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제철이 스미토모금속과 제휴한 것은 NKK그룹으로부터 상권을 빼앗기 위한 전략이다.』 신일철(新日鐵)과 스미토모(住友)금속이 지난 6월17일 H형강 상호 OEM제휴를 발표한후 업계에 퍼진 소문이다.지하야 아키라(千速晃)신일철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를부인했다. 『제휴목적은 두 회사의 수송 코스트 삭감』이라고강조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간토지방의 경우 신일철은 소형 H형강을 기미쓰(君津)제철소(지바현)에서, 스미토모금속 자회사는 대형을 가시마제철소(이바라키현)에서 각각 생산하고 있다. 간사이에서는 신일철이 대형 H형강을, 스미토모가 소형을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가 동쪽과 서쪽에서 서로 다른 규격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일철과 스미토모가 OEM공급을 할 경우 수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간 수송비는 t당 3천엔선. 3만엔선인 H형강의 가격을감안할 때 수송비 부담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업계의 분석은 다르다. 지난해 9월 NKK의 자회사였던전기로메이커 토아스틸의 파산이 제휴의 발단이 됐다고 지적한다. 토아는 가시마제철소에서 H형강을 생산했었다. 그러나NKK의 전액출자 자회사로 전환되면서 가시마설비의 가동을중단시켰다. 대신 NKK의 후쿠야마제철소(히로시마현)설비로 생산키로 했다. 이로인해 간토권의 수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NKK의 이같은 약점을 노려 신일철과 스미토모가 손을 잡았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일본의 철강업계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으로 시달리고 있다. H형강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신일철이 이같은 시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유경쟁의 원리를 내세워 NKK와 같은 경쟁력없는업체의 퇴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스테인리스부문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점유율 1위인 신일철이 3위인 닛신(日新)제강과의 제휴로 다른 회사의 퇴출을 시도하고 있다. 두 회사는 7월1일 스테인리스 생산 판매 구매 등에 대한제휴대책을 기획하는 회사를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생산통합방침이 이미확정됐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합병으로부터 30년째에 접어들면서 신일철이 독자노선 전략을포기하고 대신 제휴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있게 업계재편을 시도하고 나섰다. 종전의 「협조주의」와의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신일철은 지난 70년,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하타제철과 후지제철의 합병으로 태어났다. 그후 철강의얼굴로 대형고로 5개사 체제 유지에 앞장서왔다. 그러나 전기로메이커 및 수입품과의 경쟁, 내수감소 등으로 리더역할에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잉해소에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98년도 조강생산 점유율이 25.5%에 머물렀다. 합병 때에 비해무려 10%포인트나 떨어지고 말았다.신일철의 변신은 시장에서도 평가되고 있다. 신일철과 다른 고로4사의 주가가 지난해부터 큰차이로 벌어지고 있다. 5사의 주가 차이가 적었던 98년1월말을 1백으로 할 경우 올 6월말 현재신일철이 1백41, 가와사키제철 1백18, 스미토모금속 고베제강소NKK가 70~80대다.이같은 차이는 신일철의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다.94~96년도에 3천억엔의 코스트 삭감을 실현했다. 97∼99년도에도 2천6백억엔을 삭감할 계획이다.◆ 98년 고로5사중 유일하게 흑자사원도 대폭 감축했다. 지난 70년 합병 때 8만명에 이르렀던사원이 올 4월에는 3만명선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감량으로고로5사 가운데 유일하게 98년도 하반기에 단독결산으로 경상흑자를 냈다.반도체 등 다각화 사업의 실패도 본업강화 구조조정본격화 등변신을 서두르게한 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신일철은 지난해9월 반도체자회사인 닛테쓰세미콘덕터(현 일본파운드리)를대만의 UMC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가격은 액면가인 주당5만엔. 주식매각손과 닛테쓰세미콘에 대한 채무보증이행등으로99년3월기에 1천1백53억엔의 특별손실을 계상했다. 반도체는신일철이 실패한 대표적인 다각화 사업. 일렉트로닉스 정보통신 대규모집적회로(LSI)등 사업은 96년도부터 3년 동안 1천1백20억엔의 적자를 냈다. 철강으로 벌어들인 돈을 반도체사업으로 까먹고만 것이다.다각화 실패가 반도체뿐만 아니다. 신일철화학의 부진 등으로화학 비철금속사업도 크게 고전하고 있다. 연결결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엔지니어링사업뿐이다. 이같은 다각화사업의 부진을 계기로 신일철이 본업인 철강으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 최대의 약점은 경쟁력 부족이다. 총자산이익률(ROA)이 98년도에 0.1%에도 못미쳤다. 과거 5년간 1.1%(97년도)가 최고였다. 신일철을 제치고 지난해조강생산 세계정상에 오른 한국의 포항제철의 6.2%(98년12월결산)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수익력도 떨어진다. 포항제철의 98년12월기 세후순익은 1천억엔을 넘어섰다. 조강생산량이 거의 비슷한 신일철의 경우 99년3월기 세후순익은 5억엔에 머물렀다.자산 효율면에서도 포항과 광양 등 2대제철소로 집중돼 있는포항제철이 신일철을 앞서고 있다. 시장상황도 만만치 않다. 경기침체로 올해도 내수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조강생산은 99년3월기에 9천98만t으로 전기에 비해 11.5%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반덤핑제소로 수출전망 또한 밝지 못하다. 설비투자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자산효율을 높여 철강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유전굴삭 등에 사용되는 심레스파이프등 채산이 떨어지는 품목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비효율적인 제철소의 폐쇄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지적되고있다. 연결시대에 걸맞는 경영시스템도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연결결산과 관련된 기업군의 조정이 시급하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99년3월기 연결자회사 수는 2백38개.연결주체의 결산이 변하는 2000년3월기에도 기업수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