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채용ㆍ상품 개발 등 한국적 틈새시장 공략

「국내은행은 적자, 외국은행은 흑자」지난 98년 국내 은행업계에 나타난 판도변화다. 금융감독원은 3월3일 국내 일반은행들이 98년에 14조4천8백30억원의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국내에서 영업중인 12월 결산 외국은행 지점들은 5천7백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금융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외국은행들도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48.3% 감소했으나 국내은행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외국은행중에서도 씨티은행은 1천1백9억원의 이익을 내 97년에 이어 선두를 지켜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렇다면 외국은행의 성공요소는 과연 무엇인가. 씨티은행은 우선 「글로벌 성장기업 전략(Global Growth Company Strategy)」을 든다. 씨티은행은 일찍부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어 왔다. 다른 은행들이 해외영업의 수익성 악화로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씨티은행은 그 지역에서 쌓은 고객과의 관계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점포망과 조직을 유지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최근 국내에서도 점포수를 줄이는 국내 은행들과는 달리 점포 및 업무를 확대시키고 있다. 올해안에 적어도 분당 일산 상계지점 등 3개지점을 더 설치하기로 확정했다. 현재 국내 점포수는 11개로 외국계은행 중 가장 많다. 이러한 점포증설 움직임은 그동안 고수해온 고소득자 중심의 영업을 벗어나 마케팅 타깃을 중산층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케팅 타깃 중산층으로 확대둘째, 「성공의 이전(Success Transfer)」 방식이다. 한 지역에서 거둔 성공은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한 지역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경영기법이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씨티은행은 「공유된 비전(Shared Vis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 어느 지점에서나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충족시키는 것을 경영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엄경식 씨티은행 마케팅 담당차장은 『한국지점은 문화가 비슷한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금융상품이나 경영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셋째, 「토착화 은행 전략(Embedded Bank Strategy)」이다. 씨티은행은 지역문화에 친숙한 은행을 만들기 위해 진출국가의 현지 전문가를 채용, 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해당지역의 조직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한데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이다. 진출국가의 고위 간부로는 정부나 재계에 잘 알려진 현지인을 선임하고 있다. 또한 사회 각계와의 광범위한 교류와 마케팅 촉진을 위해 국제문제 전문가와 현지 전문가를 동시에 고용, 해당지점의 토착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 금융상품도 현지사정에 적합한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씨티은행이 내놓은 「내집마련 더블대출」이란 신금융상품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한국의 독특한 틈새시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씨티은행의 엄차장은 밝힌다.현재 씨티은행은 세계적 차원의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객들로 하여금 전세계 어느 씨티은행 지점에서도 「항상 똑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씨티은행은 첨단 일렉트로닉 지점(Electronic Branch)의 개설을 비롯, 인터넷 등 PC를 이용한 홈뱅킹서비스와 폰뱅킹 서비스를 강화, 고객과 만나는 채널을 보다 다양하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