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꼽히는 잭 웰치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특별 강연을 하는데 질문이 많다. 누구나 조금만 의심이 생기면 아무 때나 자유롭게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하는 사람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는 회장도 기꺼이 대답을 한다. 미국인들이 세미나를 할 때 서두에 늘 하는 말은 『의문이 있으면 주저치 마시고 아무 때나 저를 방해해 주세요』이다. 그런 말을 안 하더라도 의문이 있으면 서슴지않고 질문을 하거나 반박을 한다. 우리 같은 외국인이 미국인을 상대로 세미나를 할 때 어려움이 바로 이런 자유스런 질문이다. 발표하는 것이야 열심히 준비해서 말하면 되는 것이지만 언제 어떤 형태의 질문이 튀어 나올지 모르니까 긴장이 된다. 자연히 자신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완벽한 준비를 하게 된다.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미나나 학회에서 예정에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학계의 선배나 원로가 점잖게 발표하는 자리에서 질문을 하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의문이 있어도 예의를 갖추고 상대방의 심기를 잘 헤아리면서 잘 포장해서 질문하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 때나 의문이 있다고 불쑥 질문을 하다가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받기 쉽상이다. 따라서 자유스런 토론의 장이 열리기 어렵다.미국에서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교수를 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교수를 하다가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교수처럼 안정되고 존경받는 사람이 웬 딴 직업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교수 노릇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종신계약(tenure)을 위한 여러 난관이 있다. 기본이 되는 강의 능력은 물론이고 연구 능력과 프로젝트를 따오는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 종신계약 교수가 되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수업시간 중의 자유로운 질문은 물론이고 매학기 실시되는 학생들의 평가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이상해도 넘어가고 의문이 있어도 수업후에 조용히 질문하는 그런 배려가 없는 문화다. 의문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아무 때나 물어보고 자신의 생각도 거침없이 말하는 자유스런 분위기다. 완벽한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존경은 커녕 망신만 당하기 쉽상이다.자유로운 비평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학문도 다듬어지고 못보고 지나갔던 문제점도 볼 수 있다. 비평을 통해 이른바 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쌍방향의 대화식 강의가 훨씬 생산적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품질 좋은 이론과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우리들의 어색하고 딱딱하고 자유롭지 못한 문화는 말 못하고 생각 못하는 사람들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우리 대학생들은 조용히 수업받고 숙제하고 시험보는 그런 과정에는 능숙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과제를 정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형식에는 고통스러워한다. 지식과 생각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자극하고, 자극받으면서 깨우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얘기하고 듣는 문화에 더 익숙하다. 우리가 엄청난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까지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떤 질문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대답하기, 일방 통행보다는 쌍방 통행식의 토론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ibshkt@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