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ㆍ직원간 두툼한 신뢰, 업무의 자부심, 원만한 동료관계가 핵심

「좋은(Good)」 회사와 「뛰어난(Great)」 회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신뢰다.신뢰야말로 그저 좋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와 진정으로 뛰어난 회사를 구분하는 지표다.신뢰를 기준으로 뛰어난 기업을 찾기 시작한 것은 81년의 일이다. 미국 기업들의 신뢰지수를 조사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1백50개 기업을 선정해 해당기업의 임직원들과 집중적인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설문에 앞서 해당기업의 급여와 근무환경에 대한 서면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런데 각 기업들이 보내온 급여나 복리후생관련 자료만으로는 조사대상 기업들 사이에서 특징을 구분해 내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설문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모두 높은 급여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 복리후생도 상당히 잘 갖춰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무환경도 물론 좋았다. 즉 설문에 참여한 기업은 모두 「좋은」 기업이었다.그런데 실제 개별기업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터뷰한 결과 좋은 기업들 사이에도 더 좋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기업의 직원들은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해 대단히 열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이들이 보여준 열정은 단지 직업 이상의 애착이었다.자신의 회사가 제공하는 것은 적정한 수준의 급여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복리 이상의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기업의 경영진과 관리자들에게 진정한 신뢰를 갖고 있던 것이다. 업무에 대한 태도도 다른 기업의 직원들과는 달랐다. 우선 그들의 일이 완벽하게 수행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았다.즉 설문에 응한 기업은 급여나 복리후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모두 좋은 기업이었지만 신뢰지수라는 척도를 놓고 보았을 때는 일부 기업만이 단지 좋은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뛰어난」기업이었다. 특히 직원들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그러했다.◆ ‘좋은’기업과 ‘뛰어난’기업의 차이좋은 기업과 뛰어난 기업의 구분이 명확해 진 것은 88년 <위대한 일터(A Great Place to Work) designtimesp=18727>란 책을 저술하면서 부터다.신뢰지수는 이미 81년부터 매년 미국 전역에서 골고루 선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한 내용을 더욱 정교하게 하기 위해 과거 수년간 조사를 통해 진정으로 뛰어난 기업으로 밝혀진 기업 중 20개사를 추려 다시 방문했다. 이들 기업을 방문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내용이 있다. 뛰어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실제로 1백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이 복리후생과 급여를 제공하는 방법을 보면 아무런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 어떤 기업은 이익을 분배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그런데 급여나 복리후생 대신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유사한 점이 있다. 바로 직장내에서 발전되는 인간관계의 질이다.직장내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는 3가지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경영진과 종업원 사이의 관계다. 진정으로 뛰어난 직장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가 형성돼 있다. 둘째는 업무와 직원 사이의 관계다. 뛰어난 직장의 종업원들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긍지를 갖고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한다. 끝으로 종업원들 사이의 관계가 있다. 뛰어난 직장에서는 종업원들 사이에 강력한 동료의식이 형성돼 있다.◆ 신뢰는 진실성·존중·공정성으로 파악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도출된 개념이 「위대한 일터(Great Place to Work)」다. 위대한 일터는 다음 3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경영진을 믿을 수 있는 직장, △업무에 긍지를 갖는 곳,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즐거움 등 3가지가 위대한 일터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이런 개념을 이용해 신뢰지수가 개발된 것이다. 신뢰지수는 좋은 기업과 뛰어난 기업을 구분하는데 계량화해 분석할 수 있는 도구다.신뢰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은 모두 51개의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우선 30개의 문항은 경영진의 신뢰에 관한 것이다. 설문 문항들은 신뢰의 3가지 측면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있다.첫째는 진실성(Credibility)이다. 진실성에는 신용, 능력, 성실 등의 관점에서 종업원들이 경영진을 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둘째는 존중이다. 종업원이 느끼는 경영진의 종업원 평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 문항은 경영진이 종업원들에게 애정을 표시하는가의 여부를 나타내게 돼 있다. 여기에는 종업원들의 일이나 근무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 포함돼 있다. 또한 종업원들을 단지 피고용인이 아닌 개인으로 여기는 자세도 포함돼 있다.셋째는 공정성이다. 직원들이 급여 등과 같은 분야에서 공정하게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나머지 20개의 질문은 긍지와 즐거움 두가지 측면에 각각 10개씩 할당돼 있다. 처음 10개 문항은 「현재 하고 있는 일」 뿐 아니라 「소속된 기업에 대한 긍지」가 포함돼 있다. 나머지 10개는 직장 동료들과 동료의식이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는 문항이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이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이곳이 정말로 뛰어난 직장이라고 믿는다」.좋은 기업과 뛰어난 기업의 구분을 검증하기 위해 심층조사방법도 이용했다. 특정 기업을 선정해 전직원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특별히 별도의 그룹을 형성해 심층조사를 했다. 물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신뢰 높으면 ‘기업 재무상황’도 좋아그런데 1백대 기업을 선정하고 보니 의미심장한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84년 신뢰경영 1백대 기업에는 신뢰 이외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업의 재무상황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증권시장 분석가의 조사에 따르면 84년의 1백대 신뢰기업이 S&P5백대기업의 실적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순이익률(EPS)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신뢰지수 1백대 기업의 주당 순이익률이 훨씬 높다. S&P5백대기업들 평균의 2배는 된다. 또한 주가 역시 3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이런 결과는 이후에 실시한 조사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93년판 「1백대 위대한 일터」에 선정된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일반 기업보다 훨씬 좋게 나타났다. 98년과 99년 포천의 커버스토리로 나온 1백대 신뢰기업도 마찬가지였다. 98년 포천지에 1백대 우수기업으로 나온 기업의 자기자본 수익률(ROI)이 일반기업보다 2배나 된다.즉 신뢰도가 높은 기업은 경영성과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위대한 일터」로 판명된 기업은 단지 종업원들에게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투자가들에게도 뛰어난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이번 설문에 사용되는 도구는 「최고의 일터 신뢰지수(Great Place to Work Trust Index)」다. 이 직장인들을 위한 신뢰지수는 약 10년전 3명의 경영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것이다.그후 10여년간 전세계의 6백개 기업을 조사했으며 그동안 응답한 사람만 해도 4백만명이나 된다. 이 조사는 미국의 시사지인 포천과 브라질의 시사지 이자미가 각국의 베스트컴퍼니 선정을 위한 기획기사로 활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