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다 국내외 금리 및 해외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경기저점 시기가 언제냐를 놓고 논란이 치열했던 연초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지만 사실이 그렇다. 지난 2/4분기중 우리 경제는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4.6% 성장률을 보였던 지난 1/4분기와 달리 2/4분기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상당폭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와 관련,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7.5%로 수정, 지난 4월의 전망치 4.3%보다 크게 높여 잡았다. 동시에 내년부터 급속한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경기불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빠른 성장에 이은 주가상승에도 불구,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과잉설비 해소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준경 박사는 『주가상승 등으로 기업의 장부상 자산가치가 실제가치에 비해 과대포장된 상태에서 경기상승이 지속될 경우 자산시장에 거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작년말부터 경기부양에 강력한 에너지를 심어 주었던 「3저 구도」, 즉 저금리-저환율-저물가는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평균 8.0%선을 유지해오던 3년만기 회사채금리는 지난주 들어 8.5%를 넘어버렸다. 경기과열을 우려한 한국은행은 시장에 단기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연내 두자리수로 치솟지는 않겠지만 일단 상승국면으로 전환됐다는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증권시장 막대한 타격 예상아직은 별 움직임이 없지만 물가 역시 올하반기 경제운용의 큰 변수다. 물가는 금리와 마찬가지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덩달아 뛰는 속성을 갖고 있다. 여기다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는 원유가격은 가히 태풍의 핵이다. 지난 1월 배럴당 10달러선이었던 중동산 두바이의 경우 최근 2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수입량이 전체 수입의 12.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물가안정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보름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도 물가에는 부담이다. 정부가 수출경쟁력 하락을 막고 경상수지 흑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할 경우 경상수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물가는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이처럼 금리와 물가가 올라가면 「3저」를 바탕으로 한 경기회복 구도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상승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증권시장 역시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세계경제 동향을 봐도 우리나라에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 미국은 중동 중남미 등 상품 수출국가들의 경제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 인상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이다. 작년 세차례 금리인하를 단행,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자금난에 숨통을 터준 것처럼 최근 OPEC 석유감산조치를 묵인함으로써 중동경제에 부쩍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올 하반기중으로 예상되는 FRB(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인상 역시 자국과 동아시아의 경기상승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중국 금융당국 동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이샹룽 인민은행장이 『위안화 환율은 시장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는 올해안에 위안화 평가절하 않는다는 기존 공식입장과는 다른 것으로 시장여건에 따라 위안화 가치를 낮출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이에따라 KDI는 『과거 경험상 급속한 경기상승 이후에는 급속한 경기하강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조정을 핵심적인 정책과제로 추진, 지속적으로 내부 체질을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