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는 대표적 주력사업이자 알짜배기인 조선부문을 해외에 팔기로 했다. 그룹의 「얼굴」이면서 외국 손님을 맞기 위한 「사랑방」으로 활용하던 힐튼호텔도 주식의 상당 부분을 매각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34개인 계열사 수를 연말까지 6~8개로 줄이기로 했다. 역량을 집중해 자동차전문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다. 김우중 대우 회장이 지난 19일 직접 발표한 「대우 구조혁신 방안」의 골자다.그는 이날 방송사들이 생중계를 하는 등 요란한 속에서도 담담하게 발표문을 읽어 나갔다. 이번 계획은 『기존 것엔 없던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라며 새로 9조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말 제일은행에 제출한 계획에 담긴 29조원을 합하면 대우는 연내 모두 39조원을 확보해 부채 상환에 쓰게 된다.대우의 구조조정 계획은 이날 발표 직후 정부와 금감위 등이 「매우 혁신적」이란 평가를 내릴 정도로 폭과 내용면에서 충격적이었다. 대우 관계자는 『더 이상 새로운 계획을 세울 필요없이 이제 실천만 남았다』고까지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계획대로라면 연말엔 대우 계열사는 많아야 8개만 남는다. 자동차 관련 4개사인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판매 대우자동차부품통합사(가칭) 대우할부금융 등과 (주)대우 대우증권 경남기업 대우중공업(공작기계부문) 뿐이다. 이나마 경남기업과 중공업 등이 정리되면 자동차 관련 4개사와 (주)대우 대우증권 등 6개사만 남는다. 왜소한 소그룹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대우의 「확장 신화」가 접히는 셈이다.◆ 부채비율, 올연말 1백50%까지 떨어져대우가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것은 대우의 구조조정 실적이 5대그룹중 가장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주력 계열사의 출자전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표 직전까지 대우를 둘러싼 루머는 극에 달했다. 심지어 「해체 시나리오설」까지 돌기도 했다.대우는 지난해 GM(제너럴모터스)과의 전략적 제휴에 매달리다 시기를 놓쳐 이번 계획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총규모가 75억달러나 되니 그럴만도 했다. 김회장은 『지난해 8, 9월 GM의 휴즈 국제담당 사장이 내한해 75억달러를 투자키로 거의 합의했으나 이후 여러 사정으로 성사되지 않는 바람에 구조조정 일정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이 협상만 잘 됐으면 조선을 해외에 팔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그렇다고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우는 이번 구조조정계획 발표를 통해 무역((주)대우)과 금융(대우증권)이 지원하는 「자동차전문그룹」이라는 새 비전을 내놓았다. 구조조정을 새로운 「승부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대우는 이미 2, 3년전부터 세계경영의 구도를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했기 때문에 국내외 비즈니스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포트폴리오도 이미 짜여졌다. 조립(대우자동차) 판매(대우자동차판매) 부품(부품통합 1개사) 판매금융(대우할부금융) 등 4개사를 축으로 하는 구조다. 수출은 (주)대우가 맡고 자금문제는 대우증권이 풀게 된다. 계획대로 자산매각 등이 완료되면 대우의 부채비율은 올연말 1백5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재무구조가 견실한 업체로 새롭게 무장하는 셈이다. 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일생의 마지막 사명감으로 추호의 사심도 없는 무욕(無慾)의 자세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시련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김회장의 「승부수」가 어떻게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