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안산캠퍼스에 강의가 있어 전철을 타고 갔다. 안내서에는 상록수역에서 내리라고 돼 있는데 노선도를 보니 상록수역다음에 한대(漢大)역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알고 보니 한대역은 그야말로 한양대와는 별 관계없는 말이었다. 돌아갈 때한대역에서 탔는데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왜 학교에서가까운 상록수역을 한대역이라 안하고 관계없는 곳에 한대역이란 이름을 붙여놓은 것일까.일산에서 직장이 있는 광장동을 가려면 3호선을 타고 가다 종로 3가에서 갈아타야 한다. 종점 가까이에서 타므로 언제나 앉아가는 나는 화정역을 지날 때면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일산이나 화정이나 같은 신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위치한화정사람들은 매일 서서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만 배차간격을 줄이면 얼마든지 앉아서 갈 수 있을텐데. 그런 내 생각이 무리가 아니라는 것은 5호선을 보면 알 수 있다. 출근시간대의 5호선은 돌아서면 또 온다. 자주 오니 많은 사람들이앉아간다.자주 전철을 이용하는 동료 한 사람은 정액권을 사지 않는다.번번이 표 사는게 귀찮지만 정액권이 크게 싼 것도 아니고 잃어버리면 더 큰 손해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문득 독일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교외에 있는 회사에서 기술연수를 받던나는 시내에 갈 일이 있었다. 전철표를 사려는데 교민이 굳이정액권을 사라는 것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두세번만 타도 정액권을 사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언론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현재의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가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한 엄청난 투자비외에도 계속 투자해야만 하는 경제적 사정,수익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공사(公社)로서의 제약, 아이디어가 있어도 막강한 노조 때문에 겪는 실행상 어려움 등. 하지만 이런 어려움 못지 않게 고객 입장에서 조금만들여다보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무엇보다 경영상 이득을 줄 수 있는 것은 고객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고객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전철을 이용할수밖에 없다. 전철을 이용하고는 싶지만 여러 가지 불만으로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일이 까마득해서, 서서 가기 싫어서,일찍 끊어져서, 오르내리는 계단과 환승역의 불편함 때문에. 전철을 회피하는 잠재고객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두번째는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한 거래비용 절감과 현금흐름 향상이다. 일회용 승차권은 구매 및 판매행위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백원짜리를 팔기 위해 혹은 사기 위해 고객은 고객대로승무원은 승무원대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정액권 혹은 일정 기간동안 사용가능한 정기권 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안팔리는 정액권을 팔기 위해 「정액권은 우리고장에서 삽시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보다는 고객들이 외면하는 이유를 찾아내어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좋건 싫건 전철은 시민들과 같이 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눈으로 그들의 불편한 점, 그들이 원하는 점을 찾아내어 이를 해결할 때 잃었던 고객도 돌아오고 지하철공사는 공익성과수익성이란 두가지 목표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