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1999년/240쪽/7천9백원

우리들에게 기업은 무엇일까. 좀 어려운 질문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의문이다. 특히 97년 이후 기업 부도가 이어지면서 외환위기가 닥쳤고, 그 결과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렸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는 우리들로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기업은 흔히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돈, 에너지, 바퀴와 더불어 인류 4대 발명품의 하나로 꼽는 사람들도 적잖다. 인류에게 일자리를 주고,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민주주의를 꽃피운 것도 기업의 공으로 돌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업이 많은 폐해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기업이 사회적으로 끼친 해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대표적인게 빈부격차다. 여기에 인간을 경제구조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뒤따른다.긍정적인 부분이건 부정적인 대목이건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은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점이다.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지금은 경제전쟁 시대다. 기업을 잘 하는 나라, 기업이 강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강한 기업일까. 또한 기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이 책은 기업의 본질과 기업의 역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런 다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잘못 알려진 기업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음으로써 한국의 기업문화와 기업조직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선 학생 주부 운동선수도 기업가가 되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기업이라 하면 현대 삼성 대우 같은 회사들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과일가게 미용실 음식점 문방구 노래방 대학교 세탁소 등도 모두 기업이라며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업가가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는 이제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요한만큼 이들 기업가가 나름의 지식으로 무장,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면 한국이 최고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한국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을 모델로 삼을까」도 주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다. 어떤 사람은 한국의 주요 산업이 반도체, 전자, 철강, 자동차 등으로 일본과 같으므로 기업은 일본식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세계 최강국은 역시 미국이므로 미국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저자는 기업에는 1백퍼센트 맞는 이론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시장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도 일본식, 미국식을 무조건 추종할 게 아니라 우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기업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흔히 한국을 대기업형 경제로 만드느냐 중소기업형 경제로 만드느냐를 놓고 논쟁한다. 대기업이 판을 치고 있어 중소기업이 자라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견해는 다르다. 이런 것만큼 천진난만한 논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큰 기업부터 작은 기업까지 골고루 갖춘 종합산업구조를 가져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한다.마지막으로 이 책은 미래형 기업조직을 언급한다. 새로운 기업전쟁에는 신무기가 필요하다는 전제 이래 공무원이나 정치가가 경제를 다스려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가 경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기업에 대한 평가도 근본 경제문제의 해결에 얼마나 공헌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업종전문화, 기업가의 인기 등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