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시장ㆍ업종 비교, MCSI지수 기준 삼아 ... 최근에는 단기매매 활발

● 외국인의 종목선택법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전략은 다분히 톱다운(Top-Down)식이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탈(기초)이나 국가위험도(Country Risk)를 우선적으로 분석하고 업종을 고려한다. 그 다음 종목을 선택한다는 얘기다. 외환위기라든지 최근 서해상의 남북한간 총격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경기회복 여부 등이 모두 숲에 해당된다. 신규로 더 투자할지 아니면 발을 뺄지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잣대다.이보다는 작은 기준이지만 모건스탠리(MSCI)지수, FT(파이낸셜 타임즈)지수 등 세계 투자지수에 맞춰 투자하는 전략은 기본이다. 모건스탠리지수는 각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반영해 산출된다. 시장개방도, 국가위험도, 일인당 국민소득 등을 따져 크게 개도국지수와 선진국지수로 나누어진다.이런 투자판단에 따라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표주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사게 된다. 시가총액(주가×상장주식수)이 큰 지수관련주 위주로 편입한다. 삼성전자 한전 포철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굵직한 블루칩들이다. 흔히 말해 망할 염려가 없어보이는 우량주다.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도 풍부하다. 만일의 경우 철수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내다팔아도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이라는 것이다.블루칩 위주로 기본적인 투자종목(포트폴리오)을 구성한 후 자신들이 선호하는 투자지표에 따라 다른 종목을 골라 나간다. 지난 92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 PER(주가수익비율)혁명을 일으켰다. 유명한 저PER주 혁명이다. PER개념을 도입해 실적(순이익)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했다.전세계적으로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각국의 시장과 업종, 종목을 비교해 투자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서보윤 기업분석실장은 『초년병시절 나름대로 완벽하게 준비한 포철의 기업분석자료를 가지고 해외투자설명회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포철을 비교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는 것이다.최근엔 EV/EVIDTA가 외국인의 투자지표로 각광받고 있다. 이자비용 법인세비용 감가상각비용을 차감하기전의 순이익에 비해 기업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를 따지는 지표다. EV/EVIDTA는 값이 클수록 좋다.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증권사의 조사분석자료도 중요한 투자판단 기준이 된다. 지난 4월 미국 연기금총회차 한국을 방문한 필립 셰퍼 미국 연기금협회장은 『장기 투자자들인 미국 연기금이 한국기업들을 잘 알지 못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종목 보유기간 및 매매타이밍연기금 등 장기투자성 외국인들은 대개 꾸준히 사들어가 장기보유하는 우직하고도 신중한 전략을 취한다. 경제회복조짐 등 장기적인 그림이 밝을 경우다. 단기투자성인 헤지펀드들은 수익률예측에 따라 장, 단기투자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타이거펀드는 대표적인 헤지펀드인데도 SK텔레콤, 삼성화재 등 우량주를 중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다.최근 들어선 단기매매도 활발하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영업담당이사는 『최근 들어 대우그룹 구조조정문제에 따른 불안감탓에 기술적인 단기매매(Trading Buy, Sell)에 나서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가 적당히 떨어지면 저가매수에 나서고 주가가 오르면 바로 차익을 실현하는 패턴이다.외국인의 매매원칙중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철저한 스톱로스(Stop - loss)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정해진 손실폭의 범위를 벗어나면 냉정하게 팔아치우는 전략이다. 지난해 4월 외환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2백만, 3백만주의 스톱로스 매도물량을 정해놓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외환은행 하루거래량의 약 3분1 정도씩 외환은행을 매도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락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그저 오르겠지 하며 『어어』하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투자하고 있는 종목이 해외DR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할 경우 집중적으로 매도할 때도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일정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국시장밖에서 해외DR를 매입하기 위해 보유중인 원주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원주를 팔고 DR를 사니 포트폴리오는 변함이 없다. 한국시장내 포철 주가가 높고 포철의 해외DR가격이 낮아도 가격차를 먹기 위해 원주인 포철을 팔아치운다. 유상증자시에도 유상증자 신주를 받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갖고 있는 구주를 판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마친 삼성전자도 이런 매물에 시달려야 했다.● 현물주식과 선물·옵션을 연계한 투자전략현물주식의 순매수, 순매도 여부나 그 규모만으로 외국인의 투자전략을 재는 것은 순진한 분석이다. 선물을 많이 매도해 놓았다면 향후 한국의 주가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의미다. 풋옵션을 대거 사놓아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태도가 그렇다. 현물주식을 계속 팔아치우면서 동시에 선물도 팔고 있다. 4일 현재 외국인의 선물순매도 잔고는 1만1천4백1계약에 달한다. 풋옵션순매수 잔고는 1만9천3백37계약이다. 통상 현물주식을 사면서 헤지를 위해 반대로 선물을 팔아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꺼림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