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화된 고객 니즈 충족 ... 규모의 경제 실현

보험사의 자산 관리는 네가지면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먼저 규제완화와 세계화의 가속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마진은 줄어들게 된다. 둘째로 손해보험과 재보험 고객들은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는 반면 생명보험 고객들은 투자수익에 집착하게 된다. 셋째로 IMF 위기 이후에 상품 구성이 바뀜에 따라 자산 관리 역량이 보험사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데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됐다. 예컨대 손해보험상품의 구성에 있어서 3년 이상의 장기보험상품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장기보험의 경우 보험료는 만기가 도래하기까지 고객이 맡기는 것이므로 보험료를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잘 운용하는지 여부가 보험사 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유럽의 손해보험사들은 흔히 자산 관리를 통해 언더라이팅 위험(보험금 지급 위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도 한다.넷째로 IMF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30%에 이르는 국내 저축률과 낮은 이자율이 지속되는 국내 금융경제 환경하에서 제3자 자산관리 시장의 사업 기회도 매우 클 것이다. 범 세계적 자산 관리 시장에서 소매 사업이 평균 15% 가량의 빠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도매자산관리시장과 생명보험자산관리 시장은 각각 9%, 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관리시장 꾸밀 절호의 기회세계적인 선도 자산관리사들에 자산 관리에서 규모의 경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규모가 큰 자산관리사일수록 판매 및 운영비용면에서 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규모로 인해 최첨단의 전산시설 투자가 가능하고 세계적인 전문 분석가 네트워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에 대한 정보도 더 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범세계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경쟁자는 피델리티처럼 자산관리에 뿌리를 둔 자산관리 전문회사로부터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같은 투자은행과 취리히, 프루덴셜 같은 자산관리에 적극적인 보험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자산 관리 관련 회사들이 한국에 본격 진출할 것이다.서구에서는 자산관리 회사가 기관과 그 근로자들을 대신해서 자금을 관리해 왔다. 이런 추세는 크게 변하고 있다. 연금체계가 기존의 수익보장체계(Defined Benefit Scheme)에서 기여보장체계(Defined Contribution Scheme)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수익보장체계는 근로자에 대한 장래 연금 지급액을 사용자가 보장하는 체계이다.이에 반해 기여보장체계는 최종 연금지급액과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정 몫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여하는 체계이다. 사실 80년대 후반 이래로 현금 흐름 기준으로 볼 때 기여보장체계에 입각한 연금은 연 평균 6%씩 성장해온 반면 수익보장체계는 1%씩 감소하고 있다. 범세계적으로 기여보장체계가 확산됨에 따라 근로자들은 연금기금의 운용 성과가 결국 그들의 연금수혜액을 결정하게 되므로 그 운용성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지수 지향형 투자 비중 느는 추세지수 지향형 투자전략은 시장지수를 구성하는 가중치에 비례해 개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그 비중이 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연기금과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의 약 30%가 지수 지향형 투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연기금의 경우는 그 국내 주식 보유고 중 20% 가량을 지수 지향형 투자전략에 따르고 있다. 지수 지향형 투자는 비용이 적게 드는데 힘입어 공격적인 자산관리에 비해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자산관리 전문사인 WM사의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8년간의 자산 운용 성과에 있어서 영국의 공격적 자산운용사들이 지수 평균에 0.6% 뒤지는데 비해 지수 지향형 투자의 경우에는 지수 대비 단지 0.1%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의 지수 지향 투자가들이 공격적 투자를 일삼아 고임금의 투자분석가에 의존하는 공격적 자산관리사들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자산 관리사는 지수 지향 투자 전략을 택함으로써 공격적 자산관리가 압도하는 시장에서 스스로를 차별화시킬 수도 있다.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객들은 자산관리 성과에 초점을 둔다. 아시아의 고객들은 덜 정밀하기 때문에 소매 상품을 구입할 때 단지 신뢰 여부와 상품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그 성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이처럼 고객 니즈가 정밀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그저 단일 채널에 의한 판매가 지배하게 된다. 반면에 미국과 영국의 고객들은 그 니즈가 매우 정밀하여 성과와 신용등급을 제일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정밀화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다중채널과 직접판매 방식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 내에는 상이한 고객군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보험사는 완전히 독립적인 회사로서 자신관리 전문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산관리사는 상품개발에서부터 판매와 고객 서비스 및 관련 인프라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다른 보험사를 포함한 제3자 자산까지도 관리할 수 있다. 사실 보험사가 자산관리 면에서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이다. 바로 영국의 프루덴셜 생명보험사가 이런 사업모형을 성공적으로 택해 자산관리 회사인 프루덴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rudential Portfolio Management)를 설립했다. 필요에 따라 독립적인 자산관리사가 그 자체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질 수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저축액을 대상으로 한 보험사와 자산관리전문사간에 펼쳐질 향후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승자가 되려면 소극적 사업모형으로는 미흡하다.세계 일류 자산 관리사의 자산관리철학과 성과 측정, 조직, 포트폴리오는 많은 교훈을 준다. 선도적 사례를 볼 때 자산 관리 철학에서 일관된 투자철학이 매우 중요한 성공요소이다. 소규모의 자산관리사나 펀드관리자는 수량적 접근, 신흥시장에의 집중 등으로 차별화 된 철학과 투자전략을 채택한다. 하지만 대형 자산관리사의 경우에는 자산 관리철학의 차이가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는다. 대신에 어떤 투자결정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일관성있는 투자철학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BCG가 조사한 선도적 보험사와 자산관리 전문사들의 경우 중앙통제와 긴밀한 투자 조율이 가능한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부서의 장은 고위직일 필요가 있다. 자산 관리에 성공한 보험사는 독립된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거나 중앙 통제가 가능한 독립된 이익센터를 설립했다. 투자의 성과는 잦은 빈도로 대내외적으로 보고되어야 한다.동일한 계열사 내에 두세개 이상의 자산관리사를 이미 가지고 있는 국내 보험사들의 경우에는 이들을 합병함으로써 자산관리에서의 규모의 경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국내 보험사들 중에서 자산 관리 사업 모형을 선택하고 이를 즉각 실천에 옮기는 보험사만이 급변하는 국내외 보험사업 환경에서 승자로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러한 선택과 실천은 보험사 자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려는 금감위의 계획에 떼밀려서가 아니라 줄어드는 보험사업 마진과 정밀화되는 고객 니즈라는 새로운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