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사장님이 인터넷사업을 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반 놀라움반」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소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있는데요.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갑자기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저는 무작정 유행을 따라가는 경영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오셨다는 말씀이군요.그렇습니다. 지금껏 반도체사업을 해오면서 정보통신이나 소프트웨어 등의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92년, 당시 중앙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던 조경달씨(현 라이코스코리아 부사장)를 스카웃한 것도 소프트웨어 분야를 보강하고 싶은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정보검색업 진출은 작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했는데, 불과 9개월만에 미국의 라이코스측과 손을 잡게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쪽의 준비가 많았다는 얘기지요.▶ 라이코스 코리아도 미래산업처럼 승승장구할 걸로 보십니까.저는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하신 말씀중에 가장 인상깊은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결과부터 확신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국내외 업체들간에 엄청난 수준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라이코스 코리아는 기본적으로 「상도의」를 지키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섣불리 경품따위를 내걸거나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잔꾀는 쓰지 않을 작정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녕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정보를 서비스할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도 유익한 정보를 많이 발굴, 공급하는게 회사의 설립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씀이십니까.그렇지 않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수익성이 우선이지요. 사실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수지타산은 엉망입니다. 당장의 주가상승에 고무돼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별게 아닌게 태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길은 가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실 생각이십니까.우선 여성관련 정보서비스에 집중 투자할 생각입니다. 증권 부동산 등 경제관련 사이트도 보다 세련되게 구축해야겠지요. 무료 홈페이지 제공과 전자우편 서비스도 세밀하게 가다듬을 것입니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점은 정보보안 시스템에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3년전부터 인터넷 보안시스템에 투자를 시작해 「소프트 포럼」이라는 독자적인 회사를 가동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무료 홈페이지 제공은 어떤 식으로 이뤄집니까.라이코스가 제공하는 「트라이 포드」는 5년 정도 그래픽을 공부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을 몇차례의 간단한 마우스 조작만으로 가능토록 한 획기적인 서비스입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 있으며 동호회 활동도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다른 것들과 비교해 검색엔진의 특성은 무엇입니까.여러가지가 있지만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작업을 하다보면 때때로 불필요하고 잡다한 내용이 나타나곤 하는데, 라이코스의 검색엔진은 이런 부분을 자동으로 제거해줍니다. 훨씬 간결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지요.▶ 지난 7월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성과가 있었습니까.예상외로 좋은 편입니다. 지난 한달간 체결한 연간 광고계약만 15억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내년에는 최소 2백억원 정도의 광고매출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경영여건이 좋아지면 코스닥등록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나눠줄거구요.▶ 미래산업쪽으로 얘기를 돌려보겠습니다. 요즘 반도체 경기가 유례없는 호황이라고 하는데 잘 되십니까.물론입니다. 작년 미래산업의 매출은 1백73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6백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신개발품 「MR5500」이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는데다 올해 처음 개발한 전자조립장비인 「SMD마운터」도 해외주문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비중도 내수보다는 수출쪽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수출비중이 29%였습니다.▶ 새로 개발한 「MR5500」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감히 세계 최정상급이라고 자부합니다. 시간당 생산량을 나타내는 UPH가 7천2백에 달하고 있습니다. 종전 모델은 4천2백에 불과했거든요.▶ 일각에서는 두가지 품목을 동시에 생산하는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도체관련 핵심 4가지 부품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니어모터, 풀리비전, 인텔리전트 소프트웨어, 전자직 부품공급기 등이 그것들이지요. 이들은 생산시설을 상호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장 부품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너지 효과가 엄청납니다. 다른 기업은 몰라도 우리는 반도체분야에서 얼마든지 사업다각화를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벤처기업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줄 얘기가 있으십니까.우선 벤처를 통해 입신이나 출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름지기 경영자는 종업원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또 기왕 사업을 하려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해야할 것입니다.▶ 벤처기업은 태생적으로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립니다. 정사장님께서도 충분히 경험하셨겠지만, 자금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입니까.사업은 일차적으로 「자기 돈」으로 해야 합니다. 그게 사업가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불가피하게 남의 돈을 빌릴 때도 있겠지만 우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가의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고 보다 치열하게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프로기사 조치훈은 한판의 바둑을 둘 때도 「목숨을 걸고 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값싸게 자금을 빌려다 쓸 수 있는 정책자금은 젊은이들에게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산업과 라이코스 코리아의 장래 비전을 말씀해 주십시오.21세기는 정신적인 자산이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창의성, 인간적인 애정, 희생정신, 높은 도덕성, 친화력등의 덕목이 중요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런 정신적인 자산을 갖춘 사람들이 끌어가는 기업이 강한 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그런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인터뷰 후기『우선 친인척을 배제했습니다. 그래야 회사에 실력있는 사람들이 승진하고 회사에 충성합니다. 회사는 성공하면 공기이므로 자식에게 세습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에서 기업하는 사람치고 이 정도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종업원은 섬겨야 할 대상이라고까지 말했다. 『월급외에 회사돈은 절대 안씁니다. 그래야 돈이 딴데로 새나가지 않으니 서로가 신뢰합니다.』사장이 이러니 회계가 투명할 수밖에 없다. 『힘 있는 곳에는 절대 안따라 다닙니다. 그런거 좋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망합니다.』 때로는 정계 유력자들이 섭섭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회사를 살리는 길인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그의 경영스타일을 파악한 세계적 인터넷기업인 라이코스가 그에게 선뜻 경영권을 맏기고 비밀에 속하는 모든 기술을 흔괘히 전수한 것이다. 정문술사장, 그가 자살의 문턱까지 간 점은 이땅에 대부분 중소기업사장들과 같았다. 그러나 다른 점은 역사에서 배운 것을 기업에 적용시킨 「경영지혜」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 신뢰경영의 대표적 국내 사례는 바로 미래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