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 중심의 보수파 견제 극심 ... 연내 위안화 절하 가능성 적어

수상 취임 2년째에 접어든 주룽지가 추진하는 3대 개혁(국유기업개혁, 행정개혁, 금융개혁)은 21세기 중국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인원삭감 등의 고통을 수반한다. 실제 중국의 실업자수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그러나 개혁의 성과는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다. 1999년 1~3월기에 국유기업 전체의 수익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그는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밀수 단속을 강화했다.실업자대책에 대해서는 강온양면책을 사용한다. 반체제운동으로 달리는 자유노조의 노동자는 철저하게 체포하는 한편 해고된 노동자가 국유기업의 잉여시설을 사용해 생산하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실업자 수당은 물론 국유기업의 내부독립, 공장의 독립에 정부가 지원금을 내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여기에다 중국기업의 70%를 차지하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융자 규제와 수출규제 등의 차별적 조치를 폐지했다. 국유기업 개혁에 수반되는 실업자 흡수창구로서 민간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주룽지 개혁이 진정으로 성공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 경기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파가 WTO(세계무역기구) 가맹문제와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대만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며 주룽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주룽지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것은 보수파가 손을 잡은 다음 군부를 끌어들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다만 이제까지의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렇게 될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인민해방군과 관련해서는 주룽지의 단속 강화에 따라 군의 자금원인 밀수가 어려워져 불만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다만 군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장쩌민 주석이고, 장쩌민-주룽지가 힘을 합치는 한 군부에 의한 개혁비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강하다.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주룽지에 대해 반대파 세력은 분명히 역부족이다. 지금 단계에서 적어도 주룽지 개혁이 방해를 받아 좌절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7% 성장 실현 가능할까98년의 중국경제는 기록적인 대홍수와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아 실질 GDP 성장률은 7.8%였다. 올해 중국정부는 7% 전후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데는 크게 두 가지의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경제의 견인차였던 수출과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시원치 않은 것이다. 지난 1~3월간의 동향을 살펴보면 수출과 해외로부터의 투자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13.7% 씩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7% 성장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7% 성장 달성의 전제가 되는 투자, 소비, 수출에 대해 각각 분석해보자. 투자에 대해서는 99년의 전사회고정자산투자(전경제부문 투자의 총계)의 증가율은 정부목표치인 12% 전후를 상회, 약 16%가 될 전망이다. 교통과 수리시설 등의 인프라 투자에 당초의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공공사업이 경기를 견인해 갈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국유기업 뿐이고 민간기업은 저조하다. 그런데다 국유기업마저 잉여시설이 많아 신규투자의 여유는 그다지 많지 않다.해외로부터의 투자도 99년은 전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에 따라 아시아 각국으로부터의 투자가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이제까지 견고한 신장세를 보여왔던 유럽과 미국에서의 투자도 코소보문제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소비에 대해서는 도시지역에서는 국유기업 등의 구조조정에 따른 인원삭감때문에 시민들 소비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농촌 지역에서는 지난해 이후 융자확충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취해졌지만 99년 1월~3월 사이의 소매총액 신장률은 7.1%로 오히려 도시지역의 7.6%를 밑돈다.다만 주택부문의 신장은 기대할만 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내수확대책의 일환으로서 주택 대부를 확충시킬 방침이다. 주택수요의 확대는 가전제품과 가구 등의 수요확대에도 연결된다. 이에 따라 99년의 소비재 소매총액 신장률은 지난해의 9.7%를 상회해 10%대를 넘을 전망이다.수출과 관련해서는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는 아시아 시장 대상 수출이 98년과 비숫하고,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여기에다 98년의 수출을 견인한 미국과 유럽 대상 수출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의 수출 신장률은 지난해의 0.5%를 밑도는 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절하 가능성 있을까97년의 통화위기로 아세안 각국의 통화가 하락하고, 중국경제의 견인차인 수출 신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위안화 절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중국의 수출 신장률은 98년 7월~9월기부터 전년 수준을 밑돌고, 같은 해 10~12월에는 마이너스 7.2%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올해 1~3월기에는 마이너스 7.9%로 낙폭이 커졌다. 94년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통일하면서 대 달러 환율을 1원(元)=0.174달러에서 0.116달러로 33.3% 절하했을 때 수출 신장률은 93년의 8%에서 94년은 31.9%로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위안화를 절하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시킨다고 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할까.위안화 절하는 미-중국 무역마찰을 격화시키고, 중국의 대외채무(98년 기준으로 1천4백억달러)를 부풀리게 되어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절하에 따른 메리트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가공무역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위안화의 절하는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높이지만 한편에서는 원재료의 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에 완성품 가격의 인상을 초래한다. 위안화 절하에 의한 가공무역의 수출촉진 효과는 적을 것이 확실하다.그렇다고 위안화 절하가 진행될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기는 힘들다. 올해에 수출이 개선되지 않으면 무역수지가 대폭 악화돼 외자기업과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는 위안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위안화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중국 투자붐 끝났는가98년의 대중국 투자는 4백56억달러로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고, 이 가운데 일본으로부터의 투자는 32억달러로 전년 대비 27%나 떨어졌다. 게다가 NEC의 반도체 공장(상하이) 투자 등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투자의 대부분은 현지기업에 대한 증자다.99년 1~3월 사이 일본에서의 투자 역시 저조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4%나 줄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일본 기업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조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자를 유치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여간 속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뒷걸음질치는 일본에 비해 미국은 여전히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9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0% 나 늘렸다.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아시아 전략의 전초기지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장래의 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모토롤라는 장래의 통신자유화를 염두에 두고 사천성에 반도체공장과 기술개발 센터를 건설했다.중국의 대외무역경제합작부(산업자원부에 해당)에 따르면 연내에 외자기업에 대한 중국시장에서의 본격적인 판매업무를 인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WTO 가맹 연내 실현될까중국에 있어서 WTO 가맹의 노림수는 간단하다.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외압에 부응하면서 해외에서의 중국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있다. 중국으로서는 11월말에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WTO 제3회 각료회의 때까지 가맹문제 전반에 대해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지난 4월에 있었던 주룽지 수상의 미국 방문에서도 중국의 WTO 가맹문제는 최종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입을 희망하는 중국측의 열의는 미국측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한편, 최근의 미-중국 관계는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의 피폭과 인권문제 등이 꼬이면서 어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의 WTO 가입 문제가 잘못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양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까닭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의 가입은 이점이 많다. 중국이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면 12억의 거대한 시장에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