환경하에서의 단순 경영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가들의 인식 부족과 파생금융상품 취급에 관한 노하우 부족으로 인해 아직 거래규모는 선진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규모이다. 파생상품이 지니고 있는 유용성이나 위험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에 따른 폐해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파생상품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몇가지 사항을 집고 넘어가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첫째,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목적을 분명하게 설정하는 한편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파생금융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등 종래의 현물거래로는 불가능했던 리스크 헤지나 소액의 증거금만으로도 대량거래를 할 수 있는 지렛대(Leverage)효과, 단순한 거래형태 등 다양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한 형태의 상품일지라도 상당한 위험이 내재되어 있어 거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대책이 없을 경우 예기치 못했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둘째, 파생금융상품 개발 및 거래의 활성화에 대한 연구에 있어 금융기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그동안 우리 금융기관들은 선단식 경영체제하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업무에 치중한 결과 파생금융상품과 같은 첨단 금융상품 개발에 등한시했다. 그 결과 최근 환율, 금리변동위험 관리수단에 대한 수요급증에도 불구하고 원화 관련 헤지상품으로는 단기 선물환위주의 거래 양상을 보일 뿐이었고 장기선물환, 옵션, 장기통화스왑, 장기금리스왑 등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 금융기관은 과거의 소극적인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몫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습득한 선진금융기법을 바탕으로 원화관련 파생상품을 적극 연구 개발?도입해야 한다.셋째, 보다 안정적인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위한 철저한 내부통제 및 제도적인 안정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관리기준의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한도액 설정이나 수시 점검, 정보시스템의 구축, 해외 영업점과 본부를 연결하는 자동 한도관리 및 위험관리체제 등 철저한 내부통제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에 야기될지도 모르는 파생상품거래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아울러 증권거래소나 선물거래소 등 감독기관들의 위험축소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강구되어야 한다.이제 우리 기업체와 금융기관에 있어 위험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이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무한경쟁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파생금융상품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