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와 공동 마케팅 조직 구성, 투자자 미리 모집.위험·수익 공유

흔히 애니메이션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한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하나 열 실사 영화 안 부럽다. 그만큼 실사영화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높다. 실사 영화는 극장에 상영돼 관객을 동원한 뒤 비디오로 유통되면 끝이다. 잘하면 영화 음반이 꽤 팔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애니메이션은 이용해 먹을 구석이 훨씬 더 많다.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라 해서 하나의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다. 극장에서 상영돼 비디오로 유통되고 음반으로 팔리는 것 외에도 TV용 애니메이션, 만화책, 게임, 캐릭터 산업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하다.그러나 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황금알을 낳은 적은 거의 없었다. 왜일까. 일단 애니메이션은 투자 규모가 실사 영화에 비해 훨씬 크다. 국내 최대의 흥행작인 <쉬리 designtimesp=18534>는 투자 규모도 31억원으로 최대 규모라 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31억원 정도는 보통이다.최소 15억원은 있어야 TV용이든 극장용이든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 투자 규모가 큰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30억원 들여 만들어서 수익을 내려면 TV에서든 극장에서든 크게 히트친 후 게임과 비디오, 출판 등 각양각색으로 써먹고 해외 시장에도 내다파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열악한 국내 시장 환경과 「원 소스, 멀티 유즈」에 대한 노하우 부족, 해외 마케팅력의 부재 등으로 두손 들고 주저앉아 결국에는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기획사의 그림이나 그려주는 하청업체로 되돌아가는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프레임 엔터테인먼트(이하 프레임)는 이런 식의 실패로 점철돼온 국내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회사다. 물론 프레임처럼 야심찬 출발을 선보인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는 지금까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적지않은 야심찬 애니메이션 회사 중에서 유독 프레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프레임의 독특한 기획-제작-마케팅 시스템과 투자 유치 방식에 있다. 도대체 프레임은 무엇이 다른가.◆ 비디오·캐릭터 사업자 등 투자자로 유치프레임은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M.S.C.D.」라는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한국과 일본 시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버리고 한일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우선 M.S.C.D.는 멀티미디어(Multimedia) 소프트(Soft) 콘텐츠(Contents) 디벨럽먼트(Development)의 약자로 프레임과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도큐 에이전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기획사인 퍼블릭&베이직 등 3개 회사가 참여해 만든 멀티미디어 기획, 개발 시스템이다. M.S.C.D.는 애니메이션이든 다른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든 간에 진행할 프로젝트를 결정한 뒤 투자자를 모으고 TV 방영을 결정하며 국내외 마케팅을 추진한다. 프레임과 퍼블릭&베이직은 작품 기획과 한국 및 일본에서의 투자자 구성,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도큐 에이전시는 일본 방송국에 방송 시간대를 확보하고 전체 운영을 책임지며 투자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M.S.C.D.는 프레임이나 퍼블릭&베이직의 기획 작품이 아니더라도 프로젝트로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기획한 사람이나 기업이 임시적으로 M.S.C.D.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투자자들은 주로 비디오 음반 게임 캐릭터 등 애니메이션이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2차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다. 이 기업들은 투자자로 참여한만큼 이익이 나면 출자 비율만큼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결국 M.S.C.D.의 특징은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업들이 해당 작품에 대해 선투자한다는 점과 투자한 비율대로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이전에는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후에 비디오나 캐릭터, 게임 등 관련 업체에 상품화 권리를 판매했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실패할 경우 상품화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난다 하더라도 싼 가격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제작사나 기획사, 몇몇 투자기업이 애니메이션 실패에 따른 부담을 모두 끌어안아야 했다. 또 작품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비디오, 캐릭터, 게임 등 관련 업체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나중에 상품화 권리를 사는 구매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관여한 부문에서 사업을 어떻게 벌이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졌다. 예를들어 비디오 상품화권자는 장사를 잘해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캐릭터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M.S.C.D. 시스템에서는 모든 관련 업체들이 투자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투자한 지분만큼 수익의 일정 비율을 돌려받을 수 있다. 장종근 프레임 사장은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이익도 공유하는 형태』라고 설명한다.◆ 미국 애니메이션 기업에도 지분 출자현재 프레임은 M.S.C.D.와 함께 <가이스터즈 designtimesp=18551>란 26부작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60억원. 내년 4월에 국내 MBC와 일본의 공중파 방송에 동시 방영되고 내후년에는 극장용으로 제작돼 상영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미 M.S.C.D.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게임업체, 비디오 업체 등이 투자자로 참여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비디오와 게임, 캐릭터 등도 한일시장 동시 공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장사장은 『앞으로 프레임이 앞으로 기획할 다른 작품들도 M.S.C.D.를 통해 일본 시장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프레임의 야망은 단지 일본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프레임은 M.S.C.D.와 별도로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에이지스(AGIES)에 투자, 50%의 지분을 확보했다. 장사장은 에이지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애니메이션도 기획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프레임은 이런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해 현재 4억원의 자본금을 40억원으로 늘리기로 하고 창투사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와함께 올해말이나 내년초에는 코스닥에 등록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프레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80억∼1백억원. 프레임이 목표대로 한미일이라는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