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하반기중 대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 외환수급조절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으로 달러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값이 올라가고, 반대로 원화가치는 낮아진다.왜 그같은 일을 해야 하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돈값이 너무 올라가면 수출이 안된다. 예컨대 환율이 1달러에 1천2백원에서 1천1백원으로 떨어져 원화가치가 높아졌다고 하자. 이때 수출업자는 종래에는 1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면 우리돈으로 12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진 뒤에는 똑같은 1백만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고도 우리돈으로 11억원을 받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1억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결국 수출업자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다.물론 환율도 돈의 값인만큼 시장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우리나라 돈값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요즈음 원화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외국 자본(달러)이 너무 많이 들어와 달러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실물경제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기성 자본 등이 대거 몰려와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고, 그로인해 원화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따라서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원화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될 수 있도록 환율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그 구체적인 수단이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발행을 통한 외환 수급 조절이다. 외국환거래법 13조의 규정에 근거를 두고 설치된 외국환평형기금은 외환거래의 원활화를 통한 외환시장 안정 및 통화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정부 예산을 투입하거나 기금채권을 발행해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으로 외환을 사거나 팔아 환율이 안정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정부는 지금까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8조8천2백52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중 국내시장에서 원화로 발행한 것이 3조9천억원어치이고, 달러 표시로 외국시장에서 발행한 것이 4조9천2백52억원어치다. 국내에서 원화표시로 발행한 것은 이 돈으로 달러를 사들여 원화가 너무 고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반대로 외화표시로 발행해 달러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그 달러를 국내시장에 팔아 원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국내에서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지난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이뤄진 것이고, 외화표시채는 외환위기가 심화돼 환율이 높아졌던(원화가치 하락)지난해 4월에 발행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당시는 환율안정보다 국가경제의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외환보유고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정부는 금년 하반기중 약 7조원(약 6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외환수급 사정을 전망해보면 약 1백억달러에 가까운 달러의 과잉공급이 예상된다는 것. 만약 이를 그대로 놓아 둔다면 원화가치는 급속히 높아질(대미 달러환율 하락)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