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평가절하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온다」.폴 크루그먼 교수(미국 MIT경제학, 사진)가 달러화의 폭락사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eb.mit.deu/krugman)에 게재한 「달러화의 위기(A dollar crisis?)」라는 글에서 『현재 미국의 달러화는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조만간 평가절하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달러가 폭락하게 되면 회복세에 있는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주변국들이 공조체제 아래 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글을 정리, 요약한다.◆ 달러화 고평가 … 세계 경기 변수달러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현재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규모 흑자를 구가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장기채권 실질이자율은 일본보다 약 2% 가량 높다. 유럽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은 사실상 달러화 가치가 과대평가돼 있으며 곧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매년 2%씩 평가절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적자 규모를 감안해 보면 이 정도로도 불충분하다.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대규모 무역적자로 고생하던 지난 85년을 생각해 보자. 당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는 달러당 2백40엔에서 1백40엔으로, 달러당 3.3마르크에서 1.8마르크로 급락했었다. 급격한 달러폭락으로 세계 경제는 엄청난 파장에 휩싸여야 했다.◆ 각국 정부 의지 부족 더 큰 문제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공급 부족」, 다른 지역은 「수요 부족」에 처해 있는 상황이어서 달러 폭락은 심각한 사태를 낳을 것이다. 대미 수출국들은 달러폭락으로 수출 가격은 인상되는 대신 미국산 제품가격은 인하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또 달러가 폭락하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되면 미 경제가 곤두박질할 것이다. 급격한 상황 변화는 세계 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페그제(준 환율고정제)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이나 페루 정도가 달러 폭락이라는 태풍권에서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더군다나 현상황은 85년 당시보다 훨씬 위험하다.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금리가 보장되는 달러화 자산에 투자해 온 투자자들이 달러 폭락으로 대량 파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달러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정책 기조가 전반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개입은 대증적 효과만 낼 뿐이다. 일본을 보라. 일본은 여러 차례 시장에 개입,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유동성의 함정에 걸려 더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태다. 명목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이르렀지만 돈줄이 막혀 실질금리는 높기만 하다.현상황에서는 일본이나 유럽이 획기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내놓는게 바람직하다. 통화팽창은 일본과 유럽내에서 수요증가를 불러올 뿐 아니라 달러폭락의 폭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다.그러나 현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이런 정책을 취할 정책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달러 가치 폭락이 아니라 각국 정부의 의지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