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구매자 줄고 가격은 하락지속 ... 새로운 판로 모색 중
지난달 말 미국 뉴욕의 재빗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PC 박람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컴퓨터가 열어갈 풍요로운 세상을 현란하게 선전하는 장면을 구경했다. PC 업계는 언제나 앞으로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이 더 스마트해지고 빨라지고, 또 계속 저렴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심지어 컴퓨터의 위력이 18개월마다 두배로 커진다고 하는 「무어의 법칙」이라는 것까지 있다.하지만 업계가 주장하는 이런 미래가 그들에게 영광스러운 일은 아니다. PC메이커들이 앞으로 몇년간 더 많은 기계를 팔 수 있을 것이긴 하지만 99년이 PC 업계가 사업중심지 미국에서 수입의 최고점을 치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또 이윤만으로 본다면 지금도 PC 업계가 별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PC 메이커 컴팩도 최근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컴팩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지난해 디지털(Digital)을 합병한 것에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업체들 중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회사는 거의 없다. IBM과 휴랫패커드는 PC 부문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업체 델조차도 지난해 초 처음으로 저가 PC를 판매한 이후 이 사업에서는 돈을 남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들이 이런 마당에 나머지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이윤이 이렇게 빠듯한 것은 부분적으로 과잉설비와 마켓셰어에 대한 서로간의 경쟁에서 기인한다. 그렇지만 사실 PC 제조업체들은 마케팅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바로바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던 PC의 발전 사이클이 점점 속도를 잃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인터넷 때문이다. 현재 아메리카온라인 등 일부 인터넷 서비스공급업자(ISP)들은 PC를 대부분 거저 공급하고 있다.◆ 수요 커도 가격 하락으로 이윤 적어최근 1년여 동안은 PC 업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시절이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엄 버그에 취약한 구형 PC를 신형으로 교체하려는 필요에 의해 굉장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소비자 시장에서 인터넷의 확산으로 일어난 밴드왜건 효과는 빠른 속도로 PC 판매를 부추겼다. 하이테크 분야 컨설턴트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지금도 업계 매출성장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신규구매자가 모든 PC관련 매출의 27%나 차지했다. PC를 보유한 가정이라도 가족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PC를 더 사는 경우도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올해 미국 소비자들은 1천6백90만대의 PC를 새로 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수치고 이렇게 되면 미국 가정의 PC 보유율은 52%로 늘어나게 된다.그러나 사업용 수요자와 일반소비자들은 최신 기종에 아주 빠르고 값비싼 칩을 장착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싸지만 쓰기에는 충분한 PC를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PC 수요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용과 가정용 PC의 평균가격은 올해 14% 정도 하락할 것이다. 그 결과로 총 수익은 98년에 비해 고작 2∼3% 밖에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포레스터리서치는 내년 미국 PC산업의 수익은 80억달러로 올해보다 14% 하락할 것으로 추산한다. 몇 년새 이 추세가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금씩 매출이 성장한다고 해도 가격하락이 이것을 잠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컨설턴트 IDC는 PC의 평균가격은 포레스터의 예측보다는 덜 하락할 것이지만 업계와 가정용 데스크톱 PC의 매출이 2003년에도 지금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유저들은 대부분 수년전에 산 PC를 바꿔야 할 만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같은 전용컨솔에서 더 잘 작동되고 신뢰도도 높다. 내년 출시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는 웹브라우저를 장착하고 e-메일과 디지털 비디오디스크드라이버를 덧붙여 소비자용 PC와도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다.그러나 PC를 항상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선전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업자들을 위협하는 진짜 도전세력은 인터넷 그 자체다. 웹페이지에 들어갔다고 해서 PC 소유자에게 새 하드웨어를 구매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기존 하드웨어의 수명을 연장하도록 도와주는 사이트는 많다.PC 사용자가 컴퓨터에 돈을 쓴다면 PC의 접근통로를 넓히거나 온라인을 더 길게 유지하는 데 쓸 것이다. 이렇게 되면 PC 산업 쪽보다는 케이블 사업자나 ISP들에게 더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기업체들이 구형 PC를 새로 마련할 시간쯤이면 컴퓨터 사용형태도 지금과는 변화할 것이다. 비즈니스가 전자화할 수록 PC를 핵심으로 하는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터는 어플리케이션과 데이터가 전적으로 서버에서 구동되는 인터넷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 브라우저를 이용해 이런 서버들에 대한 접근을 확대시키는 데는 굳이 새로운 PC가 아니어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이 모든 것이 PC 산업에는 막대한 고통이다. 인터넷 시대의 컴퓨터사용은 랩톱보다는 이것의 값싼 대용품인 얇은 이동식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옮겨갈 것이다. 그때도 데스크톱 PC는 경쟁력을 여전히 갖겠지만 그 이유는 단지 놀랍도록 가격이 싸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시장이 당분간 과잉설비의 일부를 흡수하겠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똑같은 시장의 역동성이 거기에서도 역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은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생존위해 새로운 사업 준비PC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배울 것이다. iMac을 고상하게 디자인해 성공한 애플의 경험은 그 방법의 한가지를 보여준다. 델이나 게이트웨이 등 아주 효율적인 직접 판매자들은 다른 전자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스스로가 ISP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델의 계열사인 게이트웨이는 아메리카온라인의 경쟁업체 어스링크의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다. IBM과 휴랫패커드 등 거대 첨단기술업체들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IBM은 이미 델에 기술을 팔아 돈을 챙기고 있다.「윈텔 독점」을 이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경우 좀 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윈도운영체제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리눅스의 상업버전들은 PC 메이커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위협을 느낄 경우, MS를 견제할 채찍이 될 수 있다. 인텔도 제품 판매를 서두른다고 해서 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텔이 자사의 많은 칩을 무더기로 인터넷 장치에 집어넣을 것이지만 별로 큰 마진을 남기지는 못할 것이다. 펜티엄의 후세대인 윈도2000과 이와 동급인 인텔의 64비트짜리 제품출시가 늦춰진 데는 이런 이유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결국 누가 이 분야 마켓리더로 자리잡을지 예측하는 일은 컴퓨터 세계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자료 「A bad business」 3rd Jul. 99 designtimesp=18683>©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