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신부를 잡아라」. 특1급호텔들의 결혼식 유치전이 한창이다. 오는 8월 9일부터 특1급호텔에서의 결혼예식이 허용됨에 따라 첫 결혼식을 선보일 날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특1급호텔들의 결혼예식허용은 IMF후 호텔들의 연회장 수입이 최고 40%까지 줄어드는 등 호텔경영이 악화된데다 결혼예식이 허용된 특2급호텔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특1급호텔들이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 올들어 특1급호텔의 결혼식을 가로막았던 가정의례준칙이 폐지되면서 결혼식이 허용됐다.호텔예식의 허용으로 특1급호텔들은 새로운 수익원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보다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비록 올들어 연회매출이 다시 증가했다고 하지만 『결혼예식의 허용으로 호텔 전체매출의 20%, 연회 매출의 절반까지 결혼식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게 업계에서 나오는 기대다. 게다가 일단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 앞으로도 단골 고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류층으로 직접 결혼식을 보거나 주변의 경험이 입을 통해 전달되는 영향력이 커 「흠」 없는 예식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부산하다.◆ 불붙은 유치경쟁특1급호텔에 대한 결혼식 허용으로 각 호텔들은 건물 개보수나 웨딩사업부 신설 등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은 물론 이벤트 홍보 DM발송 유명연예인 결혼유치 특별 혜택제공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확보를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가장 적극적인 결혼예식 판촉을 하고 있는 호텔로 손꼽히는 래디슨 서울 프라자호텔의 경우 웨딩사업부를 신설하고 호텔외부에 결혼예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인터넷을 통해 웨딩상담을 해주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그랜드웨딩프라자에서 모의결혼식 웨딩패션쇼 등을 마련해 호텔결혼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라자호텔이 타깃으로 삼은 공략대상은 역시 특2급호텔의 예식장이나 63빌딩 공항터미널 등을 이용할만하다고 생각되는 고객들. 『결혼식 시작후 3개월내에 성패가 가려질 가능성이 커 올해는 홍보와 이미지전파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예식사업부 김경한매니저의 설명이다.강남지역에 자리잡은 특1급호텔 가운데 결혼예식사업에 가장 열성을 보이고 있는 호텔 리츠칼튼서울의 경우 결혼예식에 대비해 그랜드볼룸을 새로 단장하고 특수조명·음향장비를 갖췄다. 아울러 「맞춤결혼식」을 컨셉으로 잡고 고객이 결혼기물 장식 케이크 등을 직접 보고 선택하면서 가상결혼식을 볼 수 있도록 쇼룸을 마련하는 한편 결혼예식시행에 따른 직원들의 서비스교육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결혼 예약고객 가운데 4백명 이상의 하객을 예약하는 선착순 5명의 커플에게는 호텔 리츠칼튼 혹은 싱가포르에서의 스위트룸 3박 4일 숙박, 일등석 왕복항공권 2매, 공항 리무진 전송 등을 묶은 무료 신혼행패키지를 마련해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소공동의 호텔 롯데와 잠실의 호텔 롯데월드에서는 지난 6월말과 7월초에 각각 대규모 결혼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예비 신랑·신부들을 대상으로 호텔결혼예식을 홍보했다. 『6백여 결혼 관련업체들과 1천여명의 일반인들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으며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한데다 테마결혼식과 특별연출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게 호텔측의 자평이다.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곳에서 처리해주는 「원스톱서비스」를 모토로 내건 웨스틴 조선호텔의 경우 2층 오키드룸을 전문예식홀로 새로 단장했으며 신랑·신부대기실 폐백실 헤어숍 포토스튜디오 등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이밖에도 지난 11일 미혼남녀 1천쌍이 참가한 「밀레니엄 커플 대축제」를 개최했던 힐튼호텔의 경우 60여억원을 들여 그랜드볼룸의 개보수공사를 끝냈으며, 스위스 그랜드호텔도 2개월에 걸친 공사를 통해 그랜드볼룸을 새로 단장하고 「숲속의 결혼행진곡」이라는 웨딩슬로건을 내걸고 판촉에 나서고 있다. 최근 특1급호텔로 등급이 상향된 아미가호텔은 웨딩리허설서비스, 결혼 1년후 무료 디너식사권 제공 등을 내걸고 결혼예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지방에 위치한 특1급호텔들도 결혼예식사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7년 개관시부터 특1급호텔의 예식업허용을 고려해 예식시설을 갖춰놓았고 지난해 9월에 이미 결혼식 전담팀을 구성했던 부산 롯데호텔의 경우 일본의 호텔예식사업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모의결혼식 등 이벤트성 홍보를 통해 판촉에 나서고 있다.특1급호텔들의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특2급 호텔들과 63빌딩 공항터미널 등 기존에 상류층들이 예식장으로 애용하던 곳들. 벌써부터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반응이다. 공항터미널 예식부의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들의 예식허용후 고객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특1급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세금이나 봉사료 등이 붙지 않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2급호텔 가운데 결혼예식사업이 강했다는 평을 듣는 소피텔 앰배서더의 경우 특1급호텔들의 결혼식 허용에 맞서기 위해 2박3일간의 제주도 신혼여행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서비스·시설 최고급, 비용은 비싸다결혼예식을 준비하는 특1급호텔들이 고객유치에 있어 가장 먼저 내보이는 내용은 보다 수준높은 결혼예식을 제공하겠다는 점. 기존의 특2급호텔이나 63빌딩 공항터미널 등에서 결혼을 하는 상류층을 타깃으로 삼았기에 이들의 수준에 맞는 차별화된 예식문화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결혼식 폐백 피로연 등 큰 틀은 일반과 다를 게 없지만 특급호텔의 잘 훈련된 직원들의 서비스와 고급스런 음식, 일반 예식장과 달리 하루 결혼식 건수를 2회정도로 잡고 있어 예식에 여유롭다는 점 등을 차별화키켜 홍보하고 있다.그러나 비용면에서 보면 그리 만만찮은 게 호텔결혼식이다. 식사비만 1인당 2만원이상인데다 부대비용도 만만찮다. W호텔의 경우 호텔측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서비스를 받고 피로연 고객 6백명에 가장 저렴한 3만5천원짜리 음식을 준비했을 경우 세금·봉사료를 포함해 4천5백만원 정도가 들며, H호텔의 경우 6백명의 피로연 손님에게 가장 저렴한 3만5천원짜리 음식을 주문할 경우 2천1백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최고급예식장의 한곳으로 꼽히는 공항터미널이 피로연 6백명에 2만2천원짜리 식사를 주문할 경우 1천3백만원 안팎의 경비가 드는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수요는 있다. 문제는 여론비싼 가격에도 특1급호텔에서 예식을 치르려는 손님들은 많이 있다. 웨스틴조선호텔의 한 관계자는 『10∼11월의 경우 예약이 끝났으며 12월의 여유분이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R·L호텔 등이 10여건 안팎의 예약을 끝낸 상태이며 다른 호텔들의 경우 구체적인 예약숫자를 밝히길꺼리지만 전화나 방문을 통해 상담을 하는 숫자가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층이 있다는 증거다.그러나 모든 호텔들이 결혼예식사업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지켜보자는 호텔들도 있다. 연회장 사업이 잘되고 있거나 결혼식 시행후 여론의 향방을 지켜보자는 곳들이다. 『연말까지 비즈니스 행사로 연회장예약이 많아 웨딩예약을 잡을 여유가 부족한데다 장소도 한정돼 있어 많은 하객들을 수용할만한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그랜드 하얏트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라호텔이나 호텔 인터컨티넨탈 등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여론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호텔결혼식이 자칫 호화·사치결혼식이라는 여론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데 구태여 결혼예식사업을 크게 벌이거나 지난친 경쟁으로 「유탄」을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특1급호텔간에 자율적으로 과열경쟁을 삼가자는 말이 오간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도 이를 걱정하는 눈치다. 『규제완화와 호텔들의 경영난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예식업이)허용됐지만 여론의 흐름과 호텔들의 태도를 지켜본 뒤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나갈 방침』이라는 신현택 관광국장의 말이 이런 분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