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차는 집 다음으로 급한 필수품이다. 문제는 어떤 차를 살 것이냐인데 아는 것이 병이라고 이것 저것 따지며 중고차를 사려니 일이 만만치 않았다. 주변 사람들 말이 나중에 문제없이 팔고 귀국하려면 반드시 일본차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가 떠나는 시기가 겨울철이고 비수기인만큼 절대 한국차를 사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환율관계로 한국차는 값이 싸서 매력적이었지만 결국 닛산 센트라 XE 새차를 1만2천달러에 샀다. 결국 6개월간 8천 마일을 뛰고 2천달러 낮춰서 팔고 왔다. 이 차는 액센트보다 조금 큰 1,600cc 엔진을 갖고 있으며, 모두 수동이고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차라 처음에는 애들이 무슨 이런 차가 있느냐고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이 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트러블프리(trouble-free)차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차를 한국에서 계속 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나는 귀국해서 8년간 몇대의 차를 탔는데 그 동안 느낀 것은 끝마무리가 신통치 않고 다른 문제점도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산 에스페로는 끝마무리가 나빠 부속품이 차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서 잔 고장에 시달렸다. 창문이 작동하지 않아 뜯어보니 스프링을 잡고 있는 플라스틱이 부러지면서 망가졌고, 수주일 후 같은 원인으로 다른 쪽의 문도 뜯었다. 여기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지금도 억울하다. 이런 차는 미국에선 틀림없이 리콜 감이다. 그 후에 산 마르샤는 산지 얼마 되지 않아 고속도로에서 오버 히트를 했는데, 응급처치 후 공장에 가보니 어디가 망가지고 어디를 고쳤다는 설명도 없다. 게다가 멀쩡한 퓨즈까지 뽑아 놓았다.차를 찾으러 갔더니 딴 차에서 뽑아 놓은 오래된 퓨즈를 주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일년이 지나자 라디오 볼륨이 망가져 고쳤으나 며칠 후 다시 망가져 망가진 채로 타고 다닌다. 급기야 계기판 불이 오작동까지 한다. 이천만원 가까운 차가 이 모양이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 운명으로 돌리며 살기에 이르렀다. 다만 가다가 서지 않기를 바라면서 타고 다닌다. 옛날 버스기사 앞에 유행처럼 붙어있던 「오늘도 무사히」라는 바람으로.기계를 전공한 사람한테 들으니 엔진을 잘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문헌에 나와 있는 지식만으로 일본엔진만큼 효율성과 마력수가 나지는 않는단다. 예전에 회사연구소에서 연구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따라가기는 어려운 문제점임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일반사람들에게는 같은 크기의 엔진에서 1백50마력의 힘이 나오든1백40마력의 힘이 나오든 별 상관이 없으나 1년동안 트러블프리인지 5년간 트러블프리인지는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 자동차의 기본 정비와 휘발유 넣는 것 말고 예측할 수 없는 시간대에 차를 고쳐야 하는 고통을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런 고질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회장이 보스턴에 와서 아무리 사람을 모아놓고 홍보를 해도 소용이 없다. 기껏 회장이 하는 말을 들은 청중들이 하는 말이 『일제차를 사야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비극이 사라지고 우리의 자존심과 경제를 올릴 수 있도록 5년간 고치지 않아도 되는 차의 생산을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