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교육보다 더 강한 메시지 전달 가능, 구조조정 바람 타고 성장

4명이 노를 젓는 대형포스터가 있다. 3명은 리더의 구호에 맞춰 한방향으로 젓고 있는데 맨 뒤에 앉은 한명은 열심히 반대방향으로 젓는다. 그림 주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리더의 방침을 올바로 알고 있습니까. 제대로 실천하고 있습니까」.또 다른 포스터. 동전이 두줄로 쌓여 있다. 한줄은 차곡차곡 한줄은 비뚤비뚤. 「빠르게 하는 것이 바릅니까. 바르게 하는 것이 빠릅니까」하는 글귀와 함께. 가로 43㎝ 세로 56㎝의 전면 컬러판이다.요즘 기업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매니지먼트 포스터다. 포스터가 새로운 경영혁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작년 11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지 7개월여만에 1백20개사가 도입했다. 하나로통신 삼립식품 LG전자 현대미포조선 삼성GE의료기기 한국전력 온세통신 한국후지제록스 한국화장품 등 뿐만 아니라 연세의료원 성균관대학교 등 병원과 학교도 찾고 있다.◆ 비용 저렴하면서 효과 우수매니지먼트 포스터는 경영의 기본이 되는 주제를 재미있는 포스터 형태로 게시해 전사원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경영혁신프로그램. 직원을 모아놓고 하는 전통적인 집체 연수교육 대신 포스터 한장에 메시지를 담아 강렬하게 전직원에게 전달한다.주제는 △창의력(creativity & paradigm shift) △동기부여(motiva-tion) △인간관계(human relations) △가치관 및 태도변화(moral & attitud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리더십(leadership) △업무능력개발(skill up & quality development) △생산성향상(productivity improvement)등 8가지.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재미있기 때문. 한국인들은 포스터하면 「때려잡자 공산당 쳐부수자 북괴군」을 연상한다. 그만큼 경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기껏해야 반공이나 불조심 포스터만 접해 왔기 때문.재미있는 그림이 들어 있는 포스터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만화나 그림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매체다. 하지만 재미있는 내용도 오래 보면 질리기 마련.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일주일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바꿔 준다. 따끈따근한 내용을 새로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다.둘째는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 한장의 포스터에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만큼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업체당 연간 1백만원에서 5백만원선. 보통 수천만원 이상이 드는 직원 연수와 비교하면 싼 편이다. 게다가 집체교육에 따른 업무공백도 없고 전사적으로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장윤기(43) 사장이 미국의 매니지먼트커뮤니케이션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외환위기라는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경영기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사업이 잘될 때는 풍족한 예산으로 직원을 모아놓고 연수교육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건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게 연수비용. 그는 IMF 상황에서 이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국내에 첫 도입했다.때마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으로 조직구성원은 극도로 위축돼 있었다. 불안감이 팽배했고 자신감은 땅에 떨어진 상태.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시킬 수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착안한 것. 서울 마포에 창업한 것은 작년 8월. 석달 동안 준비끝에 포스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장사장이 이를 즉흥적으로 도입한 것은 아니다. 이 포스터를 처음 본 것은 미국을 방문했던 95년. 뉴저지에 있는 IBM연수원을 찾았을 때 본 포스터는 그의 가슴 속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었다.거기에는 양쪽의 인부들이 동시에 다리 건설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만나보니 어긋나 있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우선 그림 자체가 신선했다. 또 메시지도 가슴을 찔렀다. 「함께 합시다.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면 실수합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3년 동안 도입할 기회를 찾다가 IMF가 계기를 만들어 준 것.◆ 한국적 감각 맞게 제작미국업체로부터는 기본적인 컨셉트만 도입했고 실제 포스터는 한국적 감각에 맞게 다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예컨대 백인과 흑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근무하자는 내용은 미국적인 내용은 될 수 있어도 한국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 이를 위해 대학교수와 마케팅전문가 등 8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조언을 듣는다.동국대 영문과를 나와 기협중앙회를 거쳐 능률협회에서 근무한 그는 교육연수 전문가.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공부를 위해 뉴욕에 머물 때는 리어카를 끌며 학비를 벌었다. 장윤기 사장은 『예상외로 반응이 큰 데 놀랐다』고 말한다. 조만간 이를 활용하는 업체가 3백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0여년 동안 이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AT&T IBM GE 모토로라 3M 등이 고객이다. 5백대 기업중 이를 도입하지 않은 업체가 드물 정도다.일리노이주립대 연구결과 이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은 생산성과 창의력이 각각 10%, 직원 만족도와 목표의식이 각각 1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장사장은 『포스터를 보고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연결된다』며 경영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그는 아시아에 아직 매니지먼트포스터가 도입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해외진출기회도 엿보고 있다. (02)706-7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