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구매자는 여러 구매자 유형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잘못 인식되고 있는 구매자 집단이다. 많은 서양 사람들은 아시아에만 존재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관계」라는말을 인식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아시아의 정실자본주의는 이런 관계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관행의 소산이라고 할 수있다. 이로 인해 투명성이 저하되고 「물밑 거래」가 성행하게된다.현실적으로 기업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비즈니스의 경우에도의사결정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인적 요소가 가미되는 한 관련자들간의 상호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에서주로 이뤄지는 「막후」 교섭을 통한 비즈니스 관행은 인터넷시대에 진입한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않을 것이다.그러나 관계 구매를 무턱대고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아서는안된다. 관계 구매는 조직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과거에 접촉했던 개인이나 조직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활용하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특히 이런 유형의 구매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예를 들어 여러분이 보험 설계사라고 한다면 제일 먼저 머리에떠오르는 잠재 고객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일 것이다. 이 사람들이 여러분이 팔고 있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다른보험회사 상품에 비해 뛰어나거나 차별되는 요소가 있어서가아니다. 그저 당신과의 관계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보험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 가입의사가 있는 사람에 대한 계약확률은 경쟁자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 업체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그 회사의 물리적 자산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무형자산」까지도 매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무형의 자산이 무엇인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브랜드 자산이가장 큰 무형 자산이다. 그러나 서비스 업체의 경우에는 고객리스트와 과거·현재 고객 및 관련 조직과의 관계가 바로 최고의 무형 자산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수 대상 기업의 판매사원들이 구축해 놓은 고객과의 관계는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M&A 과정에서 인수 대상 기업의 고객을 계량화하고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중요한 절차 중하나다.관계 구매의 영향은 상당하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새로운 고급 차종을 판매하는 현대 자동차 영업사원이라고 가정해 보자.여러분이 목표로 삼은 고객이 모든 비즈니스 니즈를 충족시킬만한 우량 고객이라고 하자. 그런데 그 고객이 비슷한 차종을판매하는 대우 자동차 직원과 가까운 사이라면 여러분이 차를팔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적어진다. 바로 이런 점이 외국기업이아시아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아시아에 진출한외국 기업들이 초기에는 관계 구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일정시간이 지나면 『좋은 제품은 스스로 구매된다』라는 격언이 아시아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미국의 마케팅 선진업체들도 관계 마케팅을 도입해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관계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생겨났다. 이것은 기존 고객 상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도입 초기 단계다. 하지만 향후 2∼3년 안에 핵심경영분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고객정보와 관계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서비스 시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