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작업하면서 전화 받을 수 없을까" 궁리끝 개발 ... 국내외서 '인기'

지영천 YTC텔레콤 사장(39)은 아이디어 하나로 2년만에 1백억원의 돈방석에 올랐다. 누구는 열심히 일해도 구조조정과정에서 퇴출당하고 누구는 짧은 순간에 백억대 갑부로 변신하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푸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최근 벤처캐피털인 KTB는 YTC텔레콤 주식을 주당 4만9천원에 인수했다. 액면가 5천원의 거의 10배에 이르는 가격. 벤처캐피털은 IMF사태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에 몸을 사려왔다. 워낙 부도가 많은데다 가동률이 떨어지다보니 겁이 났기 때문. 따라서 더욱 철저히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사업성 기술력 마케팅 능력에서 사업가의 됨됨이 습관 집안 배경에 이르기까지. 이런 조사 끝에 무려 10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주식 일부를 인수한 것은 YTC텔레콤의 미래가치에 그만큼 높은 점수를 줬다는 얘기다.지사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발행주식 30만주의 80%. 이를 KTB인수가격에 대입시켜보면 줄잡아 1백억원이 넘는다. 지금 당장 현찰을 손에 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로 평가받고 있으니 자산을 모은 것이나 진배없다.지사장은 신데렐라다. 불과 1년전만해도 자금이 없어 쩔쩔 맸다. 하지만 지금은 순풍에 돛단 배. 단지 한개의 아이디어상품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기도 하다.그가 사업화해서 작년 중반 출시한 초소형 전화기(일명 사오정전화기)는 지난해 불과 몇달만에 4백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올해 목표는 3천만달러. 지역은 미국 일본 유럽 방글라데시 남아프리카공화국등. 이중 미주와 싱가포르는 삼성물산을 통해, 유럽은 삼양사를 통해 수출한다. 일본은 직수출한다.일본에서 이 회사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는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인 후지쓰. 나리타공항에서 아키하바라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제품을 전시해 놓고 팔고 있다.후지쓰는 YTC텔레콤과 거래를 트면서 자존심이 무척 상하기도 했다. 종업원 30명에 이름도 없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거래를 하기 위해 니쇼이와이 도시바와 경쟁을 벌여야 했다. 선금 5만달러를 무조건 송금하고 나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화기 외부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문구를 삽입하게 된 것도 스타일 구기는 일이었다. 일본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에 관한한 자국제품이 최고라는 생각에 젖어 있다. 또 수입품 외부에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따라서 후지쓰는 자기네 상표만을 부착해 팔려고 했으나 YTC측 요구를 수용해 결국 한국산이라는 표기를 삽입했다.◆ 수출한 상품 ‘한국산’ 명기 요구하지만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땀과 눈물의 결실이었다. 창업 준비 기간을 포함해 현재까지 3년동안 단 하루밖에 쉰 적이 없다. 기술개발을 위해 창업 멤버와 밤샘작업을 밥먹듯 했다. 자금이 달려 발을 동동 구르는 초조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작년에 제품을 개발했을 땐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샘플 제작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돈이 없어 가까스로 긁어모은 돈으로 5천개를 만들어 뿌렸다.지씨는 원래 조선대 약학과를 나온 약사. 졸업후 백제약품에 근무하다가 약국을 개업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약에 관한 전문지식을 살려 환자를 돕는다는 보람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환자의 70%는 스스로 결정한 약품을 사갔다. 내가 「약사」인가 「약장사」인가 하는 갈등을 겪은 것은 이 때문.약국을 그만둔 뒤 나선 분야는 무역회사. 섬유무역을 하는 중소업체에 취직해 스웨터 재킷을 수출했으나 이미 끝물이었다. 그뒤 포장업에 진출했다. 집안에서 도정공장을 하고 있었기에 1차 식품포장에 눈을 뜬 것. 유럽전역을 다니며 기술을 익혔고 이런 과정에서 컴퓨터에 눈을 떴다. 포장자동화는 컴퓨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던 것. 컴퓨터 지식을 활용해 이번에는 학습용 멀티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단 선진화 사업에 납품하기 위해 학습용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각 학교에 납품했다. 순탄하던 사업은 대기업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벽에 부닥쳤다. 자금과 조직력에서 현저히 열세인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란 어려웠다.뭔가 돌파구를 찾던중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초소형 전화기. 밤새 컴퓨터작업을 할 정도로 멀티미디어사업은 개발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중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작업 리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양손으로 컴퓨터작업을 하면서 전화를 받을 수는 없을까. 동료 6명이 아이디어를 모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워낙 초소형제품을 목표로 삼다보니 이에 알맞는 부품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부품업체에 제작을 의뢰해 9개월여만에 제품을 완성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해외에 이런 제품이 있는지 알아봤더니 전혀 없었다. 상품화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자 특허를 출원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했다. 이게 불과 1년전인 작년 4월.이제 제품을 개발했고 판매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여유돈이 거의 없었다.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느냐 아니면 독자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느냐의 기로에 섰다. 여기서 지사장은 결단을 내렸다. 대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하면 우선은 편하겠지만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이에따라 혼자힘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소비자 반응이 좋은게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큰 힘이 됐다. 대신 현금 판매를 실시했다. 온라인으로 입금되는 분에 대해서만 납품했다. 또 기존 전화기 판매대리점은 철저히 배제한채 새로운 유통채널을 구축했다. 이런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특히 제품 내용이 언론을 타기 시작하면서 구입 문의는 쇄도하기 시작했다. 대학로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전시를 하는 등 각종 이벤트 행사를 곁들인 것도 도움이 됐다.『성공요인은 크게 세가지라고 봅니다. 우선 소비자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적기에 내놓은 것이지요. 두번째는 언론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론 해외시장에 일찍 눈을 돌린 것입니다.』지사장은 이제 선진국시장 석권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초소형전화기에 만족하지 않고 몇가지 신제품을 선보이며 아이디어로 무장된 벤처기업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02)3453-7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