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경제의 최대 포인트는 물가다. 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각종 거시경제 지표들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기업들의 대폭적인 실적호전을 견인했던 저금리 기조의 유지여부는 향후 물가지수 동향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지난 5월초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현행 4% 수준으로 유지하되 경기 회복세에 따른 장기금리의 점진적인 상승은 용인하겠다는 정책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한은의 입장은 무엇보다 향후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증시 과열이 우려되는 상황인만큼 저금리 기조를 지속할 경우 자칫 거품 형성과 인플레 압력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99년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나 민간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를 훨씬 상회하는 4.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고 6%까지 내다보는 경제연구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한은이 특히 물가불안을 걱정하는 이유는 소비에 있다. 올해 1/4분기중 민간소비는 전년동기에 비해 6.3%나 증가, IMF 이전의 96% 수준을 회복함으로써 경기 회복이 소비 증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그러나 결론적으로 아직은 물가불안을 우려할 상태는 아니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기는 하나, 과열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소비 증가는 IMF 직후 소득 감소에 비해 과도하게 위축되었던 민간소비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총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아직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5월중 소비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0.2% 떨어졌으며 작년말보다는 0.6%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유가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당장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는 연초까지 배럴당 11~12달러선의 안정세를 나타내었으나, 2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반전하여 최근 배럴당 18달러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기타 국제원자재 가격도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대에 힘입어 지난 4월초에 비해 평균 10% 이상씩 상승하였다.그러나 정부는 교통세를 비롯한 세금 인하나 공공요금의 안정적인 관리를 통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안정시킴으로써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따라서 적어도 올해 중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가 크게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월중 생산자물가도 전월대비 0.4% 오르는데 그쳐 예상보다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이러한 요인들과 더불어 전년의 물가 급등세에 대한 기술적인 반사효과에 따라 올해 물가 수준이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정부 목표치인 3%이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