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전략 수정ㆍ응용상품 개발로 실적 개선 ... 전문분야 집중 투자해야

『이번 조치로 샤프의 액정사업은 일대전기를 맞는다. 실패하면 다음 투자가 위험해진다.』 히지키가와 이사는 미에(三重)현 액정공장의 2000년 가동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1천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 절반인 5백억엔으로 줄이기로 했다. 생산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투자 효율을 2배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이다.샤프는 95년 대형박막트랜지스터(TFT)액정의 생산거점으로 미에 제1공장을 가동시켰다. 현재 계획중인 제2공장은 98년9월에 가동시킬 예정이었다. 건물은 이미 98년2월에 완공됐다. 그러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하고 말았다. 지금도 제2공장 건물은 비어 있다.샤프는 지난해 봄 액정사업본부안에 「AVF(어드밴스트 버츄얼 팩터리)프로젝트팀」을 발족시켰다. 이 팀의 임무는 바로 미에 제2공장 설비투자를 대폭 감축시키는 것이었다. 설비투자 감축을 위해 일단 공장건설을 중단했다. AVF팀은 설비부담이 가장 적은 공장을 만들기 위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결국 5백억엔으로 제2공장을 가동시키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AVF팀의 책임자인 히지키가와 이사는 『투자 감축은 아주 어려운 과제였다』고 회고했다.샤프가 설비투자계획을 바꾼 것은 최근 2년 액정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한데 따른 것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전기메이커 한국메이커가 경쟁적으로 액정 생산능력을 늘렸다. 그 결과 97년 후반부터 액정이 공급초과 상태에 빠졌다. 1년 사이에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이 급락했다.샤프 등 선발업체들이 시행착오 끝에 확립한 생산기술이 해외기업에 흘러 들어가면서 과당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만 것이다.◆ 공급 과잉·가격 급락 ‘한때 타격’이로 인해 액정 최대업체인 샤프가 받은 타격은 엄청났다. 99년3월기 샤프의 연결베이스 매출은 1조7천4백55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2.5%가 감소했다. 경상이익 또한 절반인 2백61억엔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매출과 이익 둘다 2기연속으로 줄어들었다. 그 최대 요인은 바로 사상 처음으로 수십억엔의 영업적자를 낸 액정사업의 부진.90년대 전반 샤프는 쓰지 하루오 사장(현상담역)의 「스파이럴」전략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자체에서 개발 생산한 액정을 사용,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이들 상품은 하나같이 히트를 쳤다. 이를 계기로 액정수요를 창출해냈다. 액정과 액정응용상품을 수익의 두바퀴로 고속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카메라 일체형 VTR 「액정뷰캠」과 휴대정보단말기 「자울스」.그러나 최근 스파이럴 효과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핵심인 액정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액정 응용상품 개발 또한 지지부진하다. 스파이럴을 일으킬 수 있는 두축이 허물어진 것이다. 거래선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2년 정도 샤프는 정체돼 있다. 디자인 기능 등에서 뛰어난 상품이 없다. 기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거래선들의 지적이다.이같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샤프가 개혁에 나섰다. 마치다 가쓰히코사장은 『액정과 응용상품이라는 2가지 사업을 축으로 개혁을 단행, 다시 한번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핵심인 액정을 급격한 가격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 효율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이뿐만 아니다. 액정사업의 전략 자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대만 최대 노트북컴퓨터메이커인 퀀타사와 사업제휴를 맺었다. 퀀타사는 TFT액정모듈 생산자회사인 광휘전자를 설립한다. 샤프는 이 회사에 10% 정도를 출자한다. 동시에 PC용 TFT액정의 생산기술을 제공한다. 일부제품의 생산을 위탁한다.샤프는 액정의 용도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98년초부터 자동차 자동항법장치, 게임기, 파친코대 등 신규 수요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그 결실이 맺히기 시작했다. 샤프의 액정을 바탕으로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용 반사형 「슈퍼모바일액정」과 「플라스틱액정」 등이 그 사례다.액정시장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이후 PC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다 사장은 『2000년3월기에 액정사업 매출을 전년에 비해 23% 늘어난 2천9백억엔 규모로 늘리면서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백억엔을 벌겠다』고 밝힌다. 사상 처음으로 적자에서 탈출, 액정사업을 알짜사업으로 회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응용상품 히트작 탄생 전망액정을 사용한 응용상품 분야에서도 히트작이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 3월 판매에 들어간 20인치 액정TV 「윈도」가 바로 그것이다. 브라운관 TV 가격의 2∼3배인 30만엔대 액정TV에 대해 판매점측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호조를 보이고 있다. 목표로 잡은 월1천대의 2배 이상이나 팔려나가고 있다. 15인치 12인치등 기존 제품까지도 덩달아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샤프는 국내 TV시장의 11%를 점유하고 있다. 그 주력은 저가 상품이다.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브라운관을 외부에서 조달, 브라운관 TV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보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액정TV 판매에 거는 기대가 대단할 수밖에 없다. 내친김에 올해안에 28인치 액정TV까지 판매하겠다는게 회사측 방침이다.샤프는 액정디지털 네트워크사업을 미래 주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샤프제품에 액정화면을 부착, 네트워크에 접속시킨다는 것이다.제1탄이 바로 「샤프 스페이스타운」이다. 샤프스페이스타운은 두가지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하나는 인터넷 접속을 가능케 하는 프로바이더서비스다.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로부터 소프트웨어와 정보를 발신, 샤프기기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스페이스타운에 연결되는 기기로 휴대정보단말기 「자울스」의 신제품 「아이겟티」도 내놓았다. 아이겟티는 종전의 전자수첩기능 이외에 전자메일 인터넷열람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가격 또한 3만엔대로 저렴하다. 이같은 전략으로 액정사업 부진, 히트상품 부족에 따른 실적악화를 탈피한다는게 샤프의 시나리오다.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그 하나는 디지털정보가전의 명운이 걸려 있는 스페이스타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샤프가 전문이 아닌 소프트웨어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브랜드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샤프의 가전 AV(오디오비디오)제품은 할인판매대상이 대부분이다. AV 정보통신 등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중인 소니, 백색가전 AV정보통신기기를 얼굴로 하는 마쓰시타 등에 비해 이미지가 보잘 것 없다. 따라서 샤프도 이제는 전문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마치다 사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한 이래 샤프회생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현재의 「정체」 국면을 일단 탈출시킨 다음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시장은 마치다 사장의 개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