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지만 힘과 파괴력 지녀 ... 노년층도 부담없이 수련 가능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피곤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의 절대적인 양이 많기도 하거니와 피로를 풀기도 쉽지 않다. 피로가 누적되고 이로 인해 자신감도 없어지고 삶이 고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불행하다. 성공하는 직장인들은 나름대로 피로를 풀면서 몸의 활력을 유지하는 노하우를 지닌 사람들이다. 한국 태극권협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권(34)씨는 그런 노하우를 지닌 행복한 직장인이다.김석권씨가 태극권을 시작한 계기는 건강때문이었다. 허리가 약해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있기 힘들었고 늘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소화도 잘 안되고 하루하루 사는 게 고달프게 느껴졌다. 퇴근할 때면 항상 몸이 무겁고 지쳐 있었다.93년 1월초부터 태극권을 시작했다. 태극권을 배우게 되면 먼저 보법 즉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옆으로 가기」 등의 걷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태극권의 보법은 항상 무릎이 굽혀져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태극권을 수련하게 되면 하체가 튼튼해지는 이유가 바로 무릎을 굽히고 진행하는 특유의 보법에 있다.『두시간 동안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운동을 하고 나니 허벅지에 알이 심하게 뱄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고통스럽긴 했지만 무언지 모를 상쾌함이 있었습니다. 힘이 붙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극권 시작후 피곤한 줄 몰라태극권 수련을 하면서 생활에 활력이 붙기 시작했다. 태극권을 시작한지 그리 오랜 기간이 지난게 아니었다. 태극권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퇴근 시간이 거의 매일 밤 10시~11시인데도 피곤한 줄 모른다. 수면시간은 하루 5시간. 한두시간 덜 자고 태극권을 수련하는 것이 몸이 훨씬 가볍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몸놀림도 민첩해졌다. 야구나 축구 달리기를 할 때 몸이 새로워졌다는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공의 움직임이 눈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5년 젊은 후배들보다 훨씬 가볍게 달렸다.일주일에 한번씩 지도를 받았는데 매일 아침 한강고수부지에 나와 1시간 이상 연습하고 출근했다. 첫해에는 점심시간에도 혼자 나와 연습했다. 처음에는 배운 자세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손과 팔의 놀림새나 자세를 고민하며 하나 하나 익혀나갔다. 사무실을 옮기면 먼저 아침운동하기에 좋은 장소를 찾았다. 몇해 전 남대문으로 직장을 옮긴 후부터는 남산에서 수련한다.『자세를 많이 알고 있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기본자세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서예가가 일자 하나라도 완성도 높게 쓰는 것을 높이 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련에는 끝이 없습니다. 기본 자세인 24식 하나만으로도 평생을 수련할 수 있습니다.』김이사는 올해로 태극권을 수련한지 7년째를 맞는다. 기본자세인 24식을 거쳐 48식과 36식을 익히고98식 13검 신24식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을 108식을 수련하는 단계다.태극권은 기본적으로 권법에서 발전한 무술이다. 태극권의 동작원리는 원형과 나선의 동작이다. 손과 발이 원과 나선을 그려가며 유연하고 느리게 움직인다. 느긋한 동작 하나 하나가 몸을 이완시킨다. 관절을 자연스럽게 펴고 다시 구부리고 뒤트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안정을 찾게 된다. 이런 이유로 태극권은 심한 운동을 할수 없는 회복기의 환자들이나 노약자 혹은 중년이후의 여성들에게도 적합하다.태극권의 동작이 느리다고 운동량이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여름에 수련할 때면 땀이 너무 많이 흘러 운동화까지 흠뻑 젖을 정도다.또한 모든 동작이 느린 것은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서는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듯 빠르게 움직인다. 태극권은 기본은 무술동작이다. 따라서 힘과 파괴력도 다른 무술 못지 않다. 또한 방어를 할 때에도 태극권 특유의 비틀기 동작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태극권의 비틀기는 거리에 관계없이 공격과 방어를 구사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보통 상대와 밀착돼 있을 때는 때리기나 찌르기 같은 공격을 할 수 없다. 팔이나 다리를 내지를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리와 허리의 회전력을 통해 생긴 힘은 비틀기를 통해 방어와 함께 훌륭한 공격이 된다.『힘이 나오는 곳은 손목 팔꿈치, 허리, 다리입니다. 손끝의 힘도 결국 다리에서 오는 것입니다. 다리에서 허리, 허리에서 어깨에 이르는 부위에 회전력을 가해 힘을 모으게 됩니다. 어깨에 모인 힘은 팔꿈치와 손목을 거치면서 각 부분의 힘이 손끝으로 집중되는 것입니다.물론 태극권의 동작만 따라 한다고 무술을 익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술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수련을 해야 합니다.』한국태극권협회를 구성해, 태극권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전수하고 일반인들에게 태극권을 알리기 위해 협회를 만들었다. 회원들과 함께 기업체를 방문해 시범을 보이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태극권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많이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태극권과 같은 무술의 수련이 생존을 위한 측면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양생 즉 건강을 위한 측면이 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힐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태극권은 다른 운동과 달리 40대나 50대의 연령대에서도 부담없이 할수 있는 운동입니다. 심지어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약한 사람도 할수 있습니다.』김이사는 태극권을 중국무술로 치부해 버리는 시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일반인 배우기 쉽도록 다양하게 구성『동양무술의 뿌리는 같습니다. 중국의 무술과 한국의 무술의 기본적인 흐름은 일맥상통합니다. 태극권이 중국에서 많이 발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태극권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반인들도 배우기 쉽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태극권은 계승한 문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들어온 태극권은 한국형으로 진화하기 마련입니다.』김석권씨는 통신서비스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마케팅프로가 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그런 목표를 이룰수 있도록 태극권이 몸과 마음의 기반을 다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